"방침 대로 간다" 완고...제주도-서귀포시 입장 변화 여부 주목

 

   

철거 여부를 놓고 논쟁에 휩싸인 '더 갤러리-카사 델 아구아'(더 갤러리)는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건물주는 당초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앵커호텔 사업 시행자였던 ㈜JID. 토지주는 이 사업의 바통을 이어받은 ㈜부영주택이다. 여기에 건축물 철거에 따른 행정대집행 주체인 서귀포시(제주도)가 끼어있다.

논란이 건축학, 문화예술적 차원을 넘어 '국격(國格)의 문제'로 번져도 제주도는 요지부동이었다. 실정법(건축법, 행정대집행법)상, 환경영향평가(중문관광단지 동부지역 조성사업)상 그렇고, 이게 아니더라도 토지주와 건물주가 다르다는 이유였다.

부영이 앵커호텔 해안 조망 때문에 철거를 원한다는 점도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영구건축물로 양성화할 경우 행정청(서귀포시)이 각종 민, 형사 소송에 휘말릴 수도 있다며 철거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그래서 문화예술계 일각에서 해법으로 제시한게 3자가 한발씩 양보하는 거였다. 건물과 부지를 각각 제주도에 기부채납, 기부하는게 제안의 골자다. 그리고 제주도는 문화유산으로서의 특례를 반영해 건축적 지위를 보장해주고 공공시설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이 와중에 JID가 건물 기부채납 의향을 밝혔으니 제주도가 내세운 몇가지 이유 중 한가지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셈이다. 잘만 되면 토지주와 건물주의 불일치 문제를 극복하게 된 것이다. 어쩌면 현실적으로 가장 중요한 열쇠인지 모른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 부영주택의 입장이 궁금했다. 얼마 전 도청 관계자는 "연락을 해봐야 우리와 같은 입장일 것"이라고 장담했다. 평소 제주도와 부영이 모종의 교감을 나누는 듯 했다. 하기야 장기간 중단된 앵커호텔 공사를 재개하기 위해 제주도가 부영에 손을 내미는 처지였으니 전혀 이해못할 바도 아니다.

그래도 사안이 중대한 만큼 부영의 입장을 정식으로 듣고 싶었다. 20일 오후 어렵사리 연락이 닿았다. 하지만 부영 관계자는 처음엔 좀처럼 입을 열려 하지 않았다.

공식 입장은 "노코멘트"였다. "입장을 밝힐 상황이 아니"라거나 "방침(철거)대로 갈 뿐"이라는 완고한 대답이 돌아왔다.

대화 시도를 계속하자 부영의 입장이 어느정도 감지됐다. 요약하면 철거문제는 서귀포시와 JID의 관계여서 부영은 관여할 바 아니며, 앞으로도 입장 변화 여지는 거의 없다고 했다. 여론이 너무 건축학적으로 흐르고 있다며 우회적으로 불만도 드러냈다.

부영이 처음부터 JID의 제안을 거절한 것은 아니라고도 했다. 제안이란 건축물(더 갤러리)까지 부영이 인수하는 것을 말한다. 협상을 진행했지만, JID가 터무니없는 액수를 제시하는 바람에 거절했음을 내비쳤다.

지난 7월27일 한동주 문화관광스포츠국장의 얘기와 비슷했다. 당시 한 국장은 기자브리핑에서 "JID가 무리한 액수를 요구하는 바람에 협상이 틀어졌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제주도의 입장도 달라지지 않았다. 한 관계자는 이날 "처음에는 멕시코 정부에서 보존을 요구했으나 우리쪽 설명을 듣고 난 후엔 현실을 인정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한편 서귀포시는 더 갤러리 설계자인 리카르도 레고레타(1931~2011)의 아들이 제주방문 희망을 표시했고, 그 역시 "아버지 작품인 본 건물(앵커호텔+콘도) 만이라도 잘 지어달라"고 요청했다며, 이달1일 외교통상부가 "아들이 방문하면 부영과의 만남을 잘 주선해달라"는 내용의 협조 공문을 보내왔다고 전했다.

㈔한국건축가협회가 8월1일 제주도, 서귀포시, 부영에 철거 반대 질의를 한 것에 대해 서귀포시는 닷새뒤인 6일 "건축물의 가치에 대해 공감하는 부분은 있지만 해당 건축물은 입지적 여건이나 관련 법규를 고려할 때 현재로선 별도로 검토할 만한 대안이 없다"고 회신했다. <제주의소리>

<김성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