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자 국어문화원 연구원, 강자숙 할머니 생애 구술책 써
제주어 말맛 살아있어...이야기 그대로 '제주 역사'

제주도 시골마을에서 80년을 살아온 토박이 할머니의 삶 이야기가 제주어 책으로 나왔다.

제주대학교 국어문화원이 제주어 구술자료 총서 세 번째 편으로 강자숙 할머니의 생애 구술책 ‘돌각돌각 미녕 싸멍 우린 늙엇주’을 펴냈다. 김순자 국어문화원 연구원이 취재와 집필을 맡았다.

▲ 제주시 애월읍 봉성마을 강자숙 씨. ⓒ제주의소리
애월읍 봉성리에서 태어나 80년을 살아온 강 할머니가 풀어놓는 이야기는 그대로 봉성 마을의 역사다. 일제식민지시대와 제주4.3사건 등 역사의 소용돌이를 직접 체험했다.

할머니 이야기에선 눈물과 웃음이 오간다.

공출이 심해 제대로 먹지도 못했던 때 강 할머니는 어머니가 몰래 짜 놓은 무명 한 필을 빼앗기기 전 재치 있게 숨긴다. 그 무용담이 소문 나 결혼까지 했다고 한다.

비행장 건설에 동원됐던 아버지, 일본 군함 폭발 사건, 공출에 흉년이 겹쳐 겨우 먹었던 ‘전분주시’와 ‘소피수제비’가 나오는 대목에선 눈물도 글썽이게 된다.

할머니는 제주인의 삶과 문화가 진득하게 녹아 있는 이야기도 들려준다. 부저리 전설, 미녕짜기, 세시풍속, 민간요법 등이다.

책은 제주어와 함께 표준어 대역도 실려 있어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했다. 주석과 사진 자료도 풍부하게 실렸다.

강 할머니의 채록부터 전사, 표준어 대역까지 맡아 한 김 연구원은 “제주어를 통해 제주정신을 탐색하고 제주문화도 엿볼 수 있다”며 “제주어가 일실되기 전에 구술 자료를 차곡차곡 채록, 정리하는 일이 제주정신을 잇고 제주문화를 보전하는 길임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비매품.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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