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는 소통이다③] 감수한 고창효 박사

고창효 박사 고창효 박사는 제주대학교에서 생물학을 가르치고 있다. '즐거운 논학교'가 번역되어 나오는 과정에서 책의 감수를 맡기도 했다. 
ⓒ 장태욱

제주대학교에서 생물학을 가르치는 고창효 박사에게서 책 한권을 선물로 받았다. 제목이 <생명이 모이는, 생명이 자라는, 즐거운 논학교>인데, 일본인 '우네 유타카'의 저서를 우리말로 번역하여 출판하는 과정에서 고창효 박사가 감수를 맡은 책이다.

저자 우네 유카타는 한국어 서문에서 "논이 만들어지면서 고추잠자리도 송사리도 반딧불이도 물방개도 제비도 늘어났고, 사계절은 농업에 의해 다채롭게 변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어느 나라든 농업은 돈이 되지 않지만 생산량은 다른 산업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풍부하며, 주변의 풍요로운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에 논학교를 펼쳐야한다"고 권한다. 많은 사람들이 농업과 자연이야말로 미래에게 보내는 최대의 보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기대도 드러냈다.

고창효 박사가 일하는 제주대학교 기초과학연구소를 찾았다. 학교 축제기간이라 수업이 없었는데, 고 박사는 연구소에서 자신의 논문을 정리하고 있었다.

논 구경도 못하며 살았는데 '실사구시'정신으로 벼 연구 시작

고박사와 책에 대해 대화를 나눈 내용이다.

- 제주도에는 논이 거의 없습니다. 논농사를 지어본 경험이 있나요?

"논농사는 물론이고 다른 농사도 지어보지 않았습니다. 벼를 소재로 연구할 때 키워본 경험이 있을 뿐입니다. 생명과학분야에서 식물의 식생을 연구할 때는 보통 '애기장대'라는 식물을 연구의 대상으로 삼습니다. 생활주기가 짧고 실험이 비교적 쉬워서 1년에 보통 4번 실험이 가능했습니다. 나도 처음에는 이 식물을 연구 재료로 선택했는데 포항공대에 있을 때 모셨던 '안진홍' 선생이 실사구시에 뜻을 두고 벼를 연구해보라고 권했습니다. 그래서 2002년부터 온실에서 벼를 재배하면서 연구했고 이를 근거로 국제학술지에 3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 그래도 논에 대한 글을 감수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특별한 이유나 계기가 있나요?

"책을 번역한 사람(이은선)이 제 아내입니다. 아내가 제주도에서 한라생협에 가입해서 활동을 열심히 해왔습니다. 일본과도 교류가 많았는데, 한국의 생협이 일본에 비해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일본에서는 생협 활동에 각 분야 전문가들이 많이 참여하는데 반해 한국에서는 활동이 소비자 중심이에요. 아내가 이런 취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한일논습지교류회'에 참가해 줄 것을 권했어요. 그 인연으로 아내의 번역을 돕게 되었습니다." 

삽화 '즐거운 논학교'는 많은 삽화들을 동원하여 농촌과 논을 설명하고 있다. 삽화를 그린 이는 가이히라 히로시이다. 
ⓒ 장태욱

- 책의 제목이 '생명이 자라고 생명이 모이는 논 학교'라고 했습니다. 제목에 많은 내용을 함축하고 있다고 보는데요.

"논에 생명이 모인다는 것은 유기농업의 특성을 말하는 겁니다. 유기농업이 이 책을 관통하는 정신입니다. 유기농업을 통하면 수확량이 화학농업의 70~80%에 불과하지만 생태계를 복원하여 건강한 논을 회복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 논과 그 주변에 다양한 생물이 공생할 수 있게 됩니다. 시골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매미· 뱀·새 등과 자연스럽게 친구가 됩니다. '논 학교'란 생명과 환경을 자연스럽게 터득할 수 있는 공간으로써 논의 유용함을 말하는 겁니다."

유기농업으로 생태계 균형 되찾으면 논은 최고의 학교

- 유기농업과 화학농업을 구분하는 결정적인 방식은 어디에 있는 건가요?

"질소고정방식에 있는 겁니다. 질소는 단백질을 구성하는 주요성분입니다. 콩과 식물인 경우는 뿌리에 질소고정박테리아가 공생하기 때문에 질소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는데요. 다른 생물인 경우는 질소를 흡수하는 게 쉽지 않아요. 그런데 19세기에 들어서면서 인류는 질소고정방식을 터득하고 화학비료를 개발해서 이것들을 농업에 응용했습니다. 그 결과 농업 생산량이 크게 늘어난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식물이 흡수하고 남은 질소성 비료가 토양에 농축되는데 있습니다. 이것들이 토양을 산성화시키고 토양생물을 파괴하며 지하수를 오염시키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자연이 이런 부작용을 인내하는데 한계에 도달했다고 보는 이들이 수확량은 좀 줄어들어도 생태계를 복원하고 인간과 자연 사이에 조화로운 관계를 회복시켜보자는 뜻에서 유기농업을 추구하는 겁니다."

삽화 '즐거운 논학교'는 자연을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공간으로서 논의 유용성을 강조한다. 
ⓒ 장태욱

- 저자가 논을 생태교육의 공간으로 지정할 때는 논이 가지는 특별한 유용성이 있기 때문일 건데요.

"논은 농지 가운데는 거의 유일한 습지입니다. 물을 저장하고 홍수를 예장하며 지하수량을 조절하는 기능이 있어요. 그리고 그 안에는 벼 외에도 수많은 습지 동식물들이 자랍니다. 그리고 이들을 먹이로 하는 새들이 날아듭니다. 이런 것들이 농촌의 주변경관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하게 됩니다. 이 때문에 많은 예술가들이 농촌으로 찾아가기도 합니다."

- 고 박사님 명함에는 앞뒤로 두 가지 타이틀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한쪽에는 '제주대학교 생물학과 강사 및 기초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이라는 학내 포지션을, 다른 한쪽에는 '자연에너지마을 연구소장'이라는 별도의 포지션이 실려 있는데요. 자연에너지마을연구소에 대해 소개 좀 해주세요.

"다른데서 연구하다가 제주대학교로 돌아오고 나서 제일 먼저 제주도의 LPG가격을 보고 적이 놀랐어요. 제주도는 전기도 가스도 석유도 모두 외지에서 수입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모든 에너지 가격이 전국에서 가장 비쌉니다. 그런데 제주도는 바람·햇빛·파도 등 자연에너지로 넘쳐납니다. 자연에너지마을연구소는 이런 남는 에너지를 이용해서 제주도를 에너지 자립이 가능한 섬으로 만드는 꿈을 꾸고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주변의 자연에너지 활용하면 농촌문제 해결된다

- 생물학자가 에너지를 연구한다고 하면 학문적으로 외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데요.

"제 전공이 식물분야 중에서도 광합성입니다. 광합성은 식물이 빛과 물만 있으면 대기 중에 풍부하게 널려있는 이산화탄소를 재료로 에너지를 합성하는 반응입니다. 자연에너지를 인간이 활용할 수 있는 에너지로 전환시키는 가장 기초적인 과정인 셈이죠."

- 남아도는 자연에너지를 이용해서 활용 가능한 에너지로 전환시키고 저장하여 사용하는 것이 이론적으로는 가능할 지라도, 이를 실용화하려면 비용과 기술이 만만치 않다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 때문에 아직도 도내 에너지 자급률이 매우 낮은 수준에 있다고 보는데요.

"제가 독일에서 직접 확인한 사례가 있어요. 독일에서는 100호 정도가 되는 마을에 정부가 자금과 시설을 지원해주면 농부들은 축산분비물, 태양열, 풍력 등을 이용해서 전력을 생산합니다. 그리고 사용하고 남은 전력을 다른 곳에 팔기도 합니다. 처음 예산 지출에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장기적으로는 화석연료 사용량을 줄일 수도 있고, 농가소득을 늘릴 수도 있어 좋아요. 우리 정부가 4대강 사업에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하려하고 있는데, 그런 예산을 자연에너지 사업에 투입하면 에너지난과 농촌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또, 이 분야 기술이 혁신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아야 해요. 일례로 일본에서는 매년 태양광 발전 자동차 경주대회가 열리는데요. 1990년도 대회에서 기록된 자동차의 속력이 시속 40~50Km이었는데 1996년에 이르자 80~90Km로 향상되었다는 겁니다. 불과 6년 사이에 속력이 두 배로 늘어났다는 것은 일단 관심을 갖고 투자하고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면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빠르게 기술진보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국가와 지방정부가 철학을 가지고 꾸준히 투자해야할 분야입니다."

실험중인 귤 고창효 박사가 자비를 들여 귤이 부패할 때 메탄가스를 방출하는 박테리아를 검출하기 위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고창효 박사는 자연에너지에도 관심이 많다. 
ⓒ 장태욱

고창효 박사의 연구소 한 구석에는 실험 중인 스티로폼 상자가 놓여 있었다. 귤이 비닐팩 안에서 썩어가는 동안 메탄가스가 배출되는데, 고박사는 이 가스를 유발하는 박테리아를 추출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이 실험은 어디에서도 연구비를 지원받지 못해 자비로 연구를 진행하는 중이라고 하면서도 그는 매해 처리곤란을 겪는 귤껍질에서도 자연에너지를 추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감추지 못했다.

덧붙이는 글 | 제목 : '즐거운 논학교'
저자 : 우네 유타카
그림 : 가이히라 히로시
번역 : 이은선
감수 : 고창효
출판 : 열음사
가격 : 14,000원

<제주의소리>

<장태욱 시민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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