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위 '깜짝 이벤트'…계수기.떡국 전달 철저한 수사 촉구

"교육비리 척결해 주십시오" "고맙습니다"

20일 제주지방경찰청 청사에서 이색풍경이 연출됐다. 지난해 대검 청사에서 벌어졌던 풍경과도 흡사했다.

대검 청사에 햅쌀과 '칼'국수가 등장했다면 이날 제주경찰청엔 현금 계수기와 떡국이 등장했다. 당시 검찰에 건네진 햅쌀은 묵은 정치 청산을, '칼'국수는 부패정치인을 사정해 달라는 뜻이었다. 불법대선자금과 대통령 측근비리 수사로 온국민의 찬사를 받았던 검찰을 격려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날 등장한 계수기와 떡국에는 '교육감 돈선거' 수사에 박차를 가해달라는 뜻이 담겨졌다. 계수기는 돈을 빨리 세라는 뜻으로, 떡국은 설 연휴에 먹고 힘내라는 뜻이다.

"돈 세느라 시간 낭비 마세요" "떡국 먹고 힘내세요"

계수기는 경찰이 교육감 출마자 압수수색 과정에서 억대 현금을 세는데만 꼬박 2시간 넘게 걸렸다는 소식에 도내 시민사회단체들이 "돈 세는 시간을 줄이고 수사에 집중해 달라"는 의미로 준비했다. 떡국은 설 연휴에도 수사를 강행하겠다는 경찰의 의지를 북돋우기 위한 것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설이 며칠 남았지만 미리 준비했다"고 귀띔했다.

이날 '깜짝이벤트' 주최측은 '교육감 불법선거 및 교육비리 척결 제주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 어제 36일간의 천막농성을 끝낸 교육비리척결 공대위가 교육감선거 수사에 맞춰 그 명칭을 바꿨다.

오전 10시 40분께 이석문 상임대표(전교조 제주지부장)가 먼저 청사에 도착했다.

이 대표가 "그동안 각종 수사와 관련해 사직당국이 받았던 불신을 씻고 이번 만큼은 신뢰를 얻을수 있도록 철저한 수사를 해달라"고 말문을 열었다.

오남두 당선자 취임전 수사종결 주문

그는 "이번 수사를 엄정하고 신속하게 하는 게 지금의 교육공황 상태를 빨리 안정화시키는 길"이라며 "취임식 전에 오남두 당선자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되길 기대한다"며 조속한 수사를 촉구했다. '교육감 취임식 저지'를 천명한 공대위측으로선 예상되는 주문이었다.

정확히 오전 11시가 되자 일행이 도착했다. 이지훈(제주참여환경연대 대표)·송상용(참교육학부모회 제주도지회장)·김영란(제주여민회 대표)씨 등 공동대표와 김상진 공대위 집행위원장(전교조 제주지부 사무처장) 등 10명 안팎이 계수기를 들고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의 안내에 따라 곧바로 교육감선거 수사반이 있는 별관으로 향했다. 전날 방문 통보 때 들었지만 한휴택 청장은 다른 일정을 이유로 이미 자리를 비운 터였다. 이번 수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조성훈 수사과장도 10시 30분 수사 브리핑이 끝나자마자 자리를 뜬 상태. 조 과장은 브리핑 직후 공대위 방문과 관련 "오겠어요?"라는 짤막한 말만 남겼다.

별관 앞에서 이들을 맞이한 것은 청장도 수사과장도 아닌 수사과 고모 경사. 때마침 간간이 눈발이 날렸다.

경찰 관계자 "여러분 뜻 잘 알겠다" 감사

고씨가 "안(수사과)에 많은 사람들이 조사받고 있어 들어가기 곤란하다"는 말을 전했다. 공대위도 "굳이 들어가서 수사를 방해할 이유가 없다"며 이의를 달지 않았다. 짧은 숙의 끝에 이지훈 공동대표가 "교육비리를 잘 좀 척결해 달라"며 계수기를 건네자 고 경사는 "고맙게 받겠다"고 화답했다.

이어 11시20분께 인근 식당에서 주문한 떡국이 배달됐다. 종업원 2명의 손에 들린 떡국은 모두 30인분.

김상진 집행위원장이 "퍼지면 안되니까 빨리 드시라"고 권하자 고씨는 "(이왕 갖고올 거면)조리하지 말지…"라고 응수하면서도 곧바로 "잘 먹겠다"며 건네받았다. 방금 끓였는지 떡국에선 모락모락 김이 피어올랐다.

조씨는 "지금 드시라"는 공대위의 거듭된 재촉에 "(수사중이어서)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라며 "나중에 먹겠다"고 정중히 뿌리치기도 했다.

조씨는 "과장님이 나올 상황이 아니라서 내가 (계수기와 떡국을) 받은 것"이라며 "여러분들의 뜻은 잘 알겠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로선 흔치않은 이날 방문은 전교조가 제안했고 계수기는 제주참여환경연대에서 아이디어를 냈다. 다소 '어색한 만남'이었지만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뜻'을 전달한 공대위는 "이제는 경찰이 화답할 때가 됐다"며 40여분 뒤 자리를 떴다.

이석문 상임대표는 "이번에 경찰이 강력한 수사의지를 표명함으로써 도민들의 기대가 자못 크다"며 "경찰이 밝힌대로 수사인력을 보강해서라도 철저히 수사하고 당선자 관련 수사는 교육감 취임 전에 마무리하길 기대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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