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 값 폭등에 근심하는 양돈 농가

마흔이 되어도 어릴 적 벗들은 마음 속에 늘 코흘리개로 남아있다. 그래서 이름을 부르는 데는 별다른 직함이 필요하지 않다. 굳이 필요하다면 시간의 간극을 좁혀줄 어릴 적  별명이 더 있을 뿐이다.

그런 친구가 연락이 왔다. 10년 전 외환위기가 많은 이들을 힘들게 할 때쯤 결혼을 했고, 장사를 시작했다가 빚만 잔뜩 짊어졌던 친구다. 옆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그 친구를 바라보는 것도 안 되어 보였지만, 신혼의 단꿈에 젖어 있어야 할 신부가 어려운 살림을 꾸려 가는 것도 여간 안쓰러운 것이 아니었다.

▲ 친구 결혼식날 우리가 선물한 기념패가 친구 방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다.  ⓒ 장태욱  


어느 날 그 친구는 장사를 모두 접고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깊은 시골로 들어갔다. 매형이 운영하는 양돈 농장에 몸을 맡기기로 했던 것이다. 친구가 그곳에서 돼지들과 지낸 8년의 세월이 지났다. 가끔 전화통화로 안부를 주고받으면서도 차마 묻지 못하는 말이 있었다. 옛날 그 빚은 청산되어 가는지, 생활은 할 만한지.
 
오랜만에 연락이 온 그 친구는 내게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양돈에서 배운 기술과 그곳에서 일해서 모은 돈으로 자신이 손수 운영하는 농장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제 돼지 600여 마리를 키우는 어엿한 사장님이 되었다며, 농장으로 이사하는 날 와서 밥이나 같이 먹으라고 했다. 

▲ 농장의 입구임을 알리는 표석이 손님을 맞았다.  ⓒ 장태욱

친구가 운영한다는 농장은 제주시 한림읍에 있는 '상명리'라는 조그만 마을에 있다. 시내에서 50분 가량 차를 운전해서 상명리로 갔다. 이슬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길가 채소밭에는 농부들이 양배추를 수확하고 있었다.

농장의 입구임을 알리는 표석이 손님을 안내했다. 골목 안으로 들어가니 양돈장에서 분주히 일하던 친구 내외가 반갑게 맞았다. 친구 가족은 마당에 새로 지은 조립식 주택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이 양돈장은 다른 분이 운영하던 것이었는데, 최근에 친구가 인수했다고 한다. 돼지 700마리 정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인데, 지금은 거의 가득 찼다고 한다.   

▲ 친구는 다른 사람이 운영하던 농장을 인수 받았다.  ⓒ 장태욱 


함께 양돈장을 둘러보았다. 수퇘지는 발정기간에 되면 무척 사나워진다. 번식을 위해 기르는 수퇘지(종돈)들은 한 마리씩 격리시켜 기르고 있었다.  

▲ 번식을 위해 기르는 수퇘지들이다. 한 마리씩 격리되어 있었다. ⓒ 장태욱 

암퇘지들은 한 칸에 서너 마리씩 같이 생활하고 있었다. 그 안에서 생활하다가 임신해서 새끼를 낳을 때 쯤이면 또 다른 시설로 이동한다. 어미돼지가 새끼돼지와 함께 생활하면서 젖을 먹일 수 있는 공간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었다.

빛과 온도가 암퇘지의 내분비에 영향을 준다고 했다. 그래서 암퇘지가 생활하는 곳에는 항상 빛을 비쳐주고 온도를 조절해준다고 했다.  

▲ 암퇘지들은 여러 마리씩 한 곳에서 모아놓고 기른다. ⓒ 장태욱

출하를 위해서 대기 중인 돼지들은 또 다른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길러지다가 체중이 100킬로그램 이상이 되면 시장에 출하된다.

돼지는 등급에 따라서 가격이 천찬만별이다. 너무 많이 먹으면 지방이 많아지고 아프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돼지는 먹는 것이 시원치 않아서 마르고 질기다. 높은 등급의 돼지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나이에 맞게 사료를 조절하고 아픈 돼지는 빨리 병을 고쳐야한다.  

▲ 새끼를 낳은 어미돼지가 새끼들과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시설이다.  ⓒ 장태욱

사람이 태어나자마자 모유를 먹고, 조금 지나면 분유을 먹는 것처럼 돼지도 성장단계에 따라 먹는 사료가 다르다. 돼지가 어릴수록 사료가 부드럽고, 그 가격이 비싸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돼지가 먹는 사료가 15킬로그램 한 포에 4만원이라고 한다. 어린 돼지가 먹는 사료는 우리가 가정에서 먹는 쌀보다 가격이 비싸다는 얘기다.

얘기가 나온 김에 사료 값이 부담스럽지 않은지 물었다.

"사료 값이 작년 대비 40퍼센트 정도 올랐는데, 모든 축산농가의 공통된 근심거리지. 사료값이 오르지 않았으면 우리 이익으로 남았을 돈이잖아?"

옆에서 친구 아내가 말을 거들었다.

"해외에서 투기자본이 곡물과 석유를 쌓아 놓아서 물량부족으로 가격이 오른다고 하잖아요. 아무리 돈이 좋아도 먹는 식량을 투기대상으로 삼으면 안 되는데…."  

▲ 가장 어린 돼지가 먹을 사료를 보관하는 사료통이다.  ⓒ 장태욱 

"사업을 시작하는 시기가 곡물가격이 폭등하는 시점과 일치해서 너무 힘들겠다"며 내가 걱정하는 말을 했더니 친구는 낙천적인 대답을 되돌려주었다.

"사료 값이 오르지 않았으면 이 농장이 우리 손으로 들어오지도 않았을 걸. 힘들어서 영농을 포기하는 사람이 있으니 우리에게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오는 거고."

양돈장이 냄새를 많이 풍기기 때문에 주변 주민의 반대에 부딪쳐 신규로 사업을 시작하는 데는 어려움이 많다고 했다. 그래서 양돈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이 운영하던 농장을 인수하는 것이 가장 편리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 친구 아내, 내 아내와 고교 동창생이라서 더 가깝게 지냈다. 사진을 절대 찍지말라고 하길래 배웅할 때 차 안에서 몰래 찍었다.  ⓒ 장태욱  


마침 정부에서 농가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사료 값 지원을 목적으로 저리 자금이 융되고 있으니 읍사무소에 신청서를 제출하라는 연락이 왔다. 읍사무소에 갔더니 담당직원이 "돼지 한 마리당 최고 10만원이 융자되고 있다"고 했다. 친구는 "이 정도면 4개월 정도는 버틸 수 있다"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 한림읍사무소에서 친구가 사료지원자금을 신청하기 위해 담당공무원과 상담하고 있는 모습이다.  ⓒ 장태욱  

어려운 시련들을 겪고 새롭게 시작하는 친구에게 건투를 빈다는 말 밖에 해줄 수 없었다. 그리고 이 험난한 시기가 빨리 지나갈 수 있도록 정책 당국자들이 지혜를 발휘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 농가들이 맏는 곳은 주부님들의 현명한 선택과 관심밖에 없다.

"도시에서 돼지고기 사 드시는 주부님들, 제주산 돼지 많이 사랑해 주세요!!"  <제주의소리>

<장태욱 시민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http://www.ohmynews.com) 제휴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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