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덕의 설날 풍경]설날이면 옛 기억을 더듬으며 고향으로

▲ 창밖 눈쌓인 풍경ⓒ제주의소리 오영덕
고향집에 갔다. 하지만 고향에는 한때 어린 몸뚱아리 부비대며 놀았던 먹구슬나무도 팽나무도 벚나무도 없다. 수확하고나서 장작불에 고구마를 구워먹던 자갈밭도 없고 한여름 뙤약볕에 끙끙대며 베어나가던 보리밭도 없다.

설을 맞아 고향에 가도 옛 추억을 더듬을 수 있는건 자식들 키우며 어느새 나이가 들어가는 친구들과 기억도 가물가물 하는 동네 어른들뿐이다.

이제는 구석구석 아스팔트로 깔린 골목길과 외퉁이에 몰려 근근히 버티는 집앞 동백나무와 대나무숲외에는 모두 귤밭이다.

▲ 고향의 대나무숲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제주의소리 오영덕
새삼스러운 표현이지만 세상 참 많이 변했다. 빨리도 변했다. 세상에 살아가는 사람들도 그럴것이다.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서 밥을먹고 일하러가고 회식하고 사람만나서 집에 들어오면 하루가 간다. 사람들은 좀 더 바빠지고 좀 더 까칠해졌다.

하여 설 명절은 까칠하고 바쁜 세상을 잠시 돌아가게 하는 휴게소가 되기도 하고 어쩌면 답답하고 번거로운 연중행사가 되기도 한다.

▲ 매년 설날이면 어머니.아버지는 어린 손자들에게 세배돈을 준다.ⓒ제주의소리 오영덕
그래도 아직은 설날이 돌아와서 기쁘다. 고향에 갈 수 있어 기쁘다. 손주들 세배받고 함박웃음 짓는 할아버지 얼굴을 볼 수 있어서 고맙다. 아직까지 쓰러지지않고 버티는 동백나무가 고맙다.

▲ 장독대에 쌓인 눈이 설날에는 왠지 정겨워보인다. ⓒ제주의소리 오영덕
▲ 나무문도 변하지 않았다 ⓒ제주의소리 오영덕
장독대에 쌓인 눈이 설날에는 왠지 정겨워보인다. 흙집도 패랭이도, 허술하기 짝이없는 나무문짝도 설을 보내는 촌부의 눈에는 오늘따라 더 따뜻하게 보인다. 

이리 바쁜 세상에도 설날이면 옛 기억을 더듬으며 고향으로 꾸역꾸역 찾아가는게 어쩌면 그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