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12월 용역완료 앞두고 '문화재 지정' 가능성 배제...국비 지원 근거 잃어

2020년 11월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청정제주 송악선언 실천조치 1호를 발표하는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2020년 11월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청정제주 송악선언 실천조치 1호를 발표하는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천혜의 경관을 간직한 제주 송악산 일대 토지의 공공매입 절차가 추진된다. 다만, 민선7기 원희룡 도정이 공언했던 '송악산 일대 문화재 지정' 과제는 없던일이 되면서 막대한 토지 매입비를 지방비로만 부담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제주특별자치도는 8일 서귀포시 대정읍 송악산유원지 개발사업의 중국 투자사인 신해원유한회사 소유 토지를 전량 매입한다고 밝혔다. 매입 대상은 신해원이 송악산 일대 보유한 토지로 170필지에 40만748㎡ 규모다.

해당 부지는 기존의 송악산유원지 사업이 좌초된 곳이다. 1995년 12월 송악산 일대 부지가 유원지로 지정된 이후 착공이 지연되던 중 중국계 자본인 신해원유한회사가 2013년 '뉴오션타운 개발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송악산 일대의 자연훼손 및 경관사유화 논란을 키웠다.

논란이 커지자 민선7기 원희룡 도지사는 2020년 이른바 '송악선언'을 통해 송악산유원지 사업을 비롯한 난개발 방지를 천명했다. 난개발 문제를 처리하는데 있어 청정과 공존의 원칙을 적용하고 적법절차로 진행하겠다는 선언이었다.

이 과정에서 원 도정의 환경정책의 대표성을 지닌 송악산의 경우 문화재로 지정하겠다는 방향성을 설정했다. 정책결정이 번복돼 다른 개발사업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송악산 일대를 문화재 구역으로 지정해 항구적인 보존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었다.

서귀포시 대정읍 송악산 전경. ⓒ제주의소리 자료사진<br>
서귀포시 대정읍 송악산 전경.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당시 원 지사는 "송악산을 문화재로 지정하면 문화재 구역에서 반경 500m까지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으로 설정되기 때문에 개발을 엄격하게 제한할 수 있다"며 "송악산 일대를 문화재로 지정하려는 것은 청정제주를 지키기 위한 선제적이고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원 지사의 선언은 난개발의 피로감에 시달렸던 지역사회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다. 모처럼의 호평에 힘 입어 송악선언은 속도감 있게 추진됐다. 제주도는 2021년 1월 '송악산 문화재 지정 가치 조사 용역'을 발주하고 올해 12월 그 결과를 앞두고 있다.

다만, 당초 공언처럼 송악산 일대를 문화재로 지정하는 안은 무산되는 흐름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관련 용역 결과가 마무리 단계에 있는 상황에서 송악산 일대가 문화재 구역으로 지정되는 안은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항구적 보존방안으로 마련된 안이지만, 지역상생 방안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에 문제가 많을 것으로 예상돼 현재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송악산 일대가 광범위하게 문화재 구역으로 지정될 시 기존 송악산유원지 부지의 보존만이 아닌, 문화재 완충지역 등에 의해 토지 권한에 대한 제약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다. 실제 용역 진행 과정에서는 지역 토지주들의 거센 반발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문화재 지정이 무산되는 대신 제주도는 해당 부지를 전량 매입해 공공용지로 사용하겠다는 그림을 그렸다. 이는 정책적 판단으로 사업을 무산시킨데 대한 반대급부의 성격이기도 하다. 유원지 지정이 취소되자 신해원유한회사는 제주도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제주도의 부지 매입 의사를 확인하고서야 소 취하 의지를 내비쳤다.

문제는 막대한 토지 매입비를 어떻게 충당하느냐다.

제주도는 예상되는 토지매입비에 대해서는 공개하기를 꺼렸다. 자칫 신해원과의 협상에 있어 불리한 위치를 점하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 탓이다. 세부적인 사안은 함구했지만, 현재 이 토지의 공시지가는 신해원이 사들였던 2013년 대비 3배 가까이 올랐다. 수 백억원의 예산 투입이 예상될 수 밖에 없다.

이 예산은 고스란히 지방비로 충당해야 한다. 당초 송악산 일대를 유원지로 지정하려 했던 안은 토지 매입 부담을 줄이려는 측면도 있었다. 문화재로 지정되면 보존 차원에서 국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근거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화재 지정이 요원해지며 덩달아 국비 지원 근거 역시 잃게 됐다.

막대한 혈세를 투입해 중국자본 소유의 토지를 매입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지적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사업 성사 여부와는 별개로 사업자 입장에서는 토지 매매에 따른 차익을 손쉽게 챙길 수 있어서다.

이 같은 지적에 제주도 관계자는 "자연경관을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지 않나. 대승적 차원에서 송악산의 가치를 도민들에게 돌려드리기 위한 부득이한 선택"이라며 "일대 천혜의 자연환경을 보존함은 물론, 인근 알뜨르공원, 송악산지질탐방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도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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