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마의 고통에도 굴하지 않고 진심으로 4.3을 알리고자 노력한 제주 사진작가 고현주가 눈을 감았다. 향년 58세.

고인은 서귀포 출신으로 대학 졸업후 음악교사로 교편을 잡았지만, 어릴 적부터 만지작 거리던 카메라에 대한 갈증이 떠나지 않아 2002년부터 사진작가로 제2의 인생을 선택했다. 

사진계에 몸담은 이후 소외 받는 영역,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을 이어왔다. 재건축 아파트, 소년원 아이들, 제주4.3과 여성 등을 주목하면서 사진으로 기록했다. [제주의소리]에도 지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고현주의 꿈꾸는 카메라'라는 코너의 집필을 맡기도 했다. 

고인은 고향 제주의 깊은 아픔인 4.3에는 더욱 진심으로 다가갔다. 4.3 생존자, 4.3 희생자·유족의 물건, 제주 풍경 등을 통해 궁극적으로 4.3을 되돌아보는 ‘기억의 목소리’ 연작은 총 5년이란 시간을 투입한 생의 마지막 작업이었다. 특히 올해 작업이 끝난 ‘기억의 목소리 III’은 고통스러운 투병 생활에도 2년에 걸쳐 진행했다. 

지난 11월 12일 김만덕기념관에서 열린 사진집 ‘기억의 목소리 III’ 출판기념회에서 고인은 “제 작업이 칭찬받을 일도, 자랑할 일도 아닐 수 있지만, 뭔가를 하지 않으면 나락으로 떨어질 것 같아 스스로를 구원하기 위해 작업에 몰두해 왔다”며 “아이러니하게 내 몸이 가장 힘든 시기에 제주의 가장 힘든 시기를 기록하는 일을 해왔다”고 지난 시간을 살폈다.

그러면서 “기억은 힘이 세다. 시간이 지나가면 잊혀질 일들을 하나씩 끄집어내는 일에 동참 한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며 “오늘은 나의 몫, 내일은 신의 몫. 내일 일은 신 밖에 모르는 것 같다. 작업을 기억해주면 감사하겠지만, 기억하지 못한다 해도 변변치 못한 작업을 응원해준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고 전했다.

고인의 마지막 카카오톡 소개명은 ‘기억의 목소리 III 작업중’이다. 힘겨운 투병생활에도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4.3을 위해 카메라를 든 고인은, 진정 제주를 사랑한 예술가로 세상에 남았다.

빈소는 부민장례식장 7분향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6일 오전 8시 10분이다.

故 고현주 사진작가의 '기억의 목소리III' 작품. 서귀포시 표선면 표선리 주민들의 집단학살터.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故 고현주 사진작가의 '기억의 목소리III' 작품. 서귀포시 표선면 표선리 주민들의 집단학살터.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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