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왓 칼럼] 봉개동소각장 노동, 제주 사회 지탱하는 필수 공무 / 신강협

지난해 11월 제주도의회 문종태 의원은 ‘민간이나 공공기관에 위탁해 추진하는, 이른바 행정의 외주화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음’을 지적한다. 이에 대해 제주도는 대행 사업을 줄여 행정이 수행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답한다. 하지만 ‘인력문제 처리에 대한 곤혹스러움’도 거론한다.( 링크 : 행정의 외주화? 제주도, 민간위탁·공기관대행 ‘눈덩이’ )

제주도정의 민간위탁사업에 대해서 2022년 8월 박원철 전 제주도의원은 제주도의 ‘행정의 외주화’가 2008년에 비해 6배 증가했다며 도정의 개선을 요구하였다.( "제주 민간위탁사업 6배 증가 다시 점검해야" )

올해 4월 제주 봉개동소각장 노동자들은 ‘중단없는 고용보장’을 요구하고 나섰다.( 폐쇄 앞둔 제주 봉개소각장, 노동자들 “중단 없는 고용보장” 촉구 ). 봉개동소각장은 주민과의 협의를 거쳐 2023년 2월에 폐쇄하기로 결정되었다. 이러한 결정으로 인해 소각장에서 근무하던 노동자 60여명은 내년 2월이면 자연스레(?) 해고가 된다. 

문제는 노동자들의 직무는 우리 사회에서 쓰레기 처리에 있어서 필수적인 업무로 소각 업무를 20년간 해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공적 업무를 해온 사람들이 아닌 행정과 계약한 위탁회사의 직원일 따름이라는 것이 행정의 입장인 듯하다. 20년간 제주도는 그대로 이고, 노동자도 그대로였고, 업무도 그대로였지만 위탁 회사만 수차례 바뀌었다. 소각장 폐쇄 여론으로 인해 노동자들의 고용불안 해소를 위해 노동자들과 행정이 함께 의견을 나누고 방안을 모색하였지만, 최종적으로 도 행정은 노동자들에 대한 책무를 저버리고 있다. 

민주노총 제주본부 서비스연맹 제주 북부 광역환경관리센터노동조합은 지난 4월 12일 오전 11시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단 없는 고용을 보장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민주노총 제주본부 서비스연맹 제주 북부 광역환경관리센터노동조합은 지난 4월 12일 오전 11시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단 없는 고용을 보장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지난 4월 비준 발효된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으로 비춰볼 때, 제주도는 행정의 외주화를 통해, 노동자들에 대한 자신들의 책무를 회피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우리 사회는 근래에 ‘죽음의 외주화’로 대변되는 슬픈 사회 현실을 접하고 분노한다.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은 아닐지 모르겠지만,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언제든 무시할 수 있는 업무의 외주화가 공공과 민간을 구분하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온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다. 공공기관조차 ‘민간위탁’이라는 이름으로 자신들의 업무를 민간에 떠넘기면서, 공적업무에 투입된 사람들의 계약관계를 이유로 들어 그들의 노동권과 생존권을 그 근본부터 무시하고 있다. 봉개동소각장 노동자들, 그리고 그들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민간 위탁된 회사의 노동자들에 대한 원청 사용자로서 제주도행정이 자신들의 책무를 깨닫고 그 의무를 다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2021년 4월 국제노동기구 ILO 핵심협약이 비준되었고, 1년간의 기탁기간이 지난 올해 4월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게 정식 발효되었다. 이에 국회에서 한국노총, 민주노총,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 정의당 강은미 의원의 주최 하에 ‘ILO 기본협약 발표와 한국사회의 과제’라는 토론회도 열렸다. 

이 핵심협약들은 ILO의 결사의 자유 관련 협약(87호, 98호), 강제노동 철폐 협약(제29호, 105호)로서 협약의 핵심적 원칙들은 ‘세계인권선언’과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A규약), ‘경제적·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B규약)에도 포함되는 것으로서 국내 노동법 체계에 대한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 국내법 효력 지닌 ILO 기본협약, 노동기본권 해석 달라진다 ) 이 협약의 내용에는 여러 가지 내용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원청, 즉 사용자에 대한 노조법상 사용자성을 인정한다는 내용이다. 

다시 말해서 국제인권규범에 있어서, 사용자는 고용 조건을 결정하거나 영향력을 행사 할 수 있는 사람 또는 단체라는 것이다. 즉 위탁 계약과 관계없이 고용에 대한 연관성으로 사용자임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민간 위탁이라고 할지라도 도 행정이 사용자로서 단체협약에 임해야 할 의무자로 규정된다. 

사실 국가인권위원회도 2019년 ‘간접고용노동자 노동인권 증진을 위한 제도개선 권고’를 한 바가 있으며, 유명 법무법인에서도 ‘원청 사용자의 하청노조에 대한 노조법상 사용자성 인정… 등을 위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의 추가 개정을 요구할 가능성도 더욱 커졌습니다’라고 언급하고 있다. ( ILO 핵심협약 발효와 시사점 )

이에 따라 민주노총은 “ILO 협약에 따라 원청과 교섭하겠다”고 나선 상황. ( 민주노총 간접고용노동자들 “ILO 협약에 따라 원청과 교섭하겠다”

또한 우리나라 국내법 체제 정비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이에 따라 노동조합법 제2조 2호 ‘사용자’의 정의에 대한 조항 개정도 시급해졌다. “근로자의 전부 또는 일부의 노동조건에 대하여 영향력 또는 지배력을 가진 자”로 개정해야 한다는 국내외적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은 이외에도 우리나라 사회에 변화를 가져올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전교조의 비합법화의 근거가 되었던 ‘비조합원의 노동조합 임원 선임’을 협약은 인정하고 있으며, 파업의 내용을 포괄적으로 규정함으로써 정부의 경제정책과 연대 파업도 인정하고 있다. 

즉. 노동자들의 정치적 지위를 실질적으로 상향하라는 요구를 담고 있다. 이 협약의 이행에 있어서 국내법 우선이나 신법 우선과 같은 법률 적용의 문제가 단기적으로 대두되고, 이 문제는 최종 법원에서 판결할 것으로 보이지만 중장기적으로 국제법과 국내법의 일치를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으므로, 실상 우리나라가 지켜야 할 법적 원칙이 된다. 더욱이 이 협약은 국제인권규범에 그 근거를 두고 있어 더 강력한 국제사회의 요구이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올해 6월부터 복토 작업을 시작한 제주시 봉개매립장 1,2공구 모습. 사진 속 압축폐기물 약 600톤은 북부소각장으로 옮겨져 7월말 전량 소각 처리됐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봉개동소각장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단순히 현재의 법체계에서 책무를 회피하는 수준에서 다뤄서는 안 된다. 사람들은 일을 통해서 생계를 유지한다. 그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일을 통해서 자신을 실현하고, 일을 통해 사회에 이바지하며 성취감을 느낀다. 이것이 노동의 권리이다. 노동은 인간이 인간다워지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것이다. 법적 책무를 회피할지는 모르겠지만 도민의 인권을 도외시하였다는 사회적 비난은 피하지 못한다.

봉개동소각장은 우리 제주사회를 지탱하는 아주 근본적인 공적 업무를 처리하는 곳이다. 쓰레기가 쌓이면 어떻게 우리 사회가 멈추는지 우리는 그간의 사례를 통해 알고 있다. 쓰레기 처리 시설의 폐쇄가 이 쓰레기 정책의 끝은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쓰레기는 끊임없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쓰레기 정책을 고려하면서 이들의 공적 기여와 전문성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지혜가 이번 오영훈 도정에 있기를 바란다. 쓰레기를 처리하는 데에 있어서, 봉개동소각장 노동자들은 단순한 하청 노동자들이 아니라 이 사회의 공적 업무를 전문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사회의 필수 노동자들이다. / 신강협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 상임활동가

참고자료 : ILO 기본협약 발효와 한국사회의 과제 국회토론회 자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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