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형사보상 인용 건수 단 1건...이 마저도 1월에 마지막 결정

제주4.3 관련 재심을 통한 명예회복 사례가 잇따르지만, 정작 마지막 구제 절차라고 할 수 있는 형사보상 절차가 멈춰 있어 4.3 유족들이 속앓이하고 있다.  

형사보상은 형사사법의 과오로 죄 없는 국민이 누명을 써 구금되는 등 손해가 발생했을 때 보상해주는 제도다. 

누명을 써 구속돼 재판을 받다 무죄 확정 판결을 받게 되면 정부는 구금일수에 최저시급 등을 반영해 보상해주며, 형사보상 결정은 법원이 내린다.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 제8조(보상청구의 기간)에 따라 형사보상은 무죄재판이 확정된 사실을 안 날부터 3년, 무죄재판이 확정된 때부터 5년 이내에 청구해야 한다.

국회 정무위원회 김한규(더불어민주당, 제주시 을) 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받은 최근 제주지법 형사보상 신청 및 처리 건수에 따르면 올해 형사보상 신청이 크게 늘었다. 

연도별 제주지법 형사보상 신청 건수는 ▲2017년 42건 ▲2018년 29건 ▲2019년 50건 ▲2020년 28건 ▲2021년 52건 ▲2022년 6월까지 101건이다. 이는 일부 비용 보상 사건이 포함돼 있는 통계다. 

올해 9월에 이르러 형사보상 신청은 150건을 넘어서 예년에 비해 3~5배 증가했다. 

4.3특별법 전면 개정에 따라 올해부터 재심이 확대돼 형사보상 신청 건수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인용 건수다. 

연도별 제주지법 형사보상 인용 건수는 ▲2017년 38건 ▲2018년 42건 ▲2019년 50건 ▲2020년 17건 ▲2021년 32건 ▲2022년 6월까지 단 1건이다.  

인용 건수가 신청 건수보다 많은 해는 전년도 신청된 형사보상이 이듬해 결정된 사례 등이 포함됐다. 

관련 규정에 따라 형사보상이 결정되면 대한민국 전자관보에 공시된다. 올해 인용된 단 1건의 형사보상은 지난해 12월29일 인용돼, 올해 1월19일 확정증명됐다. 

확정된 형사 보상의 경우 이전 형사 합의 재판부가 결정했다. 올해 신설된 4.3 전담 재판부의 경우 재심을 담당하며, 다음 구제 절차인 형사보상은 기존 형사 합의 재판부가 맡고 있다.

법관 인사로 재판부가 바뀐 뒤 단 한 차례도 형사보상 결정이 이뤄지지 않고 멈춰 있다는 얘기다.

심지어 형사보상법 제14조(보상청구에 대한 재판)에 보상청구를 받은 법원은 6개월 이내에 보상결정을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더 큰 문제는 70여년 전 발생한 4.3 피해자 대부분이 이미 고인이거나 고령이라는 점이다. 

형사보상 청구권을 가진 피해 당사자가 사망한 경우 유족 등이 청구권을 갖게 된다.  

이럴 경우 법원은 청구권은 가진 유족들에게 우편 등의 방법으로 어떤 유족이 형사보상금을 받을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며, 이 마저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4.3 유족이나 관련 단체 등은 고인이 된 4.3 피해자 1인당 청구권을 가진 유족을 ‘10명’ 정도로 계산하고 있다. 4.3의 직접 피해자가 아닌 유족마저도 고령인 상황이라 혹여 생사를 달리 했을 경우 청구권자는 더 늘어나 관련 시간이 더 소요될 수 밖에 없다. 

4.3 피해자에 대한 조속한 명예회복과 배보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쏟아져 전면 개정된 4.3특별법 입법 취지와도 어긋난다. 

9월30일 기준 올해만 제14차 직권재심으로 370명의 명예가 회복됐고, 9번의 특별-청구재심으로 60명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최근 일반재판 피해자를 대상으로 직권재심이 확대되면 재심을 통한 명예 회복 절차에 더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청구된 형사보상보다 앞으로 청구될 형사보상이 훨씬 많다는 얘기로, 법원 입장에서도 갈수록 업무가 쌓이는 형태다. 

이에 대해 김한규 국회의원은 “최근 4.3특별법에 의한 재심 건수에 맞춰 형사보상 신청도 늘고 있는데, 오래된 사건이라 증거 검토 등에 어려움이 있어 제주지법의 처리 속도가 못따라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법원은 고령의 희생자와 유족들을 위해 형사보상 결정이 조속히 처리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형사보상을 위한 절차 자체가 시작되지 않아 4.3 유족 입장에서는 “도대체 언제 되느냐?”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고령의 유족들은 시작조차 못한 것보다는 다소 느려도 관련 절차가 진행돼야 그나마 안심된다는 지적이다. 살아온 날에 비해 살아갈 날이 많지 않다는 우려인데, 유족 입장에서는 빠를수록 좋다. 

한 유족은 “형사보상이 지지부진한 것은 4.3. 유족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이미 청구된 형사보상도 진행되지 않아 추가적으로 신청하면 혹여 4.3 재심을 포함한 모든 명예회복 절차에 문제가 생길까 걱정에 형사보상을 신청하지 않고 기다리는 유족이 많다”고 귀띔했다. 

이어 “4.3피해자에 대한 계속된 명예회복으로 유족들은 법조계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 크며, 업무에 부담된다는 점도 인지해 다들 속앓이 하고 있다. 유족 속마음은 고령이라서 최대한 빨리 되길 바란다. 빨리하지는 못하더라도 형사보상 관련 절차가 시작이라도 됐으면 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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