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도덕성 흠결 인사 논란에 검찰 선거수사 맞물려...낙제점 수준 직무평가 고심

23일 강병삼 제주시장에 임명장을 전달하고 있는 오영훈 제주도지사.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주의소리
23일 강병삼 제주시장에 임명장을 전달하고 있는 오영훈 제주도지사.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주의소리

‘도민이 주인’임을 선언하며 출범한 민선8기 오영훈 제주도정이 취임 초기부터 잇단 '보은인사'로 흔들리고 있다. 오 지사 스스로 "책임을 짊어지겠다"고 공언했지만, 도민여론에 반한 행정시장 불통·보은인사는 스스로 악재를 자초했다는 평이 이어지고 있다. 

인구 70만 제주섬의 산남북 양 축을 맡는 행정수장을 발탁한다는 점에서 민선8기 첫 행정시장 인사는 이목이 집중된 사안이다. 공모를 거쳐 강병삼 제주시장, 이종우 서귀포시장의 내정 소식이 전해졌을 때는 부정적 여론이 우세했다.

6.1지방선거 과정에서 적잖은 공적을 세운 '선거공신'이라는 점은 전례에 비춰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혹자는 '코드 인사' 내지 '보은 인사'라고 깎아내렸지만, 새 도정 출범과 맞물려 정치적 이념과 비전을 같이하는 인사는 일정 부분 용인되는 측면도 있었다.

그러나, 정작 발목을 잡은 것은 후보자들의 도덕성 문제였다. 강병삼 제주시장의 경우 변호사 시절 취득한 토지의 투기 의혹이 도마에 올랐다. 지인들과 취득한 제주시 아라동과 애월읍 광령리 소재 토지들이 정상적인 농지 취득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실제 강 시장도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며 도민사회에 고개를 숙였지만 민심은 냉혹했다.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제주도정의 경쟁 대상인 국민의힘은 물론, 강 시장이 오랜 기간 몸 담았던 진보정당도 행정시장 임명을 앞장서 강하게 반대했다. 

또 다시 농지가 '투기 수단'으로 전락되는 것을 지켜본 농민단체들도 박탈감을 토로했다. 이종우 시장 역시 농지법 상의 자경 원칙을 위반하고, 보조금까지 수령한 사실이 드러났지만, 강 시장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덜 눈에 띄었을 뿐이었다.

판단을 고심하던 제주도의회 인사청문특위 역시 강 시장에 대해서는 사실상 임명에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냈다. 그리고, 인사청문보고서를 접수받은 이튿날, 오 지사는 도의회 인사청문 결과를 뒤집고 임명을 강행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꼬박 2년전인 2020년 8월 도의회 인사청문 결과를 뒤집고 고영권 제주도 정무부지사와 김상협 제주연구원장의 임명을 강행했던 민선7기 원희룡 제주도정이 그대로 떠오르는 대목이다.

특히 고 전 부지사의 경우 인사청문 과정에서 재산형성 과정의 부동산 투기 의혹과 농지법 위반 논란을 샀다는 점까지 판박이다. 내정자 스스로 문제가 된 토지를 처분하겠다고 약속하면서 돌파구를 마련한 점 역시 익숙한 장면이다.

굳이 다른 점이 있다면 제11대에 이어 제12대까지 더불어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한 제주도의회가 이전에는 국민의힘 원희룡 제주도정을 견제하려는 목적이 있었다면, 이번 인사청문은 오 지사와 같은 정당임에도 '부적합' 의견에 힘을 실으며 임명을 만류했다는 점이다.

오 지사는 양 행정시장 임명에 대해 "숙고하고 또 고민하면서 수 없이 번민한 끝에 결정하게 됐다. 선택에 대한 책임은 제가 짊어지고 가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전임 원희룡 도정과 다를 바 없다'는 세평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윤석열 정부 출범과 맞물려 치러진 6.1지방선거에서 전국적으로 보수정당의 약진이 두드러졌지만, 제주에서는 민주당 오 지사가 상대 후보를 큰 차이로 누르고 당선된 것은 전임 도정에 대한 심판 성격도 적지 않았다.

지난 9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실시한 2022년 7월 전국 광역자치단체장 및 시도교육감 직무수행평가에서 오 지사가 하위권에 쳐졌다는 점도 심상치 않은 징조다.

광역단체장을 대상으로 시정·도정을 얼마나 잘 수행하고 있는지를 묻는 이 조사에서 오 지사에 대한 긍정 평가는 46.0%로, 전국 17개 시도지사 중 14위를 기록했다. 1위인 김영록 전남지사(71.5%)와는 25%p 이상 차이났고, 전국 평균인 53.1%에도 미치지 못했다.

조사 대상을 9개 도지사로 분류하면 오 지사의 이름은 맨 아래에 있다. 무엇보다 지방선거 당시 얻었던 55.1%의 득표율 보다 9.1%p나 빠져나갔다는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같은 조사에서 도로 건너의 김광수 제주도교육감은 전국 17개 시도 중 1위를 기록했다는 점도 차이를 부각시켰다. 

별다른 사건이 없었음에도 지지율이 빠져나간 것을 두고 임기 초 '인사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크다. 행정시장 인사 외에도 출자·출연기관 인사 과정에서 보은성 내지 코드 인사가 작용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외부로 알려지지만 않았을 뿐, 오 지사 스스로도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후문도 들려온다.

공교롭게도 이 같은 시기와 맞물려 외풍(外風)도 거세다. 법조계 등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18일 오영훈 지사의 핵심 참모진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지사는 "야당 도지사가 순탄할 것이라 생각한 적은 없다"며 의연한 듯 대응했지만, 임기 초 불통인사에 낙제점 수준의 직무평가까지 나오고 있어 ‘도민이 주인’이라던 오영훈 도정의 외침이 공허한 메아리가 됐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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