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훈 도정, 행정체제 개편 시동] ① 12년 간 무산된 기초단체 부활 시도

도민 정부 시대를 선언한 민선8기 오영훈 제주도정이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돌입했다.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번번이 제기돼 온 '제왕적 도지사의 폐단'과 '행정의 민주성 저하' 문제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취지다. 최소 5~6개의 제주형 기초자치단체가 필요하다는 가이드라인까지 제시되면서 논의는 보다 구체화되고 있다. 다만, 전례에 비춰 풀어야 할 과제가 곳곳에 산적해 있다. 예기치 못한 사회적 갈등 역시 넘어야 할 산이다. [제주의소리]는 과거 행정체제 개편 논의 과정을 되돌아보고, 예상되는 기대와 우려, 더 나아가 대안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제가 권력을 이 손아귀에 넣겠다는게 아닙니다. 제가 권력을 내려놓음으로써 우리의 힘은 더 커질 것입니다. 우리가 얘기했던 제왕적 도지사의 폐단 반드시 없애겠습니다. 그 권력은 여러분들께 고스란히 돌려드리겠습니다. 우리는 2006년도부터 행정단일광역체제로 바뀌었습니다. 그렇지만 갈등이 줄어들기는 커녕 더 커졌습니다. 제주가 더 발전하기는 커녕 더 복잡해졌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의견이 도정에 국정에 제대로 반영된 적이 있습니까. 우리가 생각하는대로, 우리가 꿈꾸는대로, 우리가 설계하는대로, 제주는 개척돼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권력을 나눠야 합니다. 새로운 기초자치단체를 도입해 권력을 여러분께 나눠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이 제주의 주인이어야 합니다."

지난 5월 19일 제주시 시민복지타운 광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제주도지사 후보의 6.1지방선거 출정식. 오 후보의 일성에 좌중은 환호성으로 화답했다. 제왕적 도지사의 폐단을 끊어내겠다는 포부는 분명 도민사회가 바라던 열망 중 하나였다.

민선8기 제주도정을 책임지게 된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기회가 될 때마다 기초자치단체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자신의 공약은 2006년 특별자치도 출범을 기점으로 사라졌던 기초자치단체의 '부활'이 아닌 '새로운 제주형 기초자치단체의 도입'이라고 강변했지만, 맥은 다르지 않았다. 오 지사의 핵심 공약 중에서도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은 항상 첫 손에 꼽혔다. 

취임한지 보름도 채 지나기 전에 제주도는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을 위한 행정체제개편위원회' 위원 공개모집을 공표했다. 8월중 위원회를 구성해 내년까지 최적안을 모색하고, 내후년인 2024년에는 주민투표 등의 방식으로 공론에 부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이 같은 소식에 기시감을 느끼는 적잖은 도민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것 또한 사실이다. 자칫 요란하게 변죽만 울리다 별다른 성과도 내지 못했던 지난 12년 간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다.

기초자치단체의 필요성을 체감한 것은 비단 오 지사만은 아니었다. 전임 도정이 그랬고, 그 앞의 도정도 마찬가지였다. 기초자치단체 부활이 제주사회에 화두로 떠오른 것은 벌써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무소속으로 제주도지사 선거에 당선된 우근민 전 제주지사는 선거 과정에서 행정체제 개편의 필요성을 꺼내들었다. 2006년 특별자치도가 출범한지 불과 4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우 전 지사의 행보를 두고 '제주판 3김 시대'의 숙적 관계였던 김태환 전 지사의 업적을 부정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이라는 평가도 뒤따르기도 했다. 그럼에도 특별자치도 제주가 도지사에게 집중된 권한, 주민참여 약화, 행정의 민주성 저하 등의 문제에 직면한 것은 현실이었다.

이 같은 여론에 힘입어 우 전 지사는 기초의회 없이 행정시장만 주민이 직접 선출하는 자치모형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고, 6년만에 제주도정을 탈환했다.

이듬해인 2011년 3월 행정체제 개편위원회 설치조례를 제정한데 이어 같은해 4월 이를 수행할 '행정체제개편위원회'를 구성했다. 8월에는 한국행정학회에 의뢰한 행정체제개편 연구용역을 실시했다.

제1기 행정체제개편위는 19차례 회의를 갖고 4회에 걸쳐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그리고, 2013년 7월 일명 '행정시장직선제'로 불리게 되는 최종 권고안을 도출하게 된다.

한때 기초자치단체 부활의 가능성도 점쳐졌지만, 다른 시도와 달리 제주특별자치도가 누리고 있는 특례를 포기하고 다시 '2층제'로 되돌아가기에는 중앙정부와 정치권을 납득시킬 명분이 없다는 논리에 막혔다.

그러나, 기초의회를 구성할 수 없는 직선제 행정시장은 근본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행정시장을 직접 선출한다 한들 행정시는 자치권이 있는 자치조직이 아닌 제주도의 하부 행정기구로 남게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예산권'을 온전히 행사할 수 없다는 점은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결국, 2013년 9월 제주도의회 전체 회의에서 '행정시장 직선제' 동의안은 부결됐다. 근 3년간 요란하게 진행돼 온 행정체제 개편 논의는 별다른 소득 없이 잊혀졌다.

미결된 과제는 민선6기 원희룡 제주도정이 다시 물려받았다. 2017년 1월에 이르러 두번째 행정체제개편위원회가 꾸려지고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했다. 앞선 사례와 마찬가지로 같은해 2월에는 제주연구원에 의뢰한 행정체제개편 연구용역을 수행했다.

원희룡 전 지사 역시 '기초자치단체 부활 불가'라는 가이드라인을 세워놓고 행정체제 개편방안을 공론에 부쳤다.

두번째 행정체제편위는 기존 2개 행정시를 4개로 늘리고, 각 시장을 직선제로 선출하는 권고안을 도출해 제주도에 제출했지만, 당시 신임 정부의 지방분권 로드맵이 마련되기 전이라는 이유로 발표는 보류됐다.

민선7기 도정으로 넘어온 '행정시장 직선제'는 2019년 2월 제주도의회를 통과했지만, 국무총리 산하의 제주지원위원회의 심의 결과 '불수용' 결정이 내려졌고, 7단계 제도개선안에서도 행정안전부가 수용이 곤란하다는 입장을 제시하며 다시 무산됐다.

최적의 행정체제 개편안을 도출하기 위해 지난 12년간 거쳐 온 숱한 회의와 토론회, 공청회, 여론조사 등의 절차 자체가 무의미하다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냉정하게 되돌아보면 성과는 전무하다시피 했다.

제주를 둘러싼 상황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 제주 지방선거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둔 더불어민주당의 약진과는 달리 현재의 정부 여당은 국민의힘이다. 

이제 막 첫 걸음을 떼려는 오영훈 도정의 '기초자치단체 도입'을 위한 논의가 순탄치 않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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