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방법원 8번째 직권재심 30명 추가 명예회복…법원 “조금이나마 위안 됐으면”

제주4.3 첫 직권재심이 이뤄졌던 제주지방법원 201호 법정. 해당 법정에서 4.3 관련 재심 사건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4.3 첫 직권재심이 이뤄졌던 제주지방법원 201호 법정. 해당 법정에서 4.3 관련 재심 사건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죄가 없음에도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가 끔찍한 고초를 겪고 죄인으로 살아오거나 생을 마감한 지 70여 년 세월. 뒤늦게나마 제주4.3 직권재심으로 희생자들의 명예가 회복됐다. 

5일 오전 10시 30분 제주지방법원 형사4-1부(재판장 장찬수) 심리로 열린 직권재심에서 희생자 30명, 피고인 전원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제주4.3사건 직권재심 권고 합동수행단’이 여덟 번째로 청구한 이번 직권재심은 4.3 군법회의 당시 희생된 망인의 유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피고인들은 1948년과 1949년 제주에서 내란죄와 국방경비법 위반 등 혐의로 불법 군사재판에 회부, 유죄 판결을 받은 무고한 민간인들이다.

4.3이 발생한 이후 불법 군법회의로 수형 생활을 한 피해자는 2530명으로 파악된다.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이 4.3 당시 민간인을 대상으로 군법회의가 이뤄졌음을 보여주는 정부기록보존소 ‘군법회의 명령’ 수형인명부를 발굴하면서 세상에 드러났다. 

도내 곳곳에서 군경에 검속된 4.3 관련 혐의자들은 각 경찰서나 수용소 등에 수감돼 조사를 받은 뒤 형무소로 끌려갔다. 형기를 채워 출소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잔혹한 고문을 받고 열악한 형무소에서 옥사하거나 학살당했다. 한국전쟁 당시엔 총살로 목숨을 잃기도 했다. 

이날 변호에 나선 강병삼 국선변호사는 “피고인 대부분은 농업에 종사하는 등 죄 없는 민간인들이었다. 영문도 모른 채 고초를 겪고 왜 돌아오지도 못 했는지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라면서 “4.3유족 중 한 사람으로서 변호를 맡게 돼 의미가 남다르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누구는 부모, 형제, 자식을 잃고 가슴에 묻었다. 7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아픔을 간직한 채 살아왔다”며 “재판부가 부디 무죄를 선고해 이들이 명예회복을 이뤄 안식을 찾고 유족들의 아픔을 위로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곱 차례의 직권재심과 마찬가지로 이날 재판 역시 무죄를 요구하는 검찰의 구형과 변호인의 변론이 차례로 이뤄졌다.

앞선 재판들과는 달리 재판부는 선고를 끝낸 뒤 유족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아니라 재판 과정에서 유족들이 말할 수 있도록 배려하기도 했다.

발언 기회를 얻은 한 유족은 “유골이라도 찾았으면 했다”며 말을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흐느꼈다. 그러면서 죄를 뒤집어쓰고 끌려간 뒤 돌아오지 못한 아버지의 기일이 4.3당시 불법으로 연행된 날이라고 말하며 눈물을 쏟아냈다. 

또 다른 유족은 “아버지 시신이라도 찾을 수 있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이시간 이후로 무죄를 받게 된다면 어두운 저 세상에 가신 아버지도 밝은 곳으로 나오셔서 영면하시리라 생각한다. 이런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장찬수 재판장은 선고에 앞서 4.3직권재심 합동수행단에 직권재심 청구 순서와 관련해 유족들에게 설명해달라고 요구했다. 

4.3직권재심 합동수행단에 따르면 청구 순서는 희생자 결정일자가 우선된다. 희생자 결정 명부에 따라 순차적으로 진행하되 인적사항 등 재심 자료가 모두 갖춰진 사람을 먼저 청구하는 방식이다. 

장 재판장은 “4.3합동수행단도 자료 확인할 부분이 많아 고생을 하고 있다. 그나마 확실한 기준에 따라 진행하고 있으니 청구되지 않은 유족들께서도 조금만 기다려달라”며 “한번에 청구해서 모두의 명예회복을 이루면 좋겠지만 인간의 일인지라 한계가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선고는 모두 무죄. 재판장은 “모든 공소사실에는 유죄의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검찰 측의 제출 증거도 없고 유족들의 명예회복을 바란다는 최후의견도 있었기에 이 같은 판결을 내린다”고 선고이유를 밝혔다. 

다음은 직권재심 명예회복 명단. 

1차 직권재심(2022년 3월29일) 
고학남, 강태호, 고명순, 김성원, 홍표열, 김완생, 변기상, 이근숙, 김병로, 고화봉, 신영선, 김응종, 김계반, 김기옥, 박성택, 양자경, 허봉애, 권맹순, 양문화, 양두봉

2차 직권재심(2022년 3월29일)
김경곤, 고태원, 백무성, 박홍화, 양덕봉, 신용현, 김기휴, 이경추, 양달효, 오재호, 양두현, 양두영, 강정윤, 박창인, 김용신, 이기훈, 오인평, 오봉호, 김해봉, 변윤선

3차 직권재심(2022년 4월19일)
강성협, 강희옥, 강우제, 이문팽, 고상수, 고창두, 오형운, 송재수, 문종길, 문순조, 홍순표, 정만종, 김형남, 송창대, 김형수, 양성찬, 양달천, 김윤식, 오기하, 전병부

4차 직권재심(2022년 5월3일)
현상림, 김재추, 강순추, 현동하, 오성옥, 오두옥, 현의종, 문학선, 권승길, 양청심, 김계생, 김상화, 홍기표, 양의석, 김종해, 송두화, 송두언, 김석준, 진승림, 고승협

5차 직권재심(2022년 5월17일)
이근진, 김종우, 현재기, 김계휴, 김석룡, 이공일, 홍두식, 오태해, 오만경, 오만군, 강태양, 강달평, 김원봉, 양태봉, 고태익, 강중만, 강창식, 문철희, 문병희, 양영백

6차 직권재심(2022년 5월31일)
김한석, 김희석, 문태화, 오병연, 박상훈, 고창방, 고대진, 고행준, 양재춘, 김동호, 양봉현, 양신경, 정기휴, 정석남, 장진선, 장두문, 송자휴, 김치관, 오성언, 현지호, 이상일, 김강희, 김치봉, 이덕순, 양인행, 양승주, 강태권, 김천권, 강권기, 고두진

7차 직권재심(2022년 6월14일)
양성무, 고병일, 강병생, 안기선, 김재호, 문종석, 이석, 문태보, 양성찬, 김병수, 고성숙, 고군연, 오의혁, 강태룡, 현필윤, 김춘배, 전인봉, 전윤경, 김인보, 장한병, 김팔만, 문종여, 이대여, 조응천, 강태영, 강위관, 송두하, 강인원, 김동호, 김군호 

8차 직권재심(2022년 7월5일)
양창림, 이찬영, 서이윤, 정찬우, 고영우, 강명규, 고철주, 김병옥, 채춘배, 김희봉, 고현춘, 양문규, 박기읍, 이병근, 차주백, 이기인, 허권순, 고재온, 김의형, 김인형, 문상준, 임태훈, 현경호, 양보현, 변규하, 이명환, 김행진, 박관희, 박지호, 박응호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