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제주지법, 자격정지형 1년 선고 유예...경찰 신분은 유지

[제주의소리]가 보도한 ‘경제사범 잡다 마약사범도 잡은 제주 경찰이 직무유기?’ 기사와 관련해, 항소심에서 유죄로 결과가 뒤집혔다. 다만, 재판부가 자격정지형 선고를 유예하면서 피고인은 경찰 신분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23일 제주지방법원 형사1부(항소 재판부, 방선옥 부장판사)는 직무유기 혐의로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제주경찰청 수사과 소속 A씨(38)에게 자격정지 1년에 대한 선고를 유예했다. 

범행의 정도가 경미할 경우 재판부는 선고를 유예할 수 있다. 선고가 유예돼 일정 기간이 지나면 해당 형은 사라진다. 

관련 법상 명예형인 자격정지 이상 처벌을 받으면 경찰은 자동면직되지만, 선고가 유예됨에 따라 A씨는 경찰 신분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A씨는 동료 경찰과 함께 2020년 8월 경남 김해 한 숙박업소에서 불법 사설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피의자 B씨를 검거하는 과정에서 전혀 다른 사람인 C씨를 1시간 정도 잘못 체포했다. 당시 B씨는 숙박업소 403호, C씨는 401호에 머물고 있었다. 

다른 사람의 신분증까지 갖고 있던 C씨는 "나는 B씨가 아니다"라고 부인했고, 경찰은 403호에 있던 B씨를 확인해 긴급체포했다.  

A씨 등 경찰은 오인체포한 C씨가 머물던 401호에서 마약 등이 발견됨에 따라 육지부 경찰에게 사건을 인계한 뒤 제주로 복귀했다. 

형사소송법 등에 사법경찰관은 피의자 등을 긴급체포했을 경우 12시간 이내에 사유서 등을 검찰에 제출해 알려야 한다고 명시됐지만, A씨는 C씨를 1시간 정도 오인체포한 사유서 등을 제출하지 않았다. 

추후 C씨가 자신에 대한 오인체포가 이뤄졌다며 고소장을 제출, 이번 사건이 수면위로 드러났다. 

검찰은 A씨가 의식적으로 경찰로서의 직무를 유기한 것으로 보고 기소했다. 직무유기는 정당한 이유없이 ‘의식적’으로 직무를 포기하거나 직무·직장을 이탈하는 범행이다. 

관련 기록을 검토한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가 오인체포했던 사실을 상급자에게 알렸던 점, 체포 대상인 B씨와 오인체포한 C씨의 외모가 유사한 점, 또 숙박업소 관계자가 B씨의 객실을 잘못 알려준 점 등을 종합한 판단이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을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C씨)가 피해를 호소하면서 고소를 하지 않았다면 이번 사건은 드러나지 않았다. 피고인(A씨)은 긴급체포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검찰에 관련 내용을 알리지도 않았다. 또 오인체포 석방 사실도 보고하지 않았다. 사법경찰관인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없이 업무를 방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정말 고민을 많이한 사건이다. 피해자가 다른 범행으로 체포된 점 등을 참작했다”며 자격정지 1년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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