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철창 철거 행정대집행 전인 4월에 이미 고발한 것으로 확인돼

제주도 보훈청이 제주4.3 주범 박진경 추도비에 설치된 역사의 감옥을 철거하는 행정대집행을 진행하는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도 보훈청이 제주4.3 주범 박진경 추도비에 설치된 역사의 감옥을 철거하는 행정대집행을 진행하는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도보훈청이 4.3학살 논란 당사자인 故 박진경 대령 추도비에 설치된 철창 관련 행정대집행 철거 전 이미 시민단체를 경찰에 고발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예상된다. 

[제주의소리] 취재 결과 지난 4월 8일 제주도보훈청은 제주시 한울누리공원 인근 도로에 있는 박진경 추도비에 철창, 일명 ‘역사의 감옥’을 설치한 시민단체를 제주서부경찰서에 고발한 것으로 파악됐다.

고발 혐의는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위반이다. 

경찰은 보훈청이 관리하는 공유지에 무단으로 시설물 설치한 혐의로 조형물을 설치한 시민단체 등을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제주4.3기념사업회를 비롯한 제주지역 시민사회 단체는 지난 3월 10일 박진경 추도비에 ‘역사의 감옥에 가두다’라는 제목의 감옥을 설치한 바 있다. 

박진경 추도비는 지난해 국립제주호국원 조성사업에 따라 공비 완멸 기념비 등과 함께 기존 제주시 충혼묘지에서 지금의 자리로 이설됐다. 

당시 단체들은 “왜왕에게 충성을 맹세한 일본군 소위 출신에다 미군정 지시로 제주 4·3 학살을 집행했던 자”라며 “역사의 정의를 바로 세우고자 추모비를 철창에 가둔다”고 조형물 설립 취지를 밝혔다.

그러면서 “역사의 죄인을 추모하는 것은 그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조형물 설치를 통해 박진경을 단죄하고 불의로 굴절된 역사를 청산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제주도보훈청은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에 따라 정당한 사유 없이 공유재산에 설치된 불법 지장물이라는 취지로 원상복구 명령을 내린 뒤 이에 응하지 않자 행정대집행 절차를 통해 철창을 거둬냈다. 

이 과정에서 제주도보훈청은 행정대집행을 통해 철창을 강제로 철거한 5월 20일보다 이전인 4월 8일, 이미 시민사회단체를 고발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보수 단체인 제주4.3사건재정립시민연대는 지난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3월 28일 시민사회단체를 수사기관에 고소함과 동시에 제주도보훈청에 신고해 고발토록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제주도보훈청이 행정대집행을 하기도 전에 이미 시민단체를 고발, 법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밝혀지면서 보훈청을 향한 비판이 거셀 전망이다.

어승생한울누리공원 인근에 설치된 제주4.3 학살 주범 박진경 추도비(왼쪽)에 제주4.3단체와 시민사회단체가 '감옥'의 의미로 철창을 설치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어승생한울누리공원 인근에 설치된 제주4.3 학살 주범 박진경 추도비(왼쪽)에 제주4.3단체와 시민사회단체가 '감옥'의 의미로 철창을 설치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일본군 소위 출신인 박진경은 4.3당시 초토화 작전을 거부했다가 미 군정에 의해 해임된 김익렬 중령의 후임으로 제주에 내려왔다. 

그는 연대장으로 부임하면서 “우리나라 독립을 방해하는 제주도 폭동 사건을 진압하기 위해서는 제주도민 30만 명을 희생시키더라도 무방하다”고 발언하는 등 학살 주범으로 평가받는다.

6주간에 걸쳐 4000여 명에 달하는 도민들을 체포했으며, 제주로 부임한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대령으로 진급할 만큼 무자비하게 작전을 벌였다. 

무고한 도민들을 탄압하며 출세 가도를 달리던 중 그는 1948년 6월 18일 대령 진급 축하연을 마치고 숙소에서 잠을 자던 중 부하들에게 암살됐다. 

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에는 ‘박 대령의 작전은 주민들을 더욱 산으로 도망치게 했고, 자신은 암살당함으로써 사태 해결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더욱 악화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돼 있다.

조형물 설치에는 제주민예총, 제주주민자치연대, 제주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노동자역사한내제주위원회, 제주다크투어, 제주통일청년회, 제주4·3연구소, 제주아이쿱소비자생활협동조합, 제주여민회, 무명천진아영할머니삶터보존회, 제주참여환경연대, 서귀포시민연대, 제주문화예술공동체, 노무현재단 제주위원회, 민주노총 제주본부,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등 도내 16개 단체가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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