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당시 포고령 제2호 위반 혐의로 처벌받은 고(故) 고창옥 초대 하귀중학원 원장의 명예가 회복됐다. 하귀중학원은 일제강점기 많은 항일운동가를 배출한 학교다. 

14일 제주지방법원 형사4-2부는 고창옥 전 원장에 대한 4.3 특별재심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명예가 회복된 고 전 원장은 해방기에 설립된 제주 중등교육기관 중 한 곳인 하귀중학원의 초대 원장이다. 하귀중학원은 일제강점기 많은 항일운동가를 배출해 항일 운동에 앞장섰다. 

하귀중학원은 1945년 11월18일 당시 미군정으로부터 인가받아 운영이 시작됐으며, 하귀장학원생들은 4.3의 도화선이 된 1947년 3.1절 기념식에 대거 참여하기도 했다. 

서울 휘문고보 출신인 고 전 원장은 초대 학원장을 맡을 정도로 제주의 대표적 지식인으로 꼽혔다. 

1948년 4월2일 고 전 원장은 벌금 5000원의 약식명령에 처해졌다. 하귀중학원 원장으로서 당시 남한 단독 정부 수립을 반대하고 무허가 집회를 개최하는 등의 공중치안을 불안하게 한 혐의다. 

고 전 원장은 풀려난 뒤에서도 경찰로부터 계속된 불시 점검 등을 받다 40여년 전인 1981년 생사를 달리했다. 

이날 공판에서 검찰은 고 전 원장의 혐의 입증을 위해 제출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고, 다른 재심처럼 재판부는 고 전 원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정에는 고 전 원장의 딸과 외손녀가 직접 참석했다. 

올해 아흔살인 고 전 원장의 둘째 딸은 “경찰들이 자주 아버지를 찾았다. 주변에서는 큰 죄가 없어 풀려날 것이라고 해 안심하기도 했지만, 어릴 때는 잘 몰랐다. 명예가 회복됐다고 하니 너무 기쁘고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고 전 원장의 외손녀는 “할아버지의 명예가 회복됐다”며 눈물을 훔쳤다. 이어 “할아버지가 살아온 삶에 대해 자손들이 올바르게 알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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