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심사 “섬세한 눈매로 외돌개 장엄 미와 숭고미 읽어내” 평가

배한봉 시인.

한국문인협회 서귀포지부(지부장 안정업)는 올해 처음 제정한 제1회 서귀포칠십리문학상에 배한봉 시인의 ‘서귀포 외돌개’를 최종 당선작으로 결정했다고 10일 밝혔다.

서귀포칠십리문학상은 서귀포문학제와 연계, 예향 서귀포의 위상을 굳건히 높임과 동시에 한국문학의 자부심을 드높이기 위해 제정됐다.

더불어 서귀포문학관과 함께 서귀포의 아름다움와 가치를 세상에 알리고자 하는 산남지역 문인들의 오랜 숙원사업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문학상 작품 모집대상은 2018년 1월 1일부터 올해 4월 30일까지, 최근 5년 이내 전국에서 발행하는 문예지나 동인지 등을 통해 서귀포시를 노래한 시와 시조 작품이다.

서귀포문인협회는 지난 3월과 4월 전국 195개 문인협회와 6개 해외지부를 포함한 전국 100여 곳의 문학동인지, 각종 언론 매체 등을 통해 작품을 모집했다.

모집 결과 시 156편, 시조 93편이 접수됐으며, 서귀포문인협회는 접수된 작품을 대상으로 세 차례의 예심과 본심을 거쳐 배한봉 시인(창원)의 시 ‘서귀포 외돌개’를 당선작으로 뽑았다. 배 시인은 상금 1000만 원을 받게 됐다.


서귀포 외돌개
배 한 봉

파랗게 올라가 하늘이 된
바다가 있다
파랗게 내려가 
바다가 된 하늘이 있다

그 어느 옛날 그 어떤 전설이 
바람의 형상을 새기고
눈비의 형상을 새겨서
바다 한가운데 돌섬 하나 세워 놓고 
혀 밑의 노래를 꺼내 부르는 곳.

오름들도 알고 있고
바다를 깨우는 숨비소리도 알고 있지
천 개의 눈을 뜨고 바람을 보는 하늘,
천 개의 귀를 열고 눈비를 듣는 바다, 
밤과 낮과 더불어
돌섬 머리에
그 어느 옛날 그 어떤 전설로 뿌리 내린 것을 

나는 오늘 절벽 위에 서서
천 개의 눈을 뜬 장엄과 만나고 있다
천 개의 귀를 연 숭고와 만나고 있다


문정희 심사위원장은 “마지막에 시조가 두 편, 시가 두 편 올라왔지만, 블라인드 심사 결과 ‘서귀포 외돌개’가 으뜸의 자리를 차지했다”며 “제1회 서귀포칠십리문학상 수상자가 된 것을 크게 축하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는 새로운 미학적 의미 부여를 하면서 오름들과 숨비소리도 그 미적 정황을 알고 있다고 진술한다”며 “제주 서귀포에 이르러 외돌개를 만난 시의 화자는 남다른 섬세한 눈매로 외돌개의 장엄 미와 숭고미를 읽어낸다. 장엄은 시각으로, 숭고는 청각으로 의미화해 심금을 울린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제1회 서귀포칠십리문학상에 걸맞은 수상작이다. 앞으로도 이 귀한 상이 면면히 이어져서 삶과 직결된 서귀포의 아름다움이 온 세상에 널리 전파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고 밝혔다. 

배 시인은 “서귀포는 저에게 따뜻하고 신비롭고 넉넉한 고장이다. 그래서 더 아름답다”며 “수상자가 됐다는 전화를 받은 뒤 새삼 펼쳐 든 기억에서 서귀포 칠십 리의 서정을 음미하며 황홀감에 젖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돌개에 새겨진 시간과 공간의 문장이 시퍼렇게 귀에 쟁쟁하다. 어떤 지역의 이름을 딴 상을 받는다는 것은 그 지역에 한 그루 나무처럼 심어지는 일”이라며 “서귀포 칠십리의 이름으로 주어지는 이 상의 첫 수상자가 된 기쁨을 오래 잊지 않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서귀포문인협회는 당선작과 최종심에 올랐던 작품을 작가들과의 협의를 거쳐 국내 유명 작곡가의 곡을 붙인 뒤 음반으로 제작할 계획이다.

해당 작품들은 오는 9월 1일부터 4일까지 서귀포칠십리 시공원 일원에서 개최되는 서귀포문학제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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