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시선] 공정·상식? 뒤늦게라도 민심 따르는 장관 되길

대권주자급에 걸맞는 커리어를 쌓기위해 입각도 노려볼 것이라는 예상은 했지만, 국토부장관은 의외였다. 행안부장관이라면 또 모를까, 국회의원 시절 관련 상임위에서 활동한 적도 없고, 그의 이력에 부동산이나 교통 분야와의 접점을 찾기는 어렵다. 제주지사를 지낸 원희룡 대통령직 인수위 기획위원장 얘기다. 

언론들도 예상밖이라는 반응이다. 깜짝 인사, 파격 발탁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같은 맥락에서 전문성 보다는 정무·조정 능력을 중시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곧 야당이 될 민주당은 발끈했다. 국정 운영 파트너로서의 민주당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도 없는 일방적인 처사라고 비난했다. 그가 대선 과정에서 허위와 과장된 정치공세에 앞장섰던 것에 대한 논공행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속도로 배수구에 버려진 대장동 문건을 입수했다던 그의 비장한 표정이 새삼 떠오른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국토부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제주 제2공항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원 전 지사는 지난해 3월, 도민여론조사 결과를 뒤집고 국토부에 제2공항 정상 추진 입장을 밝혀 거센 반발에 부닥친 바 있다. ⓒ제주의소리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국토부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제주 제2공항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원 전 지사는 지난해 3월, 도민여론조사 결과를 뒤집고 국토부에 제2공항 정상 추진 입장을 밝혀 거센 반발에 부닥친 바 있다. ⓒ제주의소리

민주당이 칼날 검증을 예고한 것은 어쩌면 당연지사. ‘대장동 1타 강사’로 불리지 않았던가. 이재명 후보에 대한 숱한 의혹 제기가 민주당으로선 뼈에 사무쳤던 모양이다. 

여야의 반응이 극명하게 갈리는게 새삼스러울 일은 아니다. 다만, 지역 출신 인사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는데도 환영만 할 수 없는 지금의 상황이 못내 아쉽다. 민심을 정면으로 거스른 1년여전의 참담했던 기억이 아른거려서다. 

2021년 3월10일, 당시 원희룡 지사는 국토부에 대고 제주 제2공항을 정상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 전과는 다르게 어조는 단호했다. 결기까지 내보였다. 제2공항 건설을 위해 어떤 역할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했다. 도민에 대한 배신행위였다.

불과 21일 전, 여론조사 결과를 사실상 수용하는 입장문을 냈던 그였기에 마치 딴 사람을 보는 듯 했다.  2개 기관이 참여한 여론조사에선 제2공항 반대 의견이 모두 우세했다. 

“이제는 제2공항을 둘러싼 갈등에 마침표를 찍고, 도민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일에 함께 해 주시기를 바란다”

여론조사 결과 발표 이튿날인 2월19일, 원 지사의 이 한마디로 2015년 11월 후보지 발표 이후 5년 이상 지속된 첨예한 갈등 국면이 해소단계로 접어들 줄 알았다. 착각이었다. 영리병원 때 그렇게 당하고도 도민들은 믿음을 버리지 않았으나, 원 지사는 또 한번 손바닥을 뒤집었다.

사실, 약 8년의 원희룡 도정은 좋게 말해 말바꾸기, 냉정하게는 식언(食言)의 연속이었다. 입만 열면 도민만 바라보겠다고 했으나 곁눈질을 일삼았고, 정치적 거취를 결정할 때도 먼저 도민 의견을 구하겠다고 했으나 늘 도민은 뒷전으로 밀렸다. 언젠가 “단체장은 불출마를 선언하는 순간 레임덕이 온다”고 했던 그가 나중에는 “레임덕은 막는다고 될 일이 아니”라고 한 대목은 말바꾸기의 교본으로 삼을 만 하다. 

“공정과 상식이 회복돼야 할 민생 핵심 분야인 부동산 정책에 대한 이해가 높은 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원희룡 후보자를 이렇게 평가했으나, 적어도 원 도정의 8년은 ‘공정’ 혹은 ‘상식’과 거리가 있었다. 차라리 부동산 정책은 강단이 필요하니 힘있는 실세 정치인을 투입했다고 하면 고개를 끄덕이겠다. 

“제주도지사 내내 도민의 민의와 약속을 가볍게 여겨온 원희룡씨가 국토부장관이 된다니 벌써부터 국토부가 얼마나 불통과 독선으로 나아갈지 걱정이 앞선다”

국토부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날, 시민사회가 핏대를 세운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시민사회는 즉각적인 지명 철회까지 요구했으나, 이미 누누이 확인된 제주지역 민심을 뒤늦게라도 따른다면 그를 향한 시선은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폐지 입장이던 임대차 3법에 대해 최근 ‘약자 보호 장치’라며 의도 만큼은 좋게 평가한 점에 주목한다. 

제2공항 추진 과정 내내 국토부와 각을 세웠던 원희룡 후보자가 이제는 그 조직의 수장이 될 참이다. 이것도 얄궂다면 얄궂은 운명이다. 

2021년 7월20일, 환경부가 최종 반려한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의 하자는 치명적이다. 보완에 보완을 거듭한 평가서가 반려될 정도면 하자의 치유는 불가능한 것인지 모른다. 

그럼에도 국토부는 ‘토건사업 부처’ 답게 미련을 버리지 않고있다. 무리를 해서라도 반드시 추진해야만 하는 또다른 뭔가가 있는지 궁금하다. 그해 12월부터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가능성 검토 연구’ 용역을 추진중이다. 하다하다 안되니 이제는 보완 가능성까지 ‘연구’해보겠다는 것이다. 예산 2억4000만원을 투입했다. 

도민 여론을 중시하겠다는 입장을 여러차례 밝혀놓고 매번 약속을 어긴 국토부는 제주사회에서 완전히 신뢰를 잃었다. 그걸 제주 출신 ‘원희룡 장관’이 만회하고 도민에게서 박수를 받는 상황은 정녕 기대할 수 없을까.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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