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방정치인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도민행복 / 이유근 제주 아라요양병원장

이제 9주가 지나면 6.1 지방선거가 치러진다. 정치가 가장 큰 봉사활동이라 여기는 많은 분들이 자천타천으로 도지사와 도의회 의원이 되기 위해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제주도를 위해 힘쓰겠다고 하니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어떻게 하는 것이 진정으로 도민들을 위한 것인지 모르는 분들이 열심히만 하면 되는 것이 정치는 아니다. 모르는 사람이 열심히 하는 경우가 가장 위태롭다는 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정치가들이 해야 할 일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도민들의 행복이다. 도민들을 불행하게 하는 정책을 펴서는 안 된다. 다만 지금의 행복과 다음의 행복이 충돌할 경우 어떤 것을 취해야 할 것인가 하는 것은 선택의 문제다. 지금의 행복보다 다음의 행복에 더 가중치를 두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런데 문제는 도민들께서 자라온 환경이 다르고 생각하는 바가 제각각이어서 과연 어떤 상태가 행복한가에 대해서 얘기하다 보면 중구난방이 되기 쉽다. 여러 선각자들이나 현자들이 행복에 대해서 많은 견해를 나타내셨다. ‘병을 치료하는데 약이 많다는 것은 가장 좋은 약이 없다는 것’이라는 말도 있듯이, 행복이라는 것도 한 가지로 정의할 수가 없다는 말이 된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마음의 평화가 행복이라는 보따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의견의 일치를 보는 것 같다.

필자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명제에서 행복을 유추하고 싶다. 동물들은 건강하여 먹이를 마련하는 데 어려움이 없으면 행복하리라 여겨진다. 그러나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점에서 일반 동물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의식주가 해결되었다고 행복하다고 여기는 사람은 극소수일 것이다.

여기서 필자는 ‘사회적’이라는 말을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자기가 해야 할 역할을 다하며, 주위 사람들과 화목하게 지내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수많은 시계 부품이 제 역할을 다해야 시계가 돌아가듯이, 인간 사회도 일의 경중을 떠나 각자가 많은 일을 충실히 해 나갈 때 사회적 안녕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래 고향에 살다 보니 많은 제주도민들이 보람을 느끼는 일거리를 찾지 못해 행복을 느끼지 못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리고 나이가 드신 분들은 자식들이 알맞은 일거리가 없어 육지로 나가버리니 사랑하는 자손들을 자주 볼 수 없는 것이 불만이다.

그러니 정치가들이 해야 할 일은 제주도민들이 각자 맡은 일에서 보람을 느끼고, 서로 화목하게 지낼 수 있도록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다.

제주도는 모두가 얘기하듯이 보물섬이다. 자연환경뿐만 아니라 특별자치도라는 제도와 인재까지도 다듬기 나름으로 보물이 될 수가 있다.

오늘날 제주도는 다른 지방정부가 갖지 못한 ‘황금 알을 낳는 거위들’을 가지고 있다. 내국인 면세점, 마권세, 로또복권 배당금, 등록세 수입,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삼다수가 있다. 이들 소득을 합치면 작년에 4000억원 정도가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제주도의 일 년 예산이 올해 처음으로 6조원이 넘었다. 그러나 공무원 봉급이나 시설 유지비 등 고정비를 빼고 중앙정부에서 주는 교부금 등을 제외하면 실제 도내에서 시행하는 사업에 제주도가 부담하는 돈은 2조원이 채 안 된다. 이런 형편에 4000억 원이라는 군돈은 제주도 입장에서는 엄청나게 많은 돈이다. 이에 더해 삼다수를 증산하면 거기에서 얻는 이익금은 훨씬 많아지게 된다.

이 돈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 제주도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중 도민들 사이에 가장 의견 대립이 많은 것이 삼다수의 증산이다. 삼다수를 증산할 경우 제주도의 지하수가 고갈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하지만 제주도 지하수 소모량의 80% 정도를 농업용수로 쓰고 있고 삼다수로 쓰는 것은 1% 정도에 불과하다는 현실을 안다면, 삼다수의 증산으로 지하수가 고갈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은 기우라는 것을 금방 알게 될 것이다. 

경제원론에 보면 모든 상품은 부가가치가 높은 순서로 생산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제주도민들에게 생활용수는 경제로 따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므로 최우선에 두어야 할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술이나 삼다수로 쓰이는 것이 당연하다 할 것이다. 다만 ‘농은 천하지 대본(農 天下之大本)’이라는 말도 있듯이 농업용수는 단순한 경제논리로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농업용수는 다른 방법으로 웬만큼 충당할 수 있다. 저류지 등 빗물을 저장하는 시설을 만들고, 하수종말처리장에서 나오는 처리수를 농업용수로 쓴다면 하루 10만 톤 정도의 농업용수를 충당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렇게 농업용수로 쓰이는 지하수를 줄이면 그만큼 삼다수를 증산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삼다수를 지금보다 10배 증산해도 지금 지하수 사용량의 10%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것으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득은 1조 원에 육박한다. 이 정도의 돈만 있으면 제주도의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우선적으로 농업용수를 확보하기 위한 시설비(예를 들면 저류지를 만들고 농업용수도 건설)로 쓰고 다음으로 시급한 인재육성을 위해 썼으면 한다.

이유근 아라요양병원 원장.
이유근 아라요양병원 원장.

모든 일은 결국 사람의 문제다. 좋은 인재들이 많으면 올바른 발전도 그만큼 손쉽고, 좋은 기업을 유치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스탠포드대학이 실리콘밸리의 발전에 지대한 역할을 하였듯이 제주대학교와 제주한라대학교 그리고 제주관광대학교를 특화해 전국의 우수한 인재들을 끌어들이려면 경제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1년에 4~5백억원 정도만 제주도가 지원해줘도 훌륭한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제주도의 공무원들이나 시민단체 임원, 언론인들과 정치를 지망하는 분들 중에서 선발하여 외국이나 대기업에 파견해 견문을 넓히게 하면 머지않은 장래에 정말 제주도는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모두가 살고 싶어 하는 곳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제주도지사나 제주도의원을 꿈꾸고 계신 분들께서는 큰 틀에서 제주도의 발전이 도민들의 행복한 삶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종잣돈을 마련하기 위해 대체농업용수의 개발과 삼다수 증산을 깊이 있게 다뤄주셨으면 한다. / 이유근 제주 아라요양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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