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현장] 29일 제주4.3 직권재심 1~2번째 대상자 70여년 만에 무죄 선고

구형 ‘무죄’ 변호 ‘무죄’ 선고 ‘무죄’ 제주4.3희생자 40명 명예회복

 

29일 오전 4.3 직권재심 2건 피고인 40명 전원에 대해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했다. 
29일 오전 4.3 직권재심 2건 피고인 40명 전원에 대해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했다. 

검사가 직권으로 청구한 제주4.3 직권재심의 첫 번째와 두 번째 대상자 40명의 명예가 70여년 만에 완전히 회복됐다. 무죄가 선고되자 유족들은 통한의 세월을 버텨낸 눈물을 훔치며 환호했다. 

제주지방법원 형사4-2부와 형사4-1부는 ‘제주4.3사건 직권재심 권고 합동수행단(합동수행단)’이 청구한 직권재심 2건에 대한 공판을 29일 오전 10시와 오전 11시에 각각 열어 재심 청구자 전원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4.3특별법 전면 개정 후 구성된 합동수행단이 청구한 1~2번째 직권재심 사건이다. 

제주지법은 4.3 관련 재심에 대한 도민사회의 관심이 매우 높다고 판단, 이날 법정 내부 촬영을 언론에 모두 허용했다.  

형사재판 법정 검찰석과 변호인석, 피고인석, 증인석에는 각각 명패가 설치돼 있었는데, 이날 201호 법정의 피고인석엔 명패가 없었다. 재심 청구자들은 ‘피고인’이 아닌 국가 공권력에 의한 억울한 피해자들이기에 제주지법 차원에서 미리 치웠다.  

청구인은 각각 20명씩 총 40명으로, 제주4.3 당시 내란죄와 국방경비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은 억울한 피해자들이다.  

변진환 검사가 재심 청구인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40명은 모두 망인이다. 각 사건은 첫 번째 직권재심 사건 변호는 문성윤 변호사, 두 번째 사건은 강변삼 변호사가 맡았다. 

검찰 측에서는 합동수행단 소속 변진환 검사와 정소영 검사가 참석했다. 

변 검사는 “4.3은 현대사에서 한국전쟁 다음으로 인명 피해가 컸던 사건이다. 송요찬(4.3 당시 9연대장)의 지시로 중산간 이상 도민이 폭도로 몰려 초토화 작전이 벌어졌다”고 밝혔다. 

이어 “4.3으로 당시 제주도민의 1/10이 목숨을 잃었고, 1만여가구가 소실된 엄청난 비극이다. 공권력과 이념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됐으며, 수십년간 희생자들은 통한의 세월을 살았다. 유족 등의 진술을 보면 아무런 죄가 없는데도 군경에 연행돼 처벌을 받았다. 증거도 전혀 없다. 피고인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해 달라”고 무죄를 구형했다. 

첫 번째 직권재심 사건 변호인 문성윤 변호사가 청구자들의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하고 있다. 
첫 번째 직권재심 사건 변호인 문성윤 변호사가 청구자들의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하고 있다. 
두 번째 직권재심 강병삼 변호사가 울먹이면서 변호하고 있다.
두 번째 직권재심 강병삼 변호사가 울먹이면서 변호하고 있다.

첫 번째 사건 변론에 나선 문성윤 변호사는 “부당한 공권력에 억울한 희생자들이다. 과거사 해결의 모범적 사례가 돼야 한다. 4.3과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희생자들에게) 무죄를 선고 해달라”고 변호했다. 

두 번째 사건 변론을 맡은 강병삼 변호사는 “공소사실은 검찰이 입증해야하지만, 증거가 없다. 피해자 대부분이 농민이거나 학생이었다. 피고인들은 걱정하지 말라며 가족들을 안심시켰지만, 끝내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며 눈물로 무죄를 호소했다.

검찰과 변호인 양측이 모두 무죄를 주장하자 재판부는 “공소제기(기소)에 따른 혐의 입증은 검찰이 해야 하지만, 검찰이 범죄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구형했다”며 “피고인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결했다. 

무죄가 선고되자 4.3 유족들이 박수를 치며 기뻐하고 있다. 
무죄가 선고되자 4.3 유족들이 박수를 치며 기뻐하고 있다. 
명예 회복에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는 유족.
명예 회복에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는 유족.
4.3 유족이 명예 회복에 대해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4.3 유족이 명예 회복에 대해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무죄가 선고되자 방청석에 앉아있던 유족들은 감격의 눈물을 연신 훔치기도, 두 손을 번쩍 들어 박수를 치고 기쁨의 환호를 내질렀다. 

이어 장찬수 재판장은 “‘살암시민 살아진다.(살고 있으면 살 수 있다)’는 말처럼 삶이 아무리 험해도 살아있는 한 살기 마련이다. 그만큼 삶이 소중함에도 피고인들은 영문도 모른 채 극심한 이념 대립 속에 희생됐고, 목숨마저 빼앗겼다. 피고인들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말한다. ‘당신은 서러워할 봄이라도 있지만’…”이라며 허영선 제주4.3연구소장의 시를 인용, 유족들을 위로했다. 

이날 명예가 회복된 4.3피해자 고(故) 허봉애씨의 딸 허귀인씨는 “오늘 아버지의 죄명이 ‘내란죄’란 사실을 처음 알았다. 재판도 없이 목포로 끌려갔고, 이후 2차례 편지가 온 이후 연락이 끊겼다. 무죄라고 하니 정말 눈물이 난다. 모든 한이 풀리는 것 같다. 어머니가 살아계셨다면 얼마나 좋아했을까”라며 눈물을 닦아 냈다.  

고 이기훈씨의 외조카 김영철씨는 “어머니의 형제는 오빠인 제 외삼촌 뿐이다. 외할아버지는 밤중에 소리만 나면 ‘기훈이 와시냐?(왔어?)’라고 계속 외삼촌을 찾았다. 18살에 도시락 들고 일하러 갔는데, 빨갱이가 됐다. (늦었지만) 명예가 회복돼 기쁘다”며 눈물을 훔쳤다. 

장찬수 재판장이 현기영의 소설 '순이삼춘'을 언급하면서 4.3유족들을 위로하고 있다. 
장찬수 재판장이 현기영의 소설 '순이삼촌'을 언급하면서 4.3유족들을 위로하고 있다. 

다음은 2022년 3월29일 명예회복 4.3 희생자 명단. 

첫 번째 직권재심 
고학남, 강태호, 고명순, 김성원, 홍표열, 김완생, 변기상, 이근숙, 김병로, 고화봉, 신영선, 김응종, 김계반, 김기옥, 박성택, 양자경, 허봉애, 권맹순, 양문화, 양두봉

두 번째 직권재심
김경곤, 고태원, 백무성, 박홍화, 양덕봉, 신용현, 김기휴, 이경추, 양달효, 오재호, 양두현, 양두영, 강정윤, 박창인, 김용신, 이기훈, 오인평, 오봉호, 김해봉, 변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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