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양 열사 기림비 17일 인문대 진앙터 제막 “당신의 불꽃, 후배들이 기억합니다”

제주대학교 53대 물결 총학생회와 54대 우리 총학생회는 17일 오전 11시 제주대 인문대학 1호관 진앙터에서 제주도개발특별법을 막기 위해 온 몸을 던진 故 양용찬 열사의 기림비 제막식을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제주대학교 53대 물결 총학생회와 54대 우리 총학생회는 17일 오전 11시 제주대 인문대학 1호관 진앙터에서 제주도개발특별법을 막기 위해 온 몸을 던진 故 양용찬 열사의 기림비 제막식을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제주도개발특별법을 막기 위해 온 몸을 던진 故 양용찬 열사의 기림비가 그의 모교에 세워졌다. 

제주대학교 53대 물결 총학생회와 54대 우리 총학생회는 17일 오전 11시 제주대 인문대학 1호관 진앙터에서 양용찬 열사 기림비 제막식을 열었다. 

양 열사가 1991년 제주도개발특별법 제정 반대를 외치며 분신, 생을 마감한 지 30년 만에 그의 뜻을 기리고 본받기 위해 후배들이 직접 나섰다는 의미가 더해졌다.

이날 행사에는 현경준 물결 총학생회장, 양우석 우리 총학생회장을 비롯해 1991년 양 열사 분신 당시 제주대 총학생회장이었던 위성곤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서귀포시)도 참석했다.

더불어 양 열사의 친형 양용호 씨와 고광성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대표, 김용택 제주대 민주동문회장, 정민구 제주도의회 부의장, 김동윤 제주대 인문대학장, 장창은 제주대 사학과 학과장 등 관계자도 함께했다. 

현 총학생회장인 양우석 회장은 추모사를 통해 “제주지역 생존과 자주성 수호를 위해 온몸을 불꽃처럼 태우며 산화해간 선배님께 머리 숙여 명복을 빈다”며 “선배님이 만들어 내신 불꽃을 보며 우리 후배들은 목소리를 외칠 수 있는 용기를 배우고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앞에 놓인 수많은 위기와 도전을 마주한 지금, 우리에겐 선배님이 세상을 향해 외쳤던,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청년이 외쳤던 목소리와 용기가 필요하다”라면서 “선배님의 의로운 삶과 숭고한 정신을 깊이 새겨 이어나가겠다”고 힘줘 말했다.

제주대학교 53대 물결 총학생회와 54대 우리 총학생회는 17일 오전 11시 제주대 인문대학 1호관 진앙터에서 제주도개발특별법을 막기 위해 온 몸을 던진 故 양용찬 열사의 기림비 제막식을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사진 왼쪽부터 현경준 2021학년도 제주대 53대 물결 총학생회장과 양우석 2022학년도 제주대 54대 우리 총학생회장. ⓒ제주의소리
제주대학교 53대 물결 총학생회와 54대 우리 총학생회는 17일 오전 11시 제주대 인문대학 1호관 진앙터에서 제주도개발특별법을 막기 위해 온 몸을 던진 故 양용찬 열사의 기림비 제막식을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제주대학교 53대 물결 총학생회와 54대 우리 총학생회는 17일 오전 11시 제주대 인문대학 1호관 진앙터에서 제주도개발특별법을 막기 위해 온 몸을 던진 故 양용찬 열사의 기림비 제막식을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양 열사 기림비 제막에 적극적으로 힘써온 현경준 전 총학생회장은 “30년이 흐른 지금에서야 열사께 졸업 증서와 열사를 기억할 기림비를 세운다”며 “이 땅에서 찬란한 미래를 꿈꿨을 당신께 우리의 미약한 노력을 바친다”고 추모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강한 바위일지라도, 내가 계란만큼 약한 존재일지라도 비겁하게 숨지 않고 부딪혔던 당신의 용기는 30년이 지난 후배들에게도 큰 용기가 된다”며 “숨지 않고 당신을 기리는 마음을 기억해 당당히 맞서 싸우겠다”고 말했다.

이어 “스물 다섯의 나이, 그 연약한 줄기가 피어낸 꽃이 쉬이 지지 않도록 오래도록 기억하고 용기있게 이겨내겠다”며 “우리의 제주가 제주다운 모습으로, 아름다운 우리의 고향이 될 수 있도록 당신의 용기와 함께하겠다”고 강조했다. 

양 열사는 1966년 9월 서귀포시 신례리에서 태어나 1985년 제주대 사학과에 입학했다. 집안에서는 처음으로 4년제 국립대학교에 입학했지만, 그는 학업을 중도 포기한 채 농업과 청년회 활동에 참여해왔다.

군 제대 이후 복학하지 않고 타일공으로 일하던 그는 1989년 서귀포나라사랑청년회 회원으로 농산물 수입개방문제와 제주도개발특별법 등 지역개발문제에 관심을 갖고 활동하다 1991년 11월7일 제주도개발특별법 제정 반대를 외치면서 분신, 생을 마감했다.

도민 절대다수가 반대하던 제주도개발특별법을 당시 거대 여당이었던 민자당이 밀어붙이자 “제주도개발특별법 반대, 민자당 타도”를 외치며 몸에 기름을 끼얹은 채 온 몸을 던졌다.

유서에는 삶의 터전으로의 제주, 생활의 보금자리로의 제주를 지키기 위한 그의 숭고한 뜻이 담겼다. 

“나는 우리의 삶과 뼈를 갉아먹으며 노리개로 만드는 세계적 관광지 제2의 하와이보다는 우리의 삶의 터전으로써, 생활의 보금자리로써의 제주도를 원하기에 특별법 저지, 2차종합개발계획 폐기를 외치며 또한 이를 추진하는 민자당 타도를 외치며 이 길을 간다.”(故 양용찬 열사의 유서 내용 중)

제주대학교 53대 물결 총학생회와 54대 우리 총학생회는 17일 오전 11시 제주대 인문대학 1호관 진앙터에서 제주도개발특별법을 막기 위해 온 몸을 던진 故 양용찬 열사의 기림비 제막식을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사진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국회의원(서귀포시), 고광성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대표, 김용택 제주대 민주동문회장. ⓒ제주의소리
제주대학교 53대 물결 총학생회와 54대 우리 총학생회는 17일 오전 11시 제주대 인문대학 1호관 진앙터에서 제주도개발특별법을 막기 위해 온 몸을 던진 故 양용찬 열사의 기림비 제막식을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故 양용찬 열사 친형 양용호 씨. 그는 30년이 지난 지금 기림비가 세워져 떳떳하게 동생의 이름을 부를 수 있게 됐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제주의소리

학생 대표의 추모사에 이어 인사말에 나선 위성곤 국회의원은 “지금 우리는 개발과 보전이라는 두 가지의 갈등을 마주하고 공존이라는 숙제를 하나하나 풀어가고 있다”며 “열사가 원했던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는지, 또 다른 모습인지는 가치판단이 필요하지만 함께 고민하고 공존을 이뤘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제막식에는 지속가능한 제주를 원하는 바람들이 담겼다. 모교에 설치돼 우리 후배들에게 다시 이야기가 전해지고 논의의 장을 마련해가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30년 전 동생인 양 열사를 떠나보낸 양용호 씨는 기림비 앞에서 동생의 죽음 이후 지난 과거 세월을 떠올리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그는 “30년 동안 가족들은 양용찬이 내 동생이다, 내 형이다, 내 오빠다 라는 말을 꺼내는 데 움츠러듦이 있었다”며 “그런데 오늘을 계기로 용찬이가 내 가족이라는 말을 떳떳하게 할 수 있겠다. 졸업장과 기림비 제막에 힘써준 모든 분들게 감사함을 표한다”고 말했다.

고광성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대표는 “양 열사의 기림비 제막에 맞춰 과거를 돌아보면서 나는 과연 무엇을 해왔나 많이 부끄러웠다”며 “후배들에게 너무 고맙고 관심을 가져주신 모든 분들게 감사하다. 이번 계기로 양 열사와 학생들이 이어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김용택 제주대 민주동문회장은 “열사가 세상을 떠난 지 30년이 지나고서야 세울 수밖에 없었던 어려움이 많았겠지만, 이제 새로운 시작을 맞았다”며 “후배들에게 좋은 길을 안내하게돼 기쁘고 삶의 고민을 함께할 이곳에 세워져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행사에 참여한 안태준·김승주 제주대 38대 문득 인문대학 학생회장단은 양 열사의 기림비 앞에 제주대학교 점퍼를 바치기도 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28일에는 제주대학교가 지역 운동의 헌신적인 실천을 통해 사회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 양 열사 명예졸업증서를 수여한 바 있다.

제주대학교 53대 물결 총학생회와 54대 우리 총학생회는 17일 오전 11시 제주대 인문대학 1호관 진앙터에서 제주도개발특별법을 막기 위해 온 몸을 던진 故 양용찬 열사의 기림비 제막식을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제주대학교 53대 물결 총학생회와 54대 우리 총학생회는 17일 오전 11시 제주대 인문대학 1호관 진앙터에서 제주도개발특별법을 막기 위해 온 몸을 던진 故 양용찬 열사의 기림비 제막식을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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