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희생자 2073명 재심 청구, 미등록 희생자 600여명 억울함 해결도 과제

피의 광풍이 몰아쳐 수많은 제주도민이 희생당한 4.3 당시 군법재판에 회부,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수형인들의 첫 직권재심 청구가 10일 이뤄졌다. 

대검찰청의 지휘 아래 제주4.3특별법 개정 이후 검사 직권으로 첫 재심이 청구된 역사적인 순간이다. 그동안 개별 재심청구는 있었지만, 검사 직권 청구라는 의미가 더해졌다.

그러나 남아있는 고령의 생존수형인과 유족을 비롯해 이들의 억울함을 풀어줄 증인들이 세상을 떠나고 있어 과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주문이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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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제주4.3사건 직권재심 권고 합동수행단은 4.3관련 군법회의에 회부, 억울하게 형을 산 수형인 중 20명에 대한 직권재심을 청구했다. 남은 이들의 억울함을 풀어내야 하는 과제가 앞으로 남은 가운데 수형인명부가 수기로 이뤄져 확인 작업에 난항이 예상된다. ⓒ제주의소리

제주4.3사건 직권재심 권고 합동수행단(단장 이제관, 이하 합동수행단)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제주지방법원에서 4.3관련 군법회의 수형인명부에 기재된 2530명 중 20명에 대한 직권재심 청구를 접수했다.

수형인명부는 1948년 12월과 1949년 7월에 치러진 두 차례의 군법회의에 회부돼 수형생활을 한 2530명의 명단이 적혀있다.

인적사항이 특정되고 관련 자료가 갖춰진 20명의 수형인은 이날 직권재심 대상자로 청구됐다. 이번에 청구되는 사람과 이미 판결을 받거나 개별적으로 재심을 청구한 사례를 제외하면 남은 수형인은 2073명에 달한다.

개별재심 청구사례는 군사재판 437명, 일반재판 51명으로 진행 중인 사건을 제외하고 대부분 무죄나 공소기각 판결이 내려졌다.

이에 남은 2073명의 재심청구와 그중 희생자로 인정이 안 된 600여 명의 억울함을 풀어내는 일이 과제로 남았다. 

최초 수형인명부에 기록된 2530명 중 1931명의 경우 희생자로 결정돼 기록이 남았으나 599명은 희생자 결정이 없어 이를 증명하고 찾아내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수형인명부가 한문 수기로 이뤄진 데다 오기가 많아 난항도 예상된다.

이날 직권재심 청구가 이뤄진 20명의 경우 1차 검증이 끝난 희생자들로, 그나마 재심을 청구할 기본 자료가 있는 분들이었다. 

합동수행단에 따르면 수형인명부에 본적이나 이름, 생년월일 같은 인적사항과 판정, 선고일자, 형량 등이 잘못된 경우가 많아 이를 찾아내는 작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어떻게 군법회의에 회부, 끌려가게 됐는지 입증하는 과정에 앞서 기본정보를 파악하는 문제부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가족이 희생당했거나 유족이 없는 경우, 연고가 없는 경우 등 해결해야 할 숙제가 산적했다. 

이제관 단장은 이날 취재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첫 직권재심 의미와 문제 해결을 위한 앞으로의 방향을 밝혔다.

이제관 제주4.3사건 직권재심 권고 합동수행단장은 확인 작업이 가장 힘들지만 생존수형인과 유족들의 억울함을 풀고 명예회복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해 신속히 조사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제주의소리
이제관 제주4.3사건 직권재심 권고 합동수행단장은 확인 작업이 가장 힘들지만 생존수형인과 유족들의 억울함을 풀고 명예회복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해 신속히 조사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제주의소리
정부기록보존소에 보관된 수형인명부를 확인하고 있는 합동수행단원. ⓒ제주의소리
정부기록보존소에 보관된 수형인명부를 확인하고 있는 합동수행단원. ⓒ제주의소리

이 단장은 “지난해 11월 출범 이후 행안부와 제주도청, 4.3단체 등과 협력하며 수형인명부를 분석하고 대상자를 특정, 자료를 수집하는 등 준비해왔다. 이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수형인명부 확인 작업”이라고 말했다.

이어 “4.3특별법에 의해 법무부장관이 대검찰청에 지시, 유관기관과 힘을 합쳐 수형인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검사가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한 데 의의가 있다”며 “재심에 대해 모르는 희생자분들도 명예를 회복할 길이 열리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첫 직권재심 청구 인원이 20명인 점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수형인 모두 직권재심을 청구할 계획이나 확인 작업이 오래 걸린다”며 “재판이 더뎌지지 않도록 인적사항 등이 명확히 확인되는 대로 최선을 다해 신속히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형인명부가 사람이 손으로 직접 기재한 자료다 보니 잘못된 내용도 많고 알아보기 힘들기도 하다”며 “또 재심청구 전 유족에게 알리기 위해 통화하는 작업도 시간이 꽤 소요된다”고 덧붙였다. 

희생자로 등록되지 않은 599명의 경우에는 제적등본 등을 통해 본인 일치여부를 확인한 뒤 군사재판 경위를 확인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 작업이 오래 걸리겠지만 특별법상 재심대상으로 주장, 재심을 청구하겠다고 말했다. 

이 단장은 2000여 명의 직권재심 청구와 관련해 2년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자료 수합과 더불어 법원 재판 상황에 따라 더 걸릴 수도 있겠다고 언급했다. 

제주지방법원에 형사합의부가 1개밖에 없어 다른 사건들과 재판을 함께 처리하다 보면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단장은 재판부 여력이 된다면 직권재심 청구 인원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심이 청구된 수형인들의 경우 앞선 재심 재판에서 공소기각이나 무죄 판결이 내려진 선례가 있기 때문에 큰 무리 없이 명예회복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이 단장은 “다행히 그동안 4.3평화재단이나 4.3연구소 등 단체에서 기초작업을 많이 해두셔서 도움이 많이 된다”며 “이날 청구한 20명의 수형인을 비롯해 앞으로도 법 절차에 따라 충실히 공판을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4.3사건 직권재심 권고 합동수행단은 제주4.3위원회로부터 권고받은 직권재심 업무 수행을 위해 지난해 11월 24일 출범했다. 

경찰청 인력 지원을 바탕으로 고검검사급 단장 1명, 검사 2명, 검찰수사관 2명, 경찰관 2명, 실무관 1명 등 정부 합동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제주도청 4.3지원과를 비롯한 유관기관 협력으로 수형인들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노력 중이다. 

제주4.3사건 직권재심 권고 합동수행단 소속 수사관들이 10일 오전 제주지방법원을 찾아 4.3 피해자 20명에 대한 직권재심을 청구했다. ⓒ제주의소리
제주4.3사건 직권재심 권고 합동수행단 소속 수사관들이 10일 오전 제주지방법원을 찾아 4.3 피해자 20명에 대한 직권재심을 청구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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