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피고인 김씨에 무기징역 구형...오는 17일 1심 선고

제주의 대표적 장기미제인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 피고인 김 모씨(55)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이 조만간 내려진다. 20여년전 발생해 오랫동안 미궁에 빠졌던 이 사건의 실체를 밝힐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검사 출신으로 고향 제주에 변호사 사무실을 차린 이승용 변호사는 1999년 11월5일 새벽 3시쯤 제주시 관덕정 인근 골목길에서 흉기를 든 괴한의 습격을 받아 숨졌다. 당시 이승용 변호사의 나이는 44세. 

검찰은 당시 제주에서 활동하던 조직폭력배 ‘유탁파’ 소속으로 ‘갈매기’라 불리던 손모(2014년 8월 사망)씨가 이승용 변호사를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당시 행동대장급이었던 피고인 김씨가 신원불상인으로부터 현금 3000만원에 ‘이승용 변호사를 손봐야 한다’는 지시를 받고 손씨와 함께 이승용 변호사 살해를 위한 방법과 도구 등 구체적인 실행에 가담한 것으로 봤다.  

형법 제30조(공동정범)에 따라 2인 이상이 공모해 죄를 범한 때 각자를 그 죄의 정범으로 처벌한다. 공모자도 공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조항이다. 

지난해 9월14일 검찰은 살인 등 혐의로 김모(55)씨를 기소했다. 

또 김씨는 SBS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을 협박한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김씨 측은 협박 혐의는 인정했지만 살인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해외에 체류하다 국내로 송환된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 피고인 김씨.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해외에 체류하다 국내로 송환된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 피고인 김씨.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공소시효 완성? 소멸?

2007년 형사소송법이 개정되면서 살인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15년에서 25년으로 늘었다. 형소법 개정에 따라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의 공소시효는 2014년 11월5일 0시를 기해 완성됐다. 

다만, 2015년 7월 형소법 개정으로 살인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폐지됐다. 또 제253조 3항이 신설돼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해외에 갈 경우 공소시효가 정지된다. 관련 사건이 아니라도 피의자에게 적용된 모든 혐의에 대한 공소시효가 정지된다.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 피고인 김씨는 2014년 3월 출국해 장기간 해외에 체류한 바 있다. 

검찰은 당시 김씨가 다른 사건으로 기소·입건됐으며, 이를 피하기 위해 해외에 출국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재판 과정에서 검찰은 김씨가 해외에 체류하고 있던 2015년 7월 형소법이 개정돼 김씨에 대한 살인 범죄 공소시효가 소멸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피고인 김씨 측은 형사처분을 피하기 위해 해외에 출국한 적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또 김씨에 대한 혐의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살인이 아니라 ‘상해치사’가 적용돼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손을 봐주라’는 지시는 위협을 가하는 수준이며, 갈매기가 이승용 변호사에게 위협을 가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살인이 일어났다는 주장이다. 

형법에 따라 상해치사는 징역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지는데, 최대 15년인 상해치사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완성됐다는 주장이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의 김씨 발언을 통해 이 같은 주장을 반박했다. 

검찰은 김씨와 조폭 관련 영화나 드라마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는데, 조폭 세계에서는 ‘손 좀 봐줘라’라는 말을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는지 묻자 김씨가 ‘사람을 죽인다’는 취지로 대답했다고 반박했다. 

김씨에 대한 공판이 이뤄진 제주지방법원 201호 법정.

 진실 가리는 거짓? 거짓 속 진실? ‘리플리 증후군’

김씨는 수사 과정에서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리플리 증후군(Ripley Syndrome)을 언급하면서 진술 번복을 되풀이 하는 등 거짓말을 일삼았다. 

리플리증후군은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고 믿어 거짓된 말과 행동을 반복하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다. 

검찰은 김씨가 자신이 불리한 상황에 처해질 때마다 진술을 번복했다고 맞서고 있다. 실제 김씨는 최근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도 없으며, 주변 지인들의 약을 얻어 먹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김씨의 진술을 크게 A·B·C·D 등 4가지 유형으로 나누고 있다. 

▲A = 자신(김씨)이 윗선의 사주를 받았고, 범행은 갈매기가 했다. 
▲B = 윗선의 사주를 받은 갈매기가 범행했고, 당시 자신은 갈매기를 말렸다. 
▲C = ‘리플리증후군(Ripley Syndrome)’을 앓고 있어 범행에 연루됐다는 자신의 진술은 모두 거짓말이다. 
▲D = 윗선의 사주를 받은 갈매기가 범행했고, 자신은 10여년이 지난 2011년 8월 갈매기에게 당시 내용을 들었을 뿐이다. 

A~C 유형은 김씨가 검·경 수사 과정에서 해왔던 진술이며, D 유형은 법정에 이르러 김씨가 새롭게 꺼낸 주장이다. 김씨는 법정에서 ‘진실’만을 얘기하겠다고 수차례 언급해 왔다. 

현재 김씨의 발언 중 진실이 있는지, 어떤 것이 진실인지는 그 누구도 모른다. 검경은 김씨의 A유형 진술이 가장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중이다. 

지난해 12월 4번째 공판에서 김씨는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의 배후를 언급한 바 있지만, 검경은 모두 김씨의 거짓말로 보고 있다. 

김씨는 이승용 변호사를 살해한 친구 갈매기로부터 추후 들은 얘기라고 전제한 뒤 자신보다 6살이 많은 당시 유탁파 선배 고모씨를 배후로 지목했다. 고씨도 이미 사망했다. 

고씨의 경우 유탁파 소속이긴 하지만, 조폭 세계에 깊이 몸담지는 않았다. 검경은 당시 여러개의 업소를 운영하면서 이름을 떨쳤던 피고인 김씨에게 고씨가 무엇인가 지시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1월10일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피고인의 당시 상황에 대한 진술은 대단히 구체적이고, 범인만 알 수 있는 내용도 포함됐다. 일부 발언의 경우 당시 수사를 담당한 경찰도 몰랐던 내용”이라며 “김씨가 이승용 변호사 살인을 지시했다는 진술은 각색돼 실체적 진실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진실에 가장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라며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이에 대해 김씨는 “하지도 않은 일인데 무릎 꿇고 속죄한다고 무슨 소용인가. 사실이 아니다. 양심고백을 하려 했는데, 살인 피고인으로 법정에 서게 됐다. 모두 제 책임이다. (저의 거짓말이) 물의를 일으켰다”고 무죄를 주장했다. 

거짓말이 난무한 재판 과정을 모두 지켜본 1심 재판부는 오는 17일 김씨에 대해 선고할 예정이다. 

재판부가 김씨의 진술 속에서 진실을 덮는 거짓을 가려낼 수 있을지, 또 거짓 속에서 진실을 찾아내 사건의 실체를 밝혀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