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정 4.3 피해자 재심 제외 가능성↑…재심 외 다른 명예회복 방안 찾아야

제주4.3특별법 전면 개정이 이뤄졌음에도 재심이 순탄치 못하다. 재심 개시가 늦어지는 가운데, 4.3특별법 보완입법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제주지방법원은 4.3생존수형인 고태명(1932년생) 할아버지 등 34명이 청구한 특별재심에 대해 지난해 12월1일부터 올해 1월5일까지 세 차례 심문절차를 가져 마무리했다. 

결심 당시 재판부는 이르면 1월중 특별재심을 개시하겠다고 밝혔지만, 결국 무산됐다. 
 
미 군정 체제에 재판을 받은 재심 청구자 1명에 대해 재판부가 고민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헌법이 1948년 7월17일 공포됐는데, 청구자 1명이 1947년 미군정 육군재판소에서 재판을 받았다. 

우리나라 법 체계가 마련되기 이전 미국 법이 적용됐다. 모든 국가의 주권이 평등해 법원이 다른 국가 소송 당사자를 재판할 수 없는 ‘주권면제’ 원칙과 충돌하는 부분이다. 이는 외교적인 문제로 불거질 수도 있다. 

재판부는 미군정 피해자에 대한 재심이 가능한지 여부에 대해 고심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특별재심에서 미군정 피해자를 제외하려는 것이 아니라 포함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고민이다. 

미군정 피해자 포함 방법을 고민중인 재판부는 재심청구 자격 등에 전혀 문제가 없는 청구인에 대한 재심을 거의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도 4.3특별법 전면 개정 이후 처음 이뤄지는 특별재심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심문 과정에서 재판부는 이번 특별재심의 결과가 추후 이어질 재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사법부 체계에서 첫 판례는 추후 사건의 지침과 같다.

지난해 12월 첫 심문기일에 참석한 4.3 특별재심 청구자들.

4.3특별법 전면 개정 이후 첫 재심이 다뤄지면서 보완입법의 시급성이 대두되고 있다. 4.3특별법은 다른 법률과 충돌하는 부분이 많다. 물론 특별법이 일반 법률보다 상위법 개념이다.  

재심청구 사유와 청구 자격의 경우 형사소송법의 조항을 배제한다는 취지의 조항이 대표적이다. 4.3특별법 조항만 봤을 때 4.3피해자(당사자)와 전혀 관계없는 제3자도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이후 무죄 선고를 받는다면 형사보사과 손해배상 등 청구로 이어지는데, 4.3과 전혀 관계없는 제3자가 형사보상금과 손해배상금까지 타낼 수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정당한 권리자인 피해자의 배우자나 직계존비속 등이 제3자보다 늦게 재심을 청구했다는 이유로 청구권을 누리지 못하는 복잡한 상황까지 우려되고 있다. 

이 같은 혼란을 막기 위해 재판부는 4.3특별법 입법 과정을 전부 확인한 뒤 4.3피해자의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이 없으면 가장 가까운 친인척의 재심 청구 자격을 인정하는 방안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큰 고민은 미군정 재판을 받은 피해자들이다. 이번 재심에서 미군정 피해자는 1명 뿐이지만, 4.3 피해자 중 미군정의 재판을 받은 피해자는 수백명에 이른다.

재심 청구 자격과 요건 등을 바꾸더라도 미군정 재판을 받은 피해자들을 우리나라 법으로 재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4.3특별법 보완입법을 통해 재심이 아니더라도 이들의 명예를 회복해줄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전면 개정된 4.3특별법에 대해 익명의 법조인은 이렇게 말했다.

“특별법의 각 조항을 보면 볼수록 너무 급하게 만들어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다른 법률과 충돌하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특별법 내에서 서로 충돌하는 조항도 있어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판단이 달라져 악용될 수 있다. 진정한 4.3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는 사법부와 입법부, 행정부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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