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봉택의 탐나는 올레] ② 제주올레1-1코스

길을 걷는다는 것은 한권의 인문학 서적을 읽는 재미와 닮았다. 역시 걷기를 좋아하는 것은 그 속도가 느리기 때문일 것이다. 삶의 속도가 너무 빠르니 삶의 속도를 늦추는 걷기야 말로 우리를 치유하고 성찰하게 한다. 유년시절 불가의 출가자로, 환속해 문화재 전문 공직자로, 세 권의 시집을 낸 시인으로, 공직 퇴임 후에는 다시 명상 간경하는 불가의 시자로 돌아가 끊임없는 자기 수행의 길을 걷고 있는 윤봉택 시인이 제주올레 1~26코스를 따라 그 길과 마을에 깃든 흥미로운 제주(탐라) 이야기를 격주로 집필한다. 탐라에서 제주에 이르는 설화와 전설, 신화와 역사를 넘나 드는 시인의 해박하고 담백한 언어를 올레길에서 듣는 재미에 빠져 보시라. / 편집자 글

탐라국에는 섬이 많다. 79개의 섬 가운데 유인도가 8개나 된다. 이 중 하나가 제주올레 1-1코스 우도이다. 이처럼 탐라국 동쪽 끝, 섬 속의 섬 우도는 삼백예순날 물 위에 떠 있다. 

사료에서 우도는 세종실록 84권 1439년(세종 21) 윤2월 4일 당시 제주 도안무사 한승순 이가 왜선이 정박할 수 있는 위험한 곳과 이에 대한 방어 조건을 보고한 자료에 보면 “정의현 동쪽 우봉(牛峯)과 대정현 서쪽 죽도(竹島)는 왜선이 모르게 정박할 수 있는 곳인바…. 우도(牛島) 인근에 있는 수산(水山)에는 모두 성곽이 없습니다. 만약 왜적이 밤을 타고 침입해오면 군사가 의지할 곳이 없어 대응하기 어려우니, 현지 실정에 맞게 성을 쌓아 대적할 수 있도록 하게 하여 주소서”라면서, 처음 우도와 ’쇠머리오름‘이 사료에 나타난다.

사진=윤봉택. ⓒ제주의소리
우도(牛島) 전경. 이 섬은 소가 머리를 내민 모양(우두형)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전해온다. 민속악에서 진양조 장단은 가장 느린 장단이다. 우도에선 꼬닥 꼬닥 걸으면서 이 섬의 간새가 되어 한 번 더 느리게 진양조장단으로 휘감아 살피기를 권한다. / 사진=윤봉택. ⓒ제주의소리

우도로 가려면 성산항 또는 종달리포구에서 도항선을 타야 건너갈 수 있는데, 필자가 처음 우도를 찾았을 때는 1984년 가을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제주섬에서 다시 섬으로 잇는 올레는, 우도1-1코스. 가파도10-1코스, 추자도18-1코스 등 모두 3개 코스가 있으며, 성산항에서 우도행 도항선을 타면 천진항에 닻을 내리는데, 운항 시간은 길지 않은 10~15분 내외이다.

행정구역상 제주시 우도면은 인구 일천칠백여 명으로 ‘연평리’라는 단일 법정동에 천진리(동천진동·서천진동), 서광리(상우목동·하우목동·중앙동), 조일리(비양동·영일동), 오봉리(주흥동·전흘동·삼양동·상고수동·하고수동) 등 4개 행정마을과 12개 자연 부락으로 이뤄져 있는 섬이다.

조선조 숙종 23년(1697) 국유목장이 설치되면서부터 국마를 관리, 사육하기 위해 사람들 왕래가 있었고, 헌종 8년(1842)에 개간 허가를, 헌종 10년(1844)에 김석린 진사 일행이 입도하여 정착하였다. 1900 경자년에 향교 훈장 오유학 선생이 마을 이름을 ‘연평’으로 명명하였다. 그 후 입도한 주민들은 영일동과 비양동·고수동·전흘동·주흥동·우목동·천진동 등 8개 동으로 분산하여 동네를 이루기 시작했다.

이 섬은 소가 머리를 내민 모양(우두형)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전해온다. 또한 이곳을 물에 뜬 두둑이라는 뜻에서 연평리로 정하여 구좌읍에 속해 있었는데, 1986년 4월 1일 우도면으로 승격되어 현재에 이른다.

사진=윤봉택. ⓒ제주의소리
우도(牛島) 전경. 이 섬은 소가 머리를 내민 모양(우두형)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전해온다. 민속악에서 진양조 장단은 가장 느린 장단이다. 우도에선 꼬닥 꼬닥 걸으면서 이 섬의 간새가 되어 한 번 더 느리게 진양조장단으로 휘감아 살피기를 권한다. 우도 들판에 매어 놓은 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사진=윤봉택. ⓒ제주의소리

이처럼 우도에는 8경이 있는데, 1983년 연평중학교에 재직하던 김찬흡 선생에 의하여 시작되었다. 당시만 하여도 우도에는 관광객이 크게 찾지 않은 섬이었다. 이에 대하여 관광문화자원을 찾아 8경을 들어내게 된 것인데, 주간명월(晝間明月)·야항어범(夜航漁帆)·천진관산(天津觀山)·지두청사(地頭靑莎)·전포망도(前浦望島)·후해석벽(後海石壁)·동안경굴(東岸鯨窟)·서빈백사(西濱白沙)라 하였다.

제주올레 1-1코스는 11.3km로 2009년 5월 23일 개장되었다. 하지만 우도에 도착 지점이 두 군데라 A·B 코스로 나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꼬닥 꼬닥 걸으면서 우도의 간새가 되어 한 번 더 느리게 진양조장단으로 휘감아 살피는 게 좋다.

이번 1-1코스는 우도봉을 먼저 보고 싶어 역방향으로 순례하였다. 천진항은 우도 8경 중 세 번째인 천진관산(天津觀山)으로 하늘 나루터이다. 

포구에서 동쪽은 ‘동천진동’이다. 올레에서 벗어나 140여m 가면 동천진동 해녀의 집이 보이는데, 바로 그 옆 ‘등머흘’ 해안에 ‘돈짓당’이 있다. ‘하늘이당’이라고도 부르는 이 당은 영등신을 환송하는 신당이다.

바람의 신 영등신은 하늬바람을 타고 2월 1일 한림읍 귀덕리 ‘복덕개’ 포구로 들어와 탐라국 전역을 순회하면서 온갖 종자를 뿌리고 나서 15일에는 동남풍을 타고 우도를 거쳐 북상하는데, 그 길목이 바로 이 돈짓당이다. 무가 본풀이에는 “도선미럭에 좌정한/전수물 일뢰또/개로육삿또/돈지할망 돈지하르방/영등돌엔 동경국이서 들어온/영등하르방 영등할망이 혼돌간 유허였당 헙네다/이 자손들 유가부가 시켜줍서...”라고 하였듯이 ‘하늘이당’이 영등신을 배송하는 탐라국 길목이다.

사진=윤봉택. ⓒ제주의소리
하느리 돈짓당. 사진=윤봉택.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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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칸이해안. 사진=윤봉택. ⓒ제주의소리
사진=윤봉택. ⓒ제주의소리
돌칸이해안. 사진=윤봉택. ⓒ제주의소리

이곳에서 좀 더 가면 지석묘가 있고 그곳에서 동쪽으로 이동하면 주간명월(晝間明月)이 있는데, 소의 여물통을 닮았다 하여 ‘돌칸이’라 부르는 해안이 웅대하게 다가온다.

다시 되돌아 ‘쇠머리오름’으로 들어서면 우도 항로표지 체험관·휴게소가 있다. 그 위 우두봉에 오르면 낭떠러지 후해석벽(後海石壁)이 있다. 그 새 능선에선 1906년 3월에 불을 밝힌 우도등탑과 등대를 볼 수 있으며, 우도 전체를 살필 수가 있어 한참을 머물러도 좋은 곳이다.

망동산 방향 능선 따라 내려서면, 조일리 비양도와 영일동 ‘너른구미’, ‘검멀레’ 해안이 보이는데, 이곳에선 충암 김정(1484~1521) 선생의 우도가 한 구절을 읊지 않을 수가 없다. “태음의 기운 서린 굴에 현묘한 이치가 머문다(太陰之窟玄機停)”는 이곳 ‘검멀레’에 후해석벽(後海石壁)과 동안경굴(東岸鯨窟)이 있는데, 썰물 때만 출입할 수 있는 이 ‘고래굴’은 1997년 9월 3일 동굴소리연구회(회장 현행복)가 국내 처음으로 동굴음악회를 가진 곳이다. 

사진=윤봉택. ⓒ제주의소리
우두봉 정상에서. 사진=윤봉택.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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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등간. 사진=윤봉택.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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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멀레해안. 사진=윤봉택.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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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멀레 동안동굴. 사진=윤봉택. ⓒ제주의소리

조일리로 들어서면 구석구석 유채밭, 땅콩밭이 반긴다. 우도에서 땅콩 안주에 우도막걸리 한 사발을 마시지 않으면 우도의 흥을 제대로 느낄 수가 없다. 

어느 섬에서나 가장 큰 애로는 먹는 물이다. 우도 또한 식수가 귀하다. 2010년 종달리와 서광리를 잇는 해저 관로 3.03km가 개설되기 이전에는 집마다 물통을 만들어 사용하였는데, 지금도 이러한 유산이 남아 있다. 꼬닥 꼬닥 오봉리 하고수동에 들어서면 중간 인증샷 간새와 함께 반기는 백사장이 펼쳐진다. 걷다가 ‘장태코지’ 정자에선 하고수동에서 태어나 자라오신 좀녜 고수자 87세(병자생) 삼촌을 만났다. 서른다섯에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3남매를 홀로 키우신 장한 우리 어머님이셨다. 올레를 순례하며 가장 지꺼질 때가 이처럼 마을 어르신을 만나 말씀을 듣는 시간이다.

사진=윤봉택. ⓒ제주의소리
물통. 사진=윤봉택.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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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일리 유채밭. 사진=윤봉택.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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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일리 유채밭. 사진=윤봉택.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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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 땅콩밭. 사진=윤봉택.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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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수동 가는 올레. 사진=윤봉택.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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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수동 해수욕장. 사진=윤봉택.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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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봉리 하고수동에 거주하는 고수자 삼촌. 사진=윤봉택. ⓒ제주의소리

하르방·할망 방사탑을 지나 상고수동 수덕동산을 넘어서면 종달리 지미봉과 함께 전을동·주흥동에 담긴 ‘돈짓당과 방사탑이 일어서 온다. ‘주흥당알’ 지나면 우도올레 B 코스 출발점 서광리 하우목동항이 보이고, 좀 더 가면 산호 홍조단괴가 억겁으로 쌓인 ‘모살냇기’ 오후 해안이 바람이 없어도 홀로 춤을 춘다. 다시 천진리로 돌아와 ‘똥네미 구석’에 잠기는 ‘동베니구석 포구’를 찾아 우도 물 때를 기다리다 보면, 문득 삶 전에 내 고운 이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몰라.

사진=윤봉택. ⓒ제주의소리
하고수동 하르방탑. 사진=윤봉택.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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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덕동산. 사진=윤봉택.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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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덕동산. 사진=윤봉택.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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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조단괴. 사진=윤봉택. ⓒ제주의소리

* [윤봉택의 탐나는 올레]는 제주의소리와 서귀포신문이 공동기획으로 마련한 코너로 격주로 공동 게재합니다. 

# 필자 윤봉택 시인은

법호 相民. 서귀포시 강정마을에서 태어나 해인사로 출가하여 1974년 해인사승가대학을 졸업하였다. 1991년 한라일보 신춘문예 시(제주바람)이 당선되어 등단하였고, 강정마을에서 포교활동하면서 농사 짓다가 서귀포시청 문화재 전임연구원으로 23년 공직 근무를 마치고, 2014년부터 쌍계암 삼소굴에서 명상·간경·수행하면서 시민과 함께 소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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