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알라딘.

제주 작가 양동림이 본인에게 뜻 깊은 첫 시집을 선물했다. 2008년 제주작가 신인상으로 등단한지 13년 만이다.

시집 ‘마주 오는 사람을 위해’(한그루)는 총 5부로 ▲거울 ▲살아남기 ▲死·삶 ▲인연 ▲비옵니다로 구성돼 있다. 시집 전체적으로 연작시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양동림 작가는 시 형태로 적은 서문에서 “나의 시는 십여 년을 꽁꽁 뭉쳐둔 변비처럼 내장 깊숙한 곳에서 서서히 돌이 되어가고 있다. 세상을 향해 표출하지 못하고 굳어가는 덩어리들. 어느 해인가 차마 생명이 자라고 있다고 말하지 못하고 어미의 자궁 속에서 굳게 만든 슬픈 씨앗이 이제 창자로 자리를 옮겨 모진 어미를 무심한 아비를 질타하고 있다. 나서기 두려운 세상을 노려보고 있다”고 밝혔다.

길을 가다
막혔을 때 뒤돌아 간다는 것
얼마나 현명한가?
좁은 길에서
마주 오는 사람을 위해 물러서 주는 것
얼마나 아름다운 배려인가!

- ‘후진’ 전문

오몽헤사 살아진다
아멩 몰멩진 사름이라도
오몽허당 보민
놈 못지안허게 살아진다

산덴 허는 건
숨만 쉰다는 거 아니여
몸으로 말도 허곡
일로 절로 오몽헐 대
살아있덴 곧는 거여

- ‘살아남기 6-오몽헤사 살아진다’ 부분

강덕환 시인은 발문에서 “이 시집의 전반을 흐르는 것은 이 땅과의 뜨거운 밀착과 사랑이다. 특히 더불어 살기에 초점이 맞춰지고, 낮고 어두운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작가의 시선이 꽂히는 곳도 당연히 거기”라고 소개한다.

더불어 “파괴되고 허물어져 가는 공동체 사회의 복원에 신경을 곤두세웠던 그가 제주4.3의 문제를 그냥 지나칠 리 없다. 자세히 살펴보면 유독 4.3시에 많이 천착했음을 간파할 수 있다”면서 “또한 그는 부모-자신-자식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관계 속에 삶의 터전을 노략질했던 거대한 바람에 저항하고 뜨거운 밀착을 통해 사랑했던 젊음을 조용히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양동림 작가는 태손땅 납읍에서 살고 있다. 2008년 제주작가 신인상으로 문단에 등단했으며 제주작가회의, 애월문학회 회원으로 시를 쓰고 있다.

보험 판매원으로 생업을 꾸리면서 방과후교실에서 어린이들에게 바둑을 가르친다. 4.3특별법 개정을 촉구하며 [제주의소리]에서 연재했던 릴레이 시화전에 참여한 바 있다.

116쪽, 한그루,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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