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웅의 借古述今] (248) 한곳 결점은 다 있다

차고술금(借古述今), 옛것을 빌려 지금을 말한다. 과거가 없으면 현재가 없고, 현재가 없으면 미래 또한 없지 않은가. 옛 선조들의 차고술금의 지혜를 제주어와 제주속담에서 찾는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세대들도 고개를 절로 끄덕일 지혜가 담겼다. 교육자 출신의 문필가 동보 김길웅 선생의 글을 통해 평범한 일상에 깃든 차고술금과 촌철살인을 제주어로 함께 느껴보시기 바란다. [편집자 글]

* 혼곳 : 한곳, 한군데 한가지
* 숭 : 흉, 결점 혹은 성격 상의 격함
* 싯나 : 있다, 있는 법이다

대인 관계에서 그 사람의 개성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제주방언으로 성질이 팩하다고 한다. ‘팩하다’ 함은 ‘급하다, 까다롭다, 변덕스럽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서로 가깝게 지내기가 쉽지 않은 사람을 가리킬 때 단적으로 하는 말이다.

누가 그런 성질을 가진 사람과 일을 같이하거나 아니면 의논을 하거나 혹은 바람 쐬려 어디 잠시 나들이인들 함께 하려 할 것인가. 조그만 일에도 기분을 상하게 할 것은 불을 보듯 한 것이기 때문이다.

욕하는 사람에게도 모자란 점 곧 결점이 있겠기 때문이다. 완벽하다 하나 인간이기 때문에 완전무결한 사람은 없다. 사진=픽사베이.
욕하는 사람에게도 모자란 점 곧 결점이 있겠기 때문이다. 완벽하다 하나 인간이기 때문에 완전무결한 사람은 없다. 사진=픽사베이.

“기영 해 봬도 그 사름 괭결찮은 사름이엔 다 곧나. 허당 보닌 혼곳 숭은 다 싯나게(그렇게 보여도 그 사람 괜찮은 사람이라도 다들 얘기한다. 하다 보면 한군데 흉은 다 있다야.)”

자연스럽게 주고받던 말이다. 사리(事理) 분명한 말이 아닌가. 아무리 고매한 인격과 온화한 성품을 지녔다고 존경받는 사람도 같이 상대하다 보면 부지불식중 그 사람의 성격적인 결함이 나타나 실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관대할 것 같았는데 배려하는 마음이 없다든지, 남에게 베풀 것 같았는데 자기 이익만 밝힌다든지, 생각과는 달리 인색해 눈곱만치도 남에게 주려 하지 않는다든지….

그런다고 “이런 천하에 둘도 엇일 깍재이 허고는, 느 혼자 잘 먹엉 느 혼자 잘 살라게. 이런 나쁜 사름 허고는.(이런 천하에 둘도 없는 깍쟁이 하고는. 너 혼자 잘 먹고 너 혼자 잘 살아라. 이런 나쁜 사람 하고는.)”

이렇게 욕지거리를 할 일이 아니다. 세상 어디에 자신의 이익을 먼저 챙기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누구든지 제 배 부르고 나서 남을 생각하는 법이다. 

다만 자기 배 부르면 남의 처지엔 관심이 없다면 야속한 일이나, 그렇다고 손가락질해 가며 눈 부릅떠 야단칠 일은 아니라는 얘기다. 욕하는 사람에게도 모자란 점 곧 결점이 있겠기 때문이다. 완벽하다 하나 인간이기 때문에 완전무결한 사람은 없다.

“혼곳 숭은 다 싯나.”

나쁘게 들을 말이 아닌 것 같다. 좀 더 귀 기울여 들으면, 속에 녹아있는 남을 받아들이려는 수긍과 수용의 마음이 읽힐 것이다. 남의 ‘숭’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관용적 사고 말이다.

# 김길웅

동보(東甫) 김길웅 선생은 국어교사로서, 중등교장을 끝으로 교단을 떠날 때까지 수십년 동안 제자들을 가르쳤다. 1993년 시인, 수필가로 등단했다. 문학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도서관에 칩거하면서 수필, 시, 평론과 씨름한 일화는 그의 열정과 집념을 짐작케한다. 제주수필문학회, 제주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대한문학대상, 한국문인상 본상, 제주도문화상(예술부문)을 수상했다. 수필집 ▲마음 자리 ▲읍내 동산 집에 걸린 달락 외 7권, 시집 ▲텅 빈 부재 ▲둥글다 외 7권, 산문집 '평범한 일상 속의 특별한 아이콘-일일일'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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