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질 놔덩 샛길로 걷지 말라
대한질 놔덩 샛길로 걷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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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웅의 借古述今] (244) 큰길 놓아두고 샛길로 걷지 마라
차고술금(借古述今), 옛것을 빌려 지금을 말한다. 과거가 없으면 현재가 없고, 현재가 없으면 미래 또한 없지 않은가. 옛 선조들의 차고술금의 지혜를 제주어와 제주속담에서 찾는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세대들도 고개를 절로 끄덕일 지혜가 담겼다. 교육자 출신의 문필가 동보 김길웅 선생의 글을 통해 평범한 일상에 깃든 차고술금과 촌철살인을 제주어로 함께 느껴보시기 바란다. [편집자 글]

* 대한질 : 큰길, 대로(大路)
* 놔덩 : 놓아두고

예로부터 ‘군자(君子) 대로(大路) 행(行)’이라 한다. 남자로서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큰길을 다니는 것이 보기에도 좋고 남에게도 당당하다는 것이다. 이왕이면 어깨 좍 펴고 활보하라는 가르침이다.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길이나 외따로 떨어져 있는 으슥한 길을, 그것도 혼자서 다니면 행여 비행(非行)을 저질러 남의 눈에 숨어서 다니는 것으로 의심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일진이 좋지 않아 이상한 데를 다니다 행여 잘못돼 크고 작은 사고를 당할 수도 있는 것이 사람의 일이다.

예로부터 ‘군자(君子) 대로(大路) 행(行)’이라 한다. 남자로서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큰길을 다니는 것이 보기에도 좋고 남에게도 당당하다는 것이다. 이왕이면 어깨 좍 펴고 활보하라는 가르침이다. 사진=픽사베이.
예로부터 ‘군자(君子) 대로(大路) 행(行)’이라 한다. 남자로서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큰길을 다니는 것이 보기에도 좋고 남에게도 당당하다는 것이다. 이왕이면 어깨 좍 펴고 활보하라는 가르침이다. 사진=픽사베이.

그러니 샛길이나 소롯길 같은 아주 한적한 길을 걷지 말고, 사방이 확 트인 대로를 저벅저벅 걸으라는 의미다. 경계(警戒)의 뜻보다는 권장(勸獎)하는 뉘앙스가 훨씬 강한 말이다. 남녀문학을 하는 사람 또는 깊이 생각하는 습관이 몸에 밴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러니 노소 할 것 없이 사색하거나 명상에 잠기기 위해 숲속으로 난 오솔길을 의도적으로 선택해 걷는 것까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

젊은 시절, 혈기(血氣) 방장(方壯)한 때, 술 한 잔하고 번화한 길거리를 활보하던 호방(豪放)한 행동을 기억하면 웃음이 나오기도 할 것이다. 그때 겁 없이 큰소리로 외치던 말이, ‘군자대로행이니라’였지 않은가. 눈이 하늘에 가 있고, 걸음은 세상 좁아 종횡무진하던 한 토막 추억의 장면이 떠오를 것이다.

어쨌든 큰길을 활개 치며 유유하게 걷는 모습이야말로 남자가 믿음직스러워 보일 호탕(豪宕)한 행동특성이 아닐 수 없다. 자고로 그 사람의 됨됨이, 인품을 말할 때 보편적 기준으로 신언서판(身言書判)이라 해 왔다. 그 첫 번째 ‘신(身)’이 곧 그 사람이 펑가 받을 수 있는 행동특성이리라.

‘대한질 놔덩 소롯길 걷지 말라.’

옛날에도 사람의 행동거지(行動擧止)를 살피는 ‘눈’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떳떳하게, 몸을 굽할 자리에서 순종하되 옳고 바른 일에는 보무당당(步武堂堂)하게 임하라는 행간의 깊은 뜻을 음미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하기는 제멋에 사는 세상이다. 너무 타자(他者)를 의식해 자신을 지나치게 움츠리고 살 것이 무언가. 활달하게 살아야지. 

# 김길웅

동보(東甫) 김길웅 선생은 국어교사로서, 중등교장을 끝으로 교단을 떠날 때까지 수십년 동안 제자들을 가르쳤다. 1993년 시인, 수필가로 등단했다. 문학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도서관에 칩거하면서 수필, 시, 평론과 씨름한 일화는 그의 열정과 집념을 짐작케한다. 제주수필문학회, 제주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대한문학대상, 한국문인상 본상, 제주도문화상(예술부문)을 수상했다. 수필집 ▲마음 자리 ▲읍내 동산 집에 걸린 달락 외 7권, 시집 ▲텅 빈 부재 ▲둥글다 외 7권, 산문집 '평범한 일상 속의 특별한 아이콘-일일일'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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