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忠)’을 튼내며
‘충(忠)’을 튼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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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71) fidelity 충성(忠誠)/충실(忠實)

fidelity [fidélǝti, fai-] n. 충성(忠誠)/충실(忠實)
‘충(忠)’을 튼내며
(‘충(忠)’을 떠올리며)

fidelity에서의 fi(d)-는 ‘믿음’을 뜻한다. 이 fi(d)-라는 어근(語根)에서 나온 낱말로는 confide ‘(비밀 따위를) 털어놓다’, confident ‘확신이 있는’, confidential ‘속사정을 터놓을 수 있는’ 등이 있다. fidelity의 어원적 의미는 말 그대로 ‘믿음’이다. 그런 ‘믿음’을 밑바탕(foundation)으로 하여 나오는 게 ‘충성(忠誠)’이고 ‘충실(忠實)’이라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한자(Chinese)어에서는 ‘충(忠)’을 ‘중심(中心)’으로 보는데, 영어에서는 그걸 ‘믿음’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충(忠)’을 ‘중심(中心)’으로 보는 관점은 충신(忠臣: loyal subject)과 간신(奸臣: disloyal subject)의 차이(difference)를 통해서 나타난다. 충신은 나라를 생각하는 자기의 소신이나 중심이 확고하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든 나라를 위하는 마음으로 한결같이(as ever) 말을 하게 되지만, 간신은 나라를 생각하는 자기의 소신이나 중심이 없기 때문에 자신의 영달(advancement in life)을 위해 그때그때 상황에 맞추어 말을 바꾸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차이를 두고, 대개는 충신들만 많은 고초(hardships)를 겪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꼭 그렇지만도 않다. 상황에 따라 상대방의 비위를 맞추면서(flattering) 말을 하는 것도 매우 피곤한 일이거니와, 이런 식으로 말을 하다 보면 암암리에(covertly) 자신의 주관이나 정체성(identity)을 잃어가게 되기 때문에 정신적으로는 오히려 더 피곤하고 힘든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충(忠)’을 ‘믿음’으로 보는 관점은 임진왜란 때의 충신들인 이순신 장군과 영의정 유성룡 사이의 깊은 믿음이나 신뢰를 통해서 사색해볼 수 있다. 품계나 관직만을 놓고 보면 유성룡은 이순신보다 훨씬 높은 고관(high official)이고 나이로 보아도 세 살 위였지만, 그들은 이미 어린시절(childhood)부터 가깝게 지낸 진정한 벗이었다. <난중일기>에서도 서로를 걱정하는 마음이 자주 언급되고 있는데, 두 사람이 주고받았던 서신의 말미에는 늘 “오직 이 나라를 위해 몸을 보살피소서.”였다고 한다

이순신은 유성룡과 같이 자신의 충정을 굳게 믿어주는 그가 있었기에 숱한 모략과 비방을 견딜 수 있었고, 임진왜란을 승전으로 이끈 구국의 영웅이 될 수 있었다.

저녁에 정탐선이 들어왔다. 영의정 유성룡이 돌아가셨다는 부고가 순변사가 있는 곳으로 왔다고 전해왔다. 이것은 유정승을 미워하는 사람들이 소문을 만들어서 비방하는 게 틀림없었다. 이 통분함을 이길 수가 없구나. 이날 저녁때 마음이 몹시 산란하였다. 홀로 빈 집에 앉았더니 더더욱 마음을 가눌 수가 없었다. 염려가 깊어져 한밤중에도 잠이 오질 않았다. 유정승이 만약 어떻게 되었다면 나랏일을 장차 어찌하랴! 어찌하랴!

- 난중일기(1594년 7월 12일자) -

이 일기를 쓰고 얼마 후, 이순신은 정탐선(scout line)을 통해 들은 유성룡의 사망 소식이 거짓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가슴을 쓸어내린다. 이렇듯 조정에 유 정승이 있었기에 이순신은 모든 시름을 잊고 왜적을 물리치는 데 힘을 쏟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에게 유성룡은 단순한 정치적 후원자(political patron)가 아니었다. 자신의 충정(patriotism)을 굳게 믿어주는 그가 있었기에 이순신은 숱한 모략과 비방(slander)을 견딜 수 있었고 임진왜란을 승전으로 이끈 구국의 영웅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6월은 순국선열(patriotic martyrs for the country)과 호국영령(souls of all the fallen patriots)의 충성을 기리는 호국보훈의 달로서, ‘충(忠)’을 되새겨보는 달이다. 오늘의 나를 지탱하는 나의 중심에 대해, 나라를 지탱하는 나라의 중심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봐야 하겠지만, 서로를 응원(support)하고 격려(encouragement)하는 탄탄한 믿음에 의해 그런 중심들이 유지된다는 사실도 깊이 되새겨봐야 할 것이다.

* ‘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코너는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에 재직 중인 김재원 교수가 시사성 있는 키워드 ‘영어어휘’를 통해 그 안에 담긴 어원적 의미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링 해설 코너입니다. 제주 태생인 그가 ‘한줄 제주어’로 키워드 영어어휘를 소개하는 것도 이 코너를 즐기는 백미입니다.

# 김재원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 교수(現)
언론중재위원회 위원(前)
미래영어영문학회 회장(前)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장(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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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애 2021-06-10 18:13:13
줏대있게 흔들리지 않고 한결같아도 멋지다.
112.***.***.222

그노매 "튼내며" 2021-06-05 16:08:12
잘 보긴 햄수다마는, 이젤랑 제목에서 그만 좀 써먹읍써.
그동안 얼마나 잊어부러시민 맨날 튼냄수꽈.
아직 노망헐 나이도 아닐건디.
118.***.***.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