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섬 제주도청 앞 천막촌 사람들

진안할망당. ⓒ제주도청 앞 천막촌 사람들.
진안할망당. ⓒ제주도청 앞 천막촌 사람들.

설룬 애기
오죽 설러와시믄 밤새낭 응앙 응앙 
성담이 뭐렌 그거 짓으켄 애기를 죽여신고
쌓으민 무너지는 성담 안 쌓으민 그만이주
사름 살리젠 짓는 성담이 사름 잡아먹엇구나

설룬 애기
오죽 설러와시믄 밤새낭 응앙 응앙 
공출에 배고프곡 부역에 ᄈᆞ사진 날덜
모진 고문추룩 놓아불고
제삿밥 ᄒᆞᆫ 차롱에 울음도 놓아불엇구나

수산초등학교를 둘러싼 성담 수산진성
조잘대는 애기덜 소곱에 톡 들어앚안 
ᄒᆞᆫ밤중 제삿밥으로 연명ᄒᆞ시는 진안할마님 

빌엄수다 빌엄수다 부디 지켜줍서
무료 주택으로 아이덜 수 늘린 ‘가장 아름다운 학교’렌 ᄒᆞ멍
비행기 소리로 덮어불켄 헴수게 비행장이 뭐라고 
비행장 짓겠다고 165만평을 죽이켄 헴수게

‘작은 학교 통합 정책’이렌 ᄒᆞ멍 학교 문 닫으라는 으름장에도 잘 버티어수게
나라가 짓어준 학교가 아니우다 마을에 학교가 이서사 아이들 눈을 티운덴 
ᄆᆞ을 사름덜이 십시일반 거두멍 부역ᄒᆞ멍 짓은 학교우다
나라가 아이덜 밥 멕이지 안헤수다 선배 과수원 귤 판 돈으로 
아이덜 밥헤 멕인 최초의 무상 급식 학교우다

비행기 소리 꽁꽁 곱은 그윽ᄒᆞᆫ 낭밧 소곱에서
아기 할마님 좋아ᄒᆞ시는 제사상 받으멍 천년만년 살아사 ᄒᆞ는
진안할마님신디 빌엄수다 부디 지켜주십서
“불편해서” “안전을 위해서” 또시 죽이고 또시 죽이켄 헴수게
관광객 숫자를 위ᄒᆞ영 터주덜을 다 죽이켄 햄수게

밤새낭 울고정ᄒᆞᆫ 설룬 애기덜이 빌엄수다
부디 지켜주십서 부디 지켜주십서 

수산초등학교. ⓒ제주도청 앞 천막촌 사람들.

진안할망당 : 수산진성(수산초등학교) 안에 있는 조상신을 모시는 할망당. 
수산진성을 쌓을 때, 관리의 공출 재촉에 시달리던 과부가 “저 우는 애기밖에 어시난 애기라도 데령가쿠과?” 홧김에 내질렀는데 그 후로 성이 자꾸 무너져 내렸다. 지나가던 스님이 “주겠다는 원숭이띠 아기를 왜 받아오지 않느냐?”는 말에 아기는 희생제물이 되었고 성은 지어졌다. 성이 지어진 후, 수산진성에서는 밤마다 아기 우는 소리가 들렸다. 마을 사람이 제사를 마치고 울음소리가 나는 곳에 음식을 갖다 바친 후에야 울음소리가 멈춰졌다. 그 아기를 수산진성 안 진안할망당에 모셔 정성을 올린다. 할망은 여신을 일컫는 제주어이다.


차롱 : 대나 싸리를 쪼개어 네모나게 결어 속이 깊숙하고 뚜껑이 있게 만들어 음식 따위를 넣는 그릇.

수산진성 : 조선시대 제주도 방어 시설은 3성(제주목성, 정의현성, 대정현성), 9진(화북진, 조천진, 별방진, 애월진, 명월진, 수산진, 서귀진, 모슬진, 차귀진), 25봉수 38연대였는데 수산진성은 9개의 진성 중 정의현에 속하는 진성이다. 수산초등학교를 빙 둘러진 채 지금도 남아있다.

진안할망당 애기 울음소리

수산초등학교. ⓒ제주도청 앞 천막촌 사람들.

서러운 애기
오죽 서러웠으면 밤새도록 응앙 응앙 
성담이 뭐라고 그거 짓는다고 애기를 죽였을까
쌓으면 무너져 내리는 성담 안 쌓으면 그만이지
사람 살리자고 짓는 성담이 사람 잡아 먹었구나

서러운 애기
오죽 서러웠으면 밤새도록 응앙 응앙 
공출에 배고프고 부역에 부서진 날들
모진 고문처럼 놓아버리고
제삿밥 한 ²차롱에 울음도 놓아버렸구나

수산초등학교를 둘러싼 성담 ³수산진성
조잘대는 아이들 속에 톡 들어앉아 
한밤중 제삿밥으로 연명하시는 진안할마님 

비나이다 비나이다 부디 지켜주십시오
무료 주택으로 아이들 수 늘린 ‘가장 아름다운 학교’라면서
비행기 소리로 덮어버리겠다고 합니다 비행장이 뭐라고 
비행장 짓겠다고 165만평을 죽인다고 합니다

‘작은 학교 통합 정책’이라며 학교 문 닫으라는 으름장에도 잘 버티었습니다
나라가 지어준 학교가 아니에요 마을에 학교가 있어야 아이들 눈을 틔운다고 
마을 사람들이 십시일반 거두며 부역하며 지은 학교입니다
나라가 아이들 밥 먹이지 않았습니다 선배 과수원 귤 팔은 돈으로 
아이들 밥해 먹인 최초의 무상 급식 학교입니다

비행기 소리 꽁꽁 숨은 그윽한 과수원 안에서
아기 할마님 좋아하시는 제사상 받으며 천년만년 살아야 하는
진안할마님께 비나이다 부디 지켜주십시오
“불편해서” “안전을 위해서” 또 죽이고 또 죽이겠다고 합니다
관광객 숫자를 위해서 터주들을 다 죽인다고 합니다

밤새워 울고 싶은 서러운 애기들이 비나이다
부디 지켜주십시오 부디 지켜주십시오 

* 김섬? 제주도 성산포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제2공항 건설로 사라질 위기의 고향을 지키기 위해 <성난오름대변인단>을 꾸려 시민 지킴이들과 함께 사라질 위기의 10개 오름을 꾸준히 오르고 있습니다. 장편동화 「숨비소리」, 「웃음웃을꽃」, 단편동화집 「볼락잠수 앙작쉬」, 제주어 시집 「ᄒᆞᆫ디 지킬락」을 출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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