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제주지사 찬양하는 목사님들께

 
▲ 제주도내 교회협의회 소속 일부 목회자들이 도청 기자실에서 제주해군기지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장태욱
 

제주해군기지 문제로 지역여론이 분열되고 도정에 대한 불신이 고조된 가운데, 제주지역 5군데 교회협의회 소속 목회자들이 29일 오전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장에서 발표 내용을 듣던 필자는 이 기자회견문을 작성하고 발표한 이들(서귀포시 기독교협의회 한천석 목사, 제주시기독교협의회 박영조 목사, 제주서북기독교교회협의회 윤강현 목사, 제주동부기독교교회협의회 이우근 목사, 제주서남기독교교회협의회 손재운 목사 등)이 진정 목회자들인지, 그리고 저들이 섬기는 하나님이 필자가 섬기는 하나님과 같은 분인지 의심을 하게 되었다.

목회자들은 회견문을 통해 "해군기지를 찬성하는 측이나 반대하는 측이나 모두 주장의 근거가 있지만, 일단 (여론조사를 통해) 해군기자가 건설되는 쪽으로 결론이 났고, 그렇게 결정되었기 때문에 이제는 갈등을 접고 도정에 협력해야한다"고 했다.

도정 협력은 해군기지 건설하자는 것

 
▲ 최근 해군과 제주도가 해군기지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한 서귀포시 강정 앞바다
ⓒ 장태욱
 

그들은 스스로 찬반에 상관없이 이제 갈등을 접고 도정에 협력하자고 했지만, 이들이 주장하는 도정에 대한 협조는 결국 해군기지 건설의 또 다른 표현일 뿐이다. 해군기지가 건설되면 2차 대전 이후 냉전의 결과물인 분단과 그로 인해 빚어진 4·3의 아픈 역사를 간직한 제주도가 다시 열강의 군사경쟁의 장으로 될 지도 모른다.

이들의 회견은 도지사에 대한 찬양으로 이어졌다. "제주 특별자치도 출범과 FTA출범과정에서 보여준 지사의 지도력을 다시 발휘하여… 도민갈등을 최소화하고 행정을 더욱 투명하게하며, 한번 결정된 사안에 대해서는 강력한 추진력으로 도민의 신뢰를 받아야한다"고 했다.

특별자치도 출범 과정에서 지사가 무슨 지도력을 발휘했는지, 한미자유무역협정 과정에서 지사가 보여준 지도력이 무엇이며, 그래서 제주도 농민들에게 얻어진 것이 무엇이지 하는 문제는 논외로 치자. 하지만 김태환 지사는 현재 불법선거운동 혐의로 고등법원에서 당선 무효형에 해당하는 형을 언도받고 대법원의 확정판결을 기다리는 불우한 이웃이다. 목회자들은 이런 무기력하고 불우한 지사에게 어떤 종류의 지도력이 남아있다고 기대하는 것인지 궁금하기만 했다.

김태환 지사가 해군기지 둘러싼 갈등의 원인 제공

 
▲ 김태환 제주지사가 해군기지 반대 시위대를 의식하여 경찰에 둘러싸인 채 도청으로 들어오는 모습, 그는 현재 선거법 위반과 관련하여 대법원 확정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 장태욱
 

그리고 도민갈등을 최소화하고, 행정을 더욱 투명하게 하라고 훈수하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저들에게 주어진 은사가 목회나 말씀의 은사가 아니라 개그의 은사가 아닐까 생각했다.

지금 해군기지를 둘러싼 많은 갈등의 원인은 현 지사가 제공했다. 도민 여론을 수렴하기도 전에 해군과 상의해서 해군기지 로드맵을 발표했고,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도 전화여론조사라는 이해할 수 없는 방식을 선택해서 주민의 의사표시 기회를 제한했다.

제주특별자치도에는 특별한 자치도 없고, 주민주권이라는 가장 초보적인 원칙도 지켜지지 않는 데는 현 지사의 무기력함과 독선에 큰 책임이 있다. 그런 지사가 어떻게 도민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을까?

그들의 개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번 결정된 사안에 대해서는 강력한 추진력으로 밀고 나가라"고 했다. 이것이 해군기지를 염두에 둔 발언임을 감안하면, 목회자들은 분명 해군기지가 빨리 건설되지 않는 것에 조바심을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목회자들은 "도의회에게 도정과 아름다운 동반자 관계를 회복할 것"을 주문했고, 정부에 대해서는 "해군기지 문제를 중요한 국책사업으로 인식하여, 지원을 아끼지 말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도의회에는 김태환 도정에 적극 협조해서 해군기지가 건설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주문이고, 정부에 대해서는 해군기지 건설해서 보상이나 듬뿍 챙겨줄 것을 당부하는 것 일 테니 듣기에도 거북할 따름이다.

기자회견의 말미에 "천주교와 기독교(개신교)의 몇몇 목회자가 해군기지에 반대하며 단식하는 것이 마치 언론에서는 전체 기독교가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것처럼 잘못 비춰질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우려해서 기자회견을 열게 되었다"고 했다. 그러니까 우리는 반전 평화주의자가 아닌데 괜히 우리까지 반전 평화주의자로 오해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이다.

목회자들의 단식은 제주를 지키자는 신앙고백

 
▲ 천주교 사제단들이 해군기지 철회를 요구하며 단식중인 <제주 해군기지 철회와 평화를 바라는 그리스도인 모임> 소속 목회자들을 위로 방문하는 모습
ⓒ 제주의소리
 

그들은 또 사실상 해군기지를 찬성하는 목회자들의 회견문이 과연 성서적으로 타당한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필자가 예상했던 대로 로마서 13장의 '세상의 권세에 복종하라'는 대목을 인용했다.

하지만 로마서 13장의 권세에 대한 복종은 결국 7절에 가서 '모든 자에게 줄 것을 주되 공세(公稅)를 받을 자에게는 세금을 바치고, 국세(國稅)를 받을 자에게는 국세를 바치고 두려워할 자에게는 두려워하고 존경할 자에게는 존경하라'고 했으니 납세의 의무를 비롯한 시민의 의무를 규정한 것이지, 선거법을 위반하면서 부당한 방식으로 공직에 선출되었고, 주민주권의 원리를 무시한 불의한 도지사에게 아첨하라는 말씀은 아닐 것이다.

진정 로마서 13장의 말씀을 실천하시고 싶은 마음이면 앞으로 교회와 목회자가 누리는 많은 면세특권들을 포기하고 시민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시라고 권한다.

한국과 미국의 군사관계를 염두에 두고 생각해보면, 제주에 해군기지가 건설되었을 때 이는 미국의 군사전략에 의해 활용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된다면 제주는 결국 동아시아의 새로운 긴장지역으로 될 것이며, 그리되면 '제주 평화의 섬'이나 '세계자연유산 등재' 등 제주의 가치를 간직하고자하는 많은 노력들이 일순간 물거품이 되고 말 것이다. 천주교 성직자들이나 기독교내 일부 목회자들이 모여 단식과 기도로 해군기지 철회를 주장하는 것은 바로 제주를 평화롭고 아름다운 곳으로 지켜내자는 신앙고백인 것이다.

이런 이웃 성직자들의 수고를 위로하지는 못할망정 거기에 재 뿌리고, 불의한 도정(道政)을 감싸는 일부 목회자들의 후안무치한 태도가 가련할 뿐이다. 저들과 저들 아래서 신앙 생활하는 성도들에게 하나님의 축복이 가득하길 바란다.
 
 

그래도 우리 주변에는 아름다운 교회들이 많이 있습니다. 제주에는 <제주해군기지 철회와 평화를 바라는 그리스도인 모임>소속 목회자들이 제주해군기지를 반대해서 제주 <늘푸른교회>에서 단식 중에 계십니다.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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