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서 대부분 공소사실 인정·선처 호소…오는 30일 선고

지난 1월 치러진 제주도교육감 선거와 관련, 불법선거(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보석으로 풀려난 교육감 후보 등 선거사범에 대한 항소심이 21일 오후 2시 제주지법 4호 법정에서 열렸다.

광주고법 제주부(재판장 이홍훈) 심리로 열린 이날 항소심에선 1심에서 각각 실형 1년을 선고받은 오남두 전 교육감과 부희식·허경운·노상준 후보, 후보 가족, 현직 교사 등 20명에 대한 변호인 신문이 이뤄졌다.

피고인들은 대부분 공소사실을 순순히 인정하면서 선처를 호소했다. 또 양성언 교육감과 교육위원회, 공무원직장협의회 등에선 상당수가 교육가족인 피고인들의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검찰이 항소를 포기해 이날 구형은 이뤄지지 않았다.

재판전 후보들은 법정에 일찍 도착해 서로 인사를 나누는 등 1심때와는 사뭇 대조적인 풍경을 연출했다.

4명의 후보 중에선 부희식 후보에 대한 심리가 맨처음 진행됐다.

부 후보는 재판장이 불법선거와 관련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표달성 하라고 (학생들에게)가르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질책하자 "잘못된 관행을 거절하지 못한 것은 천추의 한"이라면서 "모든 게 제 잘못"이라고 자기탓으로 돌렸다.

부인 김모씨는 이번 사태로 인해 가족과 동료 교사들이 겪은 고통을 소상히 언급한 뒤 "엄청난 결과가 빚어질 줄은 미처 생각지 못했다. 앞으로 절대 불의를 저지르지 않겠다"며 눈물을 훔쳤고, 방청석에서 지켜보던 부 후보도 눈시울을 붉혀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허경운 후보는 재판장이 "이번 선거에 얼마를 쓰려했느냐"고 질문하자 "월급과 주변 분들의 도움을 합해 2500(만원) 정도…"라고 말한 뒤 "이번 선거에 연루된 교사들에게 하해와 같은 아량을 베풀어 교단에 복귀할수 있도록 배려해 달라"고 호소했다.

허 후보는 "환갑이 넘은 나이에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뼈를 깎는 반성을 하고 있다"고 용서를 구했다.

재판장은 "과거에도 (다른 지방에서)재선거가 치러졌고, 그래서 선거법도 개정됐는데 이번에도 향응이라든지 (불법선거를) 할 수밖에 없었느냐"고 질책하기도 했다.

허 후보 변호인은 다소 장황하게 1심 형량이 너무 가혹하다는 주장을 폈다.

변호인은 "선거풍토를 바꾸려는 당국의 고육책은 이해가 가지만 (언론이)필요 이상으로 과장 확대 보도해 제주가 불법의 온상인 것처럼 비쳐졌다"면서 "검찰이 이례적으로 항소를 포기한 것 자체가 그런 점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그는 "수십년간 공직에 봉사한 분들이 형을 선고받고 구속된 것만으로도 이미 (처벌의)목적은 달성했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관용을 베풀어 달라"며 "선거가 끝난 마당에 엄벌주의는 또다른 갈등을 낳을 수 있다"는 취지의 변론을 폈다.

부인, 아들과 함께 피고인석에 선 노상준 후보는 "교육감 역할이 매우 큰데 비해 선거관련 법률은 매우 미흡하다"고 선거운동을 지나치게 제약한 선거법의 한계를 지적한 뒤 "나름대로 마지막 봉사의 뜻을 뒀다가 저도 모르게 (잘못된)선거문화에 젖어들어 좋지못한 일을 저질렀다"고 자책했다. 그러면서 한때 후보사퇴를 신중히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노 후보는 "(이번 기회에 올바른)선거문화 정착을 위한 법과 제도가 마련돼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관대한 처분을 바란다"고 말했다.

노 후보의 아들은 "교육자의 자식의 입장에서 평소 모범적 행동을 했다"며 "비록 아버지를 위한 일이었지만 이번 일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잘못을 뉘우쳤다.

오남두 전 교육감은 선거 당시 각 후보의 출신이 산남과 산북, 초등과 중등으로 나뉘어진 상황을 언급하면서 "1차(선거에서) 과반수가 안되면 세 후보가 연합할 가능성이 있었다"고 불법을 저지르게 된 '말못할 사정'을 피력했다.

그러나 그는 "교육수장은 더없는 도덕성과 청렴성이 요구되는데도 한순간 이를 망각한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이 일로 교단과 교직을 떠난 교사와 교육공무원들이 다시한번 설수 있도록 관용과 선처를 바란다"고 동료들을 걱정했다.

오 전 교육감의 조카며느리로 경찰수사 초기 이목을 집중시켰던 진모씨는 "교사로서의 양심과 근본을 저버린 것은 처벌받아 마땅하다"며 스스로를 질책한뒤, "아이들에게 졸업장을 안겨주지 못해…"라는 대목에선 울먹이느라 말을 잇지 못했다.

이들에 대한 선고는 오는 30일 오후 2시로 예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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