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오름기행〕억새가 숲을 이룬 '거슨새미 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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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억새가 숲을 이룬 거슨새미 오름. |
ⓒ 김강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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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밭을 가로질러 철조망을 뚫고 오름 속살에 들어가면 묘지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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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산 145번지 거슨새미 오름. 광활한 대지에 솟아 있는 거슨새미 오름엔 자연의 이치를 거역하는 그 무엇이 있다. 사람들은 거슨새미 오름을 역수산(逆水山)이라 불렀다. 물이 산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이야기가 전해내려오는 오름이다. 그 오름은 주변의 오름들과 무엇이 다를까?
목장 주변을 가로질러 자동차로 달려가는 동안 역수산에 대한 궁금증은 더해만 갔다. 가을걷이를 끝낸 오름 앞 넓은 밭엔 찬바람만 불어댔다. 밭 한가운데 서서 거슨새미 오름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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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굽형 분화구에는 자연림이 무성하다. |
ⓒ 김강임 |
오름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넓은 밭을 가로질러 철조망을 뛰어넘었다. 가시덤불을 헤치고 오름 속살로 들어갔다. 오름 속에 자생하는 가을꽃들이 숨어 있었다. 묘지 앞에 다다랐다. 제주 오름 중턱 어디에서도 볼 수 있는 풍경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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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상에는 경방초소가 있으며, 그곳에서 산불요원이 오름을 지키고 있다. |
ⓒ 김강임 |
거슨새미 오름으로 가는 길에 억새와 소나무가 숲을 이뤘다. 겨우 한 사람이 걸을 수 있는 길. 누군가가 길을 냈다는 것이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사람들의 발자취를 느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오름 정상에 이르자, 경방초소에 서 있던 산불감시 요원이 우리 일행을 맞이해준다. 산에서 만나는 경방초소와 그 초소를 지키는 아저씨의 헛기침 소리는 더없이 반갑다. 주머니 속에 넣어 둔 감귤 하나를 꺼내 산불감시요원 아저씨에게 건넸다.
"아저씨! 심심하지 않으세요?" 아저씨는 "오름 기행을 하는 사람들이 벗이 되어준다"고 말하고 "요즘 같은 계절엔 산불이 나기 쉬워 오름에서 담배를 피우는 일을 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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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구 등성이를 따라 억새 트래킹을 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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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슨새미 오름 정상엔 억새가 숲을 이뤘다. 늦가을 정경이 한눈에 내다보이는 오름의 정상. 능선에 핀 하얀 억새꽃 길을 걷는 재미에, 가을에 흠뻑 빠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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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상에서 바라본 안돌 오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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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쪽으로 높은 오름과 다랑쉬 오름이 아스라이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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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름 서쪽 기슭에는 가을 열매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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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 숲에 숨어있던 빨간 열매가 얼굴을 내민다. 소나무 숲에 홀로 핀 산수국과 한라산에서 자생하는 식물들이 굼부리 안에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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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나무 숲에 숨어 있는 산수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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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나무가 숲을 이룬 오름의 서쪽 기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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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라고 말한 성철 스님의 말이 생각났다. 물줄기가 역류하는 원인과 이치가 무엇이든 그저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인데, 그 특별함을 찾기 위한 '오르미'의 마음.
거슨새미 오름엔 제주의 다른 오름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특별함은 없었다. 다만 오름의 서쪽 기슭을 바라보는 내 시선이 특별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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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도 실려있습니다.
김강임 시민기자
kki042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