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누리와 함께] 이 세상 모든 아이들이 행복하길...

 


“엄마 아빠도 저를 버렸잖아요~!” 충격적인 말을 외치며 결국 울음을

터뜨려버리고 마는 진희(16세.가명)

 

 

'행간을 읽으라'는 말이 있습니다.
행간 [行間]이라 하면 글의 줄과 줄 사이 또는 행과 행 사이를 말합니다. 따라서 행간을 읽으라는 말은 글에 직접적으로 나타나 있지 않지만 그 글을 통하여 나타내려고 하는 숨은 뜻을 읽으라는 의미를 내포합니다.

언로가 막혔던 군사정권 시절엔 신문을 읽을 때 대문짝만한 톱기사보다는 짤막하게 쓰인 1단 기사 속에서 행간의 의미를 찾으려고 했던 분들이 많았습니다. 기사에 드러나진 않았지만 기자가 1단 기사에 담을 수 없었던 행간의 의미, 다시 말해 기자가 독자들에게 은밀히 전하고 싶었던 숨은 '진실'을 찾으려 했던 것 같습니다.

언로가 트인 지금 기자들은 '숨겨진 진실'을 은밀히 전할 필요도, 독자들도 상상력을 발휘해가며 행간의 의미를 읽을 필요가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기자들이 '거침없이' 쓰는 기사를 볼 때마다 '객관을 가장한(기자의)철저한 주관'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오히려 이제는 기자들이 기사에서 간과한 혹은 애써 무시한 또 다른 '진실'이 있다는 생각을 함께 하게 됩니다. 하여 이제는 또 다른 의미에서 행간을 읽을 줄 아는 눈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구체적인 예로 '패륜아'기사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약방의 감초처럼 신문 지면에 등장하곤 하는 패륜 기사. 기자들이 전한 ‘팩트’위주의 기사만 보면, 부모를 폭행하고 못살게 구는 패륜아들은 도저히 구제받지 못할 인간들입니다. 그들의 패륜을 두둔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습니다. 하지만 행간을 읽을 필요가 있는 듯싶습니다.

부모를 폭행했다는 하나의 팩트와 결과로 그들의 패륜을 단지 그들 개인의 품성이나 도덕성 탓으로만 몰고 간다면 패륜기사는 앞으로도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그들을 그렇게 만든 명백한 절반의 책임은, 아니 절반 이상의 책임은 바로 그들의 성장과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부모와 우리 사회에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흉악범이나 패륜아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한결같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그들을 낳은 부모는 물론 우리 이웃과 사회의 냉대를 받았다는 것입니다.

그들이 저지른 패륜 이면에 숨겨진 또 다른 진실에도 주목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래에 소개한 ‘진희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구성했습니다.
이 글은 ‘위탁아동’을 비롯하여 소외받고 버림받은 아이들에게 사랑과 관심을 쏟고 있는 제주가정위탁지원센터 강연지 상담원께서 쓰셨고,그림은 필자인 제가 그렸습니다.




진희는 어릴 적 받았던 ‘버림의 상처’를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단란한 가족의 모습보다는 서로 헐뜯고 상처주기에 바빴던 부모님들은 결국 이혼을 하며 어린 진희와 선희(15세.가명)를 두고 떠나셨습니다.
그러나 수많은 폭언과 폭행의 흔적들은 아직도 진희의 기억 속 한편에 굳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내성적인 성격에 그 아픔이 더해져 마음의 문을 굳게 닫아버린 진희.
어린 나이에 받은 너무나 큰 상처로 인해 세상과의 벽을 하나씩 하나씩 쌓아가고 있는 듯합니다. '꽁꽁‘ 닫혀 버린 진희의 마음속에 이제는 그 누구도 자리하지 않습니다.

누군가에게 다시 또 버림받을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먼저 다가가기 보다는 한 발짝 뒤로 물러서 버리곤 합니다. 중학교도 결국 중퇴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진희 주위에는 아픔을 나누거나 기쁨을 함께 할 변변한 친구 하나 없습니다.진희를 유일하게 곁에서 지켜주는 사람은 할머니와 동생 선희 뿐입니다.




가족이라고는 오직 할머니와 동생뿐이라고 말하는 진희지만, 그러나 사실은 부모님의 정이 너무나 그립습니다. 사랑이 그립습니다. 상처를 주고 떠나신 부모님에 대한 원망도 크지만 행복했던 순간을 회상하며 부모님을 그리워하기도 합니다.




할머니께서는 이런 진희의 모습이 안타까워 깊은 사랑으로 감싸 안으시려 합니다.
하지만 할머니는 자꾸만 자신을 안에 가두려고만 하는 진희와 진희의 그런 모습을 점점 닮아가는 동생 선희를 볼 때마다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끼십니다.




할머니는 그러나 한 가닥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계십니다. 비록 지금은 진희가 몸과 마음이 아파 자꾸만 세상과의 단절을 꿈꾸지만 언젠가는 어릴 적의 그 밝고 명랑했던,그래서 누구에게나 사랑과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진희로 다시 되돌아 오리라는 믿음을 말입니다.




한 마리의 나비가 되기 위해 애벌레가 번데기 속에서 몸을 웅크리며 고통의 시간을 견뎌내듯 진희는 성장의 아픔을 겪고 있는 듯합니다.
부디 가족과 가까운 우리 이웃들의 사랑으로 아픈 기억과 상처를 씻어내고 ,진희가 세상 밖으로 힘찬 날갯짓을 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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