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출신 여행 작가 양기혁 씨가 최근 새로운 여행기 《기차 타고 러시아 순례》(새로운사람들)를 펴냈다.
양 씨는 서귀포에서 귤 농장을 운영하면서 지난 2011년 중국 여행기 《노자가 서쪽으로 간 까닭은》(각출판사)를 펴내 여행 작가로 데뷔했다.
이번 신간은 저자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네 차례에 걸쳐 101일 동안 러시아 40여개 도시를 둘러본 경험을 모은 것이다. 우연히 친구 초대로 방문한 2주로 시작해 나중에는 한 달간 광대한 대륙을 누볐다. 늦은 나이에도 유료 인터넷 강좌를 수강하며 러시아어를 익히고, 상당한 문헌을 참고한 노력은 늦깎이 여행 작가를 빛나게 하는 이유다.
책은 1부 ‘백해에서 흑해까지’와 2부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로 구성돼 있다. 더 세부적으로는 도시나 지역을 묶었다. 현지에서 겪은 에피소드들, 여러 가지 정보가 500페이지 넘게 옹기종기 담겨 있다.
“2시간 가까운 공연이 끝나고, 극장을 나오자 강 건너에 도시 재개발로 새롭게 탄생한 모스크바 시티의 마천루들이 휘황한 불빛을 사방으로 비추고 있었다. 체홉이 20세기 초에 희곡을 쓴 지 한 세기가 지나서 모스크바 시티는 새로운 욕망과 동경을 품은 21세기 모스크바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 ‘모스크바’ 중에서
“샤샤와 함께 있는 동안에도 그 충전장치를 핸드폰에 연결해 충전하고 있는 걸 그는 매우 신기해하며 자신의 노키아 브랜드인 구형 핸드폰에 사용할 수 있는지 연결해 보기도 했다. 그것은 요즘은 흔히 구할 수 있고, 그다지 비싼 것도 아니었다. 무언가 기념이 될 만한 것을 선물하고 싶던 차에 그에게 그 충전장치를 ‘빠다록(선물)’이라고 말하며 건네주었다. 그는 조금 당황스러워하기는 했지만 무척 마음에 들어 했다.”
- ‘서시베리아 평원’ 중에서
특히 직접 촬영한 사진이 한 두 페이지 마다 실리면서 보는 재미를 한 층 더 배가시켜 준다. 전문적인 솜씨는 아니어도 일상 느낌을 최대한 살리면서 정보 전달에 충실한 사진이다.
전체적으로 담백하고 진솔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 여행기로 부르기 손색이 없다. 덕분에 막히는 일 없이 술술 읽힌다.

새로운사람들, 576쪽, 2만8000원.
한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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