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기자단] 버스 요금 200원의 가치/문준영 대학생기자·제주대 언론홍보학과
나는 일주일에 적어도 다섯 번 이상은 버스를 탄다. 이른 아침, 버스에 타자마자 하는 일은 빈자리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 아마도 대부분의 승객들이 나와 비슷할 것이다.제주시 용문로터리에서 제주대학교까지는 꽤 멀기 때문에 조금이나마 편하려면 이 같은 노력을 매일 반복해야 한다. 전쟁터와 흡사한 버스 안, 자리가 비좁더라도 앉아서 갈 수 있다는 건 어마어마한 일이다.
하지만 앉아서 간다는 만족감도, 네 정거장 정도 지나면 시들해진다. 중앙로를 지나면서 버스는 승객들로 가득 차고 시청을 지나면서 부터는 만원이 된다. 대학 생활 4년차, 아침이면 매일같이 겪는 현상이지만 여전히 적응이 되지 않는다.

반면에 친절한 기사들도 많다. 어떤 버스 기사는 운행 중 마이크를 이용해 다음 정거장이 어디인지 일일이 설명해주고 ‘짐을 빼먹지 말라’는 당부까지 해준다. 승객들을 태울 때면 그의 눈은 신호 앞 초록 불이 아닌 자리에 착석하는 승객들을 향해있다. 귀가 잘 안 들리거나 도착지의 위치를 정확히 모르는 승객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위한 그의 세심한 배려에서 투철한 직업 정신이 드러난다.
같은 버스, 같은 요금이지만 달라도 너무 다르다.
지난달 28일 제주도 물가대책위원회에서 시내버스요금을 오는 8월부터 11.8~20% 인상한다고 밝혔다. 결국 성인은 1000원에서 1200원, 청소년은 850원에서 950원, 어린이는 400원에서 450원으로 요금이 오른다. 제주도는 ‘유류비, 인건비 등 운송원가 상승과 버스업계의 경영 개선을 위해 요금을 인상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요금인상을 가장 많이 체감하는 사람들은 버스의 주 승객인 노인과 학생일 것이다. 하지만 증가한 200원 안에는 승객들의 안전과 만족을 충족시킬 수 있는 어떠한 내용도 들어 있지 않아 아쉽기 만하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종 버스 관련 공약이 나오고 있다. 효율적인 교통시스템 구축도 중요하지만 이용자 중심의 서비스에 대한 깊은 고민이 아쉬운 때이다. 친절한 서비스만 받을 수 있다면, 나는 버스 요금이 1500원이 넘더라도 기꺼이 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