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 칼럼> 매몰원가 생산적투자로 전환시키는 전략을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과정의 각종 의혹제기와 함께 이 선정 관련한 행정전화비 예비비 지출 적법성에 대해 시민단체, 제주특별자치도의회와 제주특별자치도간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요지인 즉, 제주도에 부과된 전화투표 요금 170억 원 가운데 지난해 7월 도의회 승인받은 추경예산 23억원, 예비비 81억원 총 104억 원을 납부하고 앞으로 납부해야할 금액은 66억 원 정도인데 집행부는 예비비 집행이 최소한 법령적으로는 적법하다는 입장이고, 시민단체, 일부 의회 의원들은 예비비 집행의 부적법성과 채무부담행위로 ⌜지방재정법⌟을 위반하였다는 주장인 것이다. 이번 예비비 집행 관련에 대하여 짧은 지면에 법적인 해석을 자세히 설명을 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논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몇 자 적어본다.   

  지방예산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편성권과 지방의회의 심사․의결권이 서로 견제하면서 확정된다. 그러나 세출예산 13개 기능별 분류 중의 하나인 예비비는 지방의회의 심사․의결권을 무력화 시키는 전형적인 집행부 우월적인 제도의 잔재인 것이다. 미국, 영국, 독일의 경우는 세출예산은 모든 목적을 명시하여 계상되며, 예측하기 어려운 예산의 부족에 충당하기위한 일반예비비는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의 예비비는 ‘예측을 할 수 없는 예산외의 지출’이나 ‘예산 초과지출에 충당’하기 위하여 예산에 계상(⌜지방자치법⌟ 제129조 및 ⌜지방재정법⌟ 제43조)하는 것으로, ⌜지방재정시행령⌟ 제48조는 실정법상의 제약으로 ‘업무추진비․보조금’에 대하여는 예비비의 계상을 할 수 없다고 하여 예비비 사용의 제한을 규정하고 있다.

  예산외 지출이라 함은 예산편성 당시에는 예측할 수 없었던 상황이 발생하여 경비지출을 요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며, 예산의 초과지출이라 함은 예산에 일정한 금액을 계상하였으나 그 후에 사정변경으로 예산액이 부족이 생겨 경비의 지출을 필요로 하는 것을 말한다.

  현 법령의 예비비의 지출범위는 긴급재해 외에도 업무추진비․보조금을 제외한 사업을 포괄적으로 용도를 인정하는 것이 학계와 행안부의 유권해석이기도 하다. 이처럼 예비비는 예산집행의 탄력성을 가장 강력하게 보장하는 제도이다. 즉, 지방자치단체 집행부가 지출범위 내에 반드시 수행하여야 할 사업으로 판단된다면, 동 사업비를 예비비로 충당하는 것은 법령에 위배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처럼 예비비는 지자체가 재정활동을 수행함에 있어서 예측할 수 없었거나, 불가피한 지출소요에 대해 적절하게 대처하도록 하기위한 네가티브 형식으로 지자체 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예산운용에 탄력성을 부여한 백지위임장과 같은 제도의 성격 때문에 타 지자체에서도 예비비 집행에 잦은 논란은 있지만 위법으로 적시된 적은 거의 없다.

  따라서 예비비 사용의 위법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예측할 수 없는 예산외의 지출”이나 “예산 초과지출에 충당”하기 위한 것이었는지 여부와, “업무추진비․보조금”으로 예비비를 사용하였는지 여부를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자연경관 선정관련 예비비 집행은 정치적 책임엔 자유롭지 못하지만 법령상으로는 위법해 보이지 않는다. 단지 아쉬운 것은 애초에 예산편성 단계에 1억표 목표에 맞는 예산편성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임기응변식으로 대처한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이제 의회의 승인 절차가 남아 있지만 이 역시 의회의 실질적 역할은 한계가 있어 보인다. ⌜지방자치법⌟ 제129조에는 지방의회의 예비비 집행에 대한 사후 승인은 얻기로 되어 있다. 승인은 지방자치단체장 및 소속공무원의 예산집행에 대하여 정치적 책임을 해제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지방의회에서 예비비 지출에 대하여 승인을 받지 못 하였다고 하여도 이미 이루어진 예산집행의 효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 행안부의 유권해석이다.

  다만 지방의회의 예산심의․의결권에 큰 훼손을 주는 현행 예비비 집행에 대한 법적조치와 관련하여서는 ⌜지방자치법⌟ 제39조 및 제129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한 지방의회의 결산 승인, 동법 제41조의 규정에 의한 지방의회의 행정사무 감사 및 조사, ⌜동법시행령⌟ 제51조의 규정에 의한 지방의회의 감사 또는 조사 결과에 대한 시정요구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지만 법적 구속력은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또 하나의 논란이 되는 것은 ‘채무부담행위’이다. ⌜지방재정법⌟을 위반하였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이 논란의 위법성의 유무를 여기 짧은 지면으로 설명을 할 수는 없지만, 기존 예산편성에 대한 초과지출, ‘예산외 의무부담행위’와 ‘채무부담행위’ 개념, 부채와 채무의 개념의 차이, 예비비와 연계한 미지급비용 개념 등, 각각을 어떤 시각으로 해석하느냐에 따라 위법일 수 있고 아닐 수 있기 때문에 정답이 없어 보인다.

   
▲ 김동욱 제주대 회계학과 교수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관련 행정전화비 예비비 지출 적법성 논란의 소지가 분명 있지만, 그 논란이 오히려 정치적으로 변질 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우려스럽다.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관련 예산집행이 제주도의 사심 없는 정책결정이고 그 집행에 비리가 없다면 예산집행에 대한 논란은 생산적이지 못한 것 같다. 이미 매몰원가가 돼버린 세계 7대 자연경관선정 관련 예산을 어떻게 생산적 투자로 전환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물론 이번 기회로 집행부의 예산 편성․집행에 임기응변식 대처에 대한 반성과 의회도 예산심의를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김동욱 제주대(회계학과) 교수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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