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세계의 플랫폼, 제주를 상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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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기 칼럼] 가치를 기반으로 한 확산의 토대, 플랫폼

‘플랫폼'이란 용어가 회자된지 오래다. 이제 플랫폼은 더 이상 IT용어로만 여겨지지 않는다. 정치, 사회, 경제 모든 영역에서 플랫폼은 변화를 주도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토대'로서 제기되고 있다. 한 기업경제연구소는 플랫폼을 “제조기반, IT 인프라, 물리적 구조물, 정치·사회적 합의 등 다양한 형태로 정의되고 있다”고 소개한다.

플랫폼은 기본적으로, 참여, 개방, 공유, 공통의 이익, 네트워크와 확장성을 지향한다. 한 마디로 변화와 진화의 운영체제이다. 특히, 기업부문에서의 비즈니스 플랫폼은 다품종 소량생산과 비용을 절감하는 수단으로써 기회창출의 필수적인 지향이 되고 있다. 이미 여러 기업의 비즈니스 플랫폼 성공사례가 제출되고 있기도 하다. 

정당 또한 플랫폼으로의 변모가 이뤄지는 추세다. 진성당원을 중심으로 공고한 정치적∙ 이념적 결사체로서 정의되던 정당이 이제는 많은 유권자들의 의사와 참여가 유통되는 플랫폼으로 거듭나지 않으면 목적달성이 어려워질 전망이다.

최근 정당의 대표와 지도부 선거에 수십만의 비당원 대중이 참여했던 민주통합당의 사례만이 아니다. 이미 유럽의 각국 정당도 전통적 의미의 근대정당은 더 이상 정치를 주도하는 기반이 아님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이런 개방성이 무엇보다 목적의지를 생명으로 하는 정당의 정체성을 해체시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도 제기된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플랫폼 체제는 정체성에 기반해야 그 응용성과 확장성을 가질 수 있고, 또한 그것은 거꾸로 정체성을 강화시킨다. 이는 플랫폼 정당으로서 앞선 사례로 알려진 독일의 해적당이 단일 이슈 정당임을 상기할때 이해가 된다.

  본디 정거장과 같은 사전적 의미를 갖는 플랫폼은 하나의 ‘장소성'을 배경으로 한다고 여겨진다. 플랫폼 자체는 수많은 사람과 정보와 기회들이 교차하고 관계하고, 또한 지나가는 곳이기도 하지만, 여러 참여자에 의한 공통된 ‘장소'이기도 한 것이다. 이 ‘장소'는 ‘공간'과 달리 그 자체로 가치(정체성)를 내포한다. 대표적인 서비스 플랫폼인 페이스북의 경우도 세계 7억명의 사용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확장성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명문대(하버드)학생 간의 네트워크라는 자부심,  응용 프로그램 제작도구(API)의 공개를 통한 다양한 서비스의 확보, 철저한 프라이버시 보호 등이 동인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소개되고 있다. SNS 선발기업인 마이스페이스가 섣부른 수익화를 시도하다 사용자들로부터 외면을 당한 것과 대조된다.

 # 제주, 인류 미래의 가치저장소

장소성의 가치를 기반으로 응용과 확산이 가능한 플랫폼의 원리를 우리 제주에 적용하면 어떨까?
제주가 플랫폼이 되고자 했던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국제자유도시 설정이 일종의 그것이라 할 것이다. 단시간에 인구 100만 이상의 주요도시를 연결할 수 있다는 지리적 잇점을 내세워 사람과 자본과 상품의 플랫폼으로 키워보고자 했던 이 전략은 그러나, 플랫폼의 실질 메카니즘은 부재한 가운데, 사실상의 전통적 개발프로젝트로 귀결되고 말았다. 뿐만 아니라, 국가경제구조에서 자유로운 독자적 경제단위로서 자가발전을 꾀하려던 의도도 개방정책을 앞세운 국가경제정책하에서 의미와 설자리를 잃어버렸고, 심지어 국가개방정책과 관련한 일부  아젠다의 ‘나쁜 실험’의  대상처럼 배치되었다.

기업의 플랫폼 발전은 ▲ 핵심구조 구축  ▲ 참여 인센티브 제공 ▲ 확산메커니즘의 3단계로 제시된다. 핵심구조의 구축은 기업에 있어서는 주로 ‘기술’을 의미하지만,  한 도시나 지역이 플랫폼으로 서고자 할때는 그 ‘장소’을 지칭하고 대변하는 가치(정체성)를 어떻게 입체적으로 구축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될 것이다. 제주의 독자성과 특징은 무엇인가? 섬, 자연, 문화적 전통의 독자성과 수눌움과 같은 생활양식이 해당될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특징'일뿐, 향후 미래사회를 주도하는 키워드들로서 제주의 ‘가치'로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듯 제주는 미래 인류사회를 주도할 ‘가치 저장소’이다. 위기에 봉착한 인류사회의 미래를 구원할 ‘오래된 미래'가 바로 우리 제주이다.

 # ‘혁신’이 전제되어야

제주가 인류미래의 가치를 기반으로 한 세계의 플랫폼으로 서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제주의 미래를 견인한 핵심가치들을 선정하고(플랫폼 방식으로) 이것의 산업화 가능성 혹은 산업연관, 관련 파생 소프트웨어 개발,홍보와 네트워킹 전략, 온라인 참여 캠페인, 중요정책 의사결정의 개방과 참여의 전략 등의 설계가 우선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를 위해 우선 전제되어야 할 것은 바로 ‘혁신'이다. 연결되고 확산되는 플랫폼이 되려면, 뭔가 ‘꺼리'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 ‘꺼리’는 미래에 부합하는 장소로 제주를 새롭게 창조하는 작업이다. 최근 국제자유도시 2차종합계획의 분석에 의하면, 제주의 혁신 지수는 2007년 기준 0.06으로 전국 최하위이다. 보고서에 의하면 이 혁신지표에는 인적자원, 혁신활동, 지적재산권, 영향력과 파급효과가 포함된다. 이는 플랫폼으로서 세계인의 공유기반이 되려는 제주의 진로를 상정할때 매우 취약한 요인이 된다. 혁신은 크게 보고 세밀하게 살피는 작업이 동시에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제주의 산업혁신에서부터 인재의 발탁과 등용, 관행의 개혁 까지. 국내 여느 지역에 비해 의존비율(96%)이 가장 높은 석유에너지 의존체제를 미래의 에너지 체제로 다변화하는 노력과 산업적 모색이 필요하다.

앞서 지적된 인적자원의 취약성 극복은 인적자원을 확보하고 인재를 키우는 것과 더불어 기존 제도와 관행의 틀을 넘는 과감한 인재등용도 모색을 해야 한다. 아주 가까운 예로, 한라산국립공원의 청경으로 일하는 사람들은 한편으로는 누구보다 한라산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데, 단지 학위가 없다는 이유로 정식 연구원으로 등용되지 못한다. 이런 현실을 타파하는 것도 일종의 혁신이 될 것이다. 나아가, 세계기후변화 연구의 산실인 IPCC(UN 산한 기후변화 정부간 협의체)에 파견할 국내 학자를 양성하고 제주를 기후변화 R&D의 거점으로  상정하는 모색 같은 것도 고민해볼만 하다. (2007년 기준, IPCC에는 기상학자, 해양학자, 빙하 전문가, 경제학자 등 3천여 명의 전문가가 참여하고 있는데 여기에 리나라에서 참여하는 인증된 전문가는 단 2명 뿐임)

진작에 ‘평화의 섬'인 제주가 미래가치인 평화와 공존을 위한 플랫폼 프로젝트를 실천하는 것도 중요한 캠페인이 된다. 예컨대, ‘From Jeju, To DMZ’같은 프로젝트를 통해 ‘생태, 평화’의 동시 충족공간으로서 DMZ와 제주가 연결되는 구상에 제주가 한반도, 나아가 동아시아 평화의 거점으로 되도록 하는 플랫폼 전략을 추진하고, 제주가 국제사회가 아닌 21세기 ‘민제(民際) 사회’를 촉매하는 플랫폼이 되는 것 등을 상상해본다. 미래는 국가의 역할보다 민간영역의 자발적 참여와 변화의지가 중요한 흐름이 될 텐데, 민제사회의 독자적 세계단위로서 제주를 상정하는 것은 세계의 플랫폼으로서 제주의 진로와 관련해 상상에 불과하지만, 중요하게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  제주의 플랫폼은 어디인가?

모든 플랫폼은 누구나 무료로 접근 가능한 제체를 지향하는 망 중립성(Net Neutralism)이 전제가 된다. 제주가 성별, 소득, 인종, 종교 등의 차별없이 모든 환경에 접근 가능한 곳이 되어야 한다. 제주 안에서부터 모든 단위가 플랫폼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상정해보자. 학교도 망 기본권을 충족시키는 플랫폼이 되고(무상교육), 동네마다 쿠바와 같이 보건소 개념을 갖는 커뮤니티 센터를 두어 플랫폼 기능을 충족시킨다. 인터넷의 공공화(무료화, 디지털망 기본권 개념)는 물론, 이 온라인 망이 사람들의 의사를 묻고 소통하는 도구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한다. 무엇보다 가능한 모든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이것이 플랫폼의 핵심 가치인 ‘흐르는 민주주의(Liquid Democracy)’의 기반 소스가 되어야 한다.

제주 안의 플랫폼은 어디인가? 기본적으로 행정이 플랫폼으로 거듭나야 한다. 작년 10.26보선을 통해 거듭난 최근 서울시의 행보는 이런 점을 잘 시사한다. SNS를 응용한 ‘서울SNS 오픈채널', 온라인이 아니더라도 광화문 광장의 ‘시민 발언대'운용 등은 본보기다. 재작년 300여명의 도민이 참여해 도정의 핵심의제를 만들어낸 ‘충남도민 정상회의’는 심의민주주의의 첫 사례로 인정받고 있다. 대규모 원탁토론기법을 응용한 경상남도의 500인 타운홀미팅 같은 것들도 행정이 집단지성의 플랫폼으로 거듭나려는 진화의 과정에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제주는 행정의 비중이 매우 크니. 행정이 그야말로 플랫폼 체제의 ‘망중립성’ 을 이어간다면, 민주적 행정은 물론, 특정세력에 의한 의제독점이나 발전독점을 차단함은 물론, 집단적으로 생산되고 공유된 의제와 정보를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지역발전구조의 새로운 틀을 짤 수 있다고 본다.

최근 제주에는 많은 ‘육지사람들'이 유입되고 있다. 이로서 지난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인구변동이 증가세로 돌아서기도 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유입되는 인구의 대부분은 30~40대가 주를 이루고, 특정분야의 노하우를 가진 지식인 층이 많이 포함돼 제주의 새로운 기운으로 작용할 조짐이다. 더구나 이들은 ‘외부 시각'에서 제주에 대한 애정과 제언을 드러내는 경우를 종종 목격하게 되는데, 이의 반영은 제주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귀중한 또 하나의 받침이 될 것이다.

이들을 연결하고 참여시킬 수 있는 플랫폼은 어디 있는가? 또 결혼이민자를 포함한 다양한 외국인층을 포함한 ‘다문화 플랫폼'은 어디인가? 66만명에 이른다는 국외 제주사람들의 플랫폼은 또 어디인가? 육지사는 제주사람들의 플랫폼은? 물론, 무슨무슨 도민회, 향우회가 그 것이라고 간주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플랫폼이 갖는 개방과 확장을 위한 기반구축은 또 다른 얘기가 된다. 제주 안팎의 수많은 플랫폼들, 이 플랫폼들간의 연결도 제주가 미래 세계의 플랫폼이 되기 위한 중요한 작업이 될 것이다.

▲ 고유기 민주통합당제주도당 정책실장
플랫폼은 변화를 위한 하나의 ‘방법'일 뿐이다. 그러나 방법의 혁신이 변화의 내용을 정상적으로 이끈다. 집단지성과 네트워크의 기반으로서 플랫폼은  가치의 구현, 수평적 의사소통을 위한 인간화의 민주주의의 다른 이름이다. 제주가 플랫폼으로 선다는 것은 그것을 통해 제주의 정체성을 전파하고, 인정받고, 다시 제주의 이익과 정체성에 귀결되는 세계적 차원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미래 세계의 플랫폼으로서의 제주, ‘제주'를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이 메커니즘이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지 유쾌한 고민을 시작할 때다.  /고유기 민주통합당제주도당 정책실장<제주의소리>

<고유기 시민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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