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 2코스는 2008년 6월 28일 오전 10시 ‘광치기’해변에서 7코스로 개장되었으나, 전체적으로 올레 코스가 재조정되면서 2코스로 명명되었다. 구간은 ‘광치기’에서 온평리포구 까지 15.6km로써, 성산읍 고성리·오조리·온평리 세 마을을 지나는데 39리가 넘는다.‘터진목’의 벼락치듯 ‘광치기’가 없었다면, 성산일출봉은 시방도 ‘통밧알’에 잠겨 있을지도 모른다. 한라산 남쪽과 달리 조천에서 성산까지는 해안가 내수면을 안아 설촌 된 마을이 많은데 오조리가 그중 하나다.일찍이 1907년 전후하여 ’통밧알‘ 낮은 곳에 둑을 쌓아
관찰일기 쓴 날: 2022년 1월 25일 밤 10시 27분도롱뇽 산란기 관찰을 연재하는 이유도롱뇽 산란기를 관찰하고 연재하기로 했지만, 솔직히 두렵다.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구더기가 무섭다면 영영 장은 담그지 못한다. 그래서 용기를 내기로 했다. 도롱뇽알이 해마다 훼손되는 건 사람들이 도롱뇽알임을 모른다거나 혹은 생태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몰라서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사실 나부터 그랬다. 도롱뇽이 1급 청정수에만 산다는 사실을 모르기 전엔 그저 징그럽다고만 여겼다. 그런데 이 사실을 알고 난 뒤 달라졌다. 전
설날이 며칠 남지 않은 황금 연휴의 토요일입니다. 이번 주에는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겨울나무의 대표격인 동백나무를 소개해 드립니다. 동백나무를 설명하기 위하여 동백나무의 꽃에 동박새를 넣어 직접 그려 본 그림을 먼저 보여 드립니다.새에게 꿀을 제공하고 꽃가루받이 하는 꽃을 조매화(鳥媒花)라고 합니다. 추운 겨울에 꽃가루받이를 하기 위하여 작고 귀여운 동박새와 전략적 제휴를 함으로써 종족 보존의 문제를 해결한 것이 바로 이 동백나무입니다.겨울철 이 동백나무는 시들지 않은 푸른 잎에 눈 속에 피어난 붉은 꽃, 그리고 그 안에 노란 수술
* 간 듼 : 간 데는* 떼여 먹곡 : 떼어 먹고* 더 부튼다 : 더 붙는다당연히 떡은 먹다 보면 축나게 마련이다. 끊어 먹다 보면 양도 줄어들고 그 수도 줄어들지 않는가. 먹는 음식이라는 게 다 그렇다. 하지만 말은 다르다. 어떤 사실이 이 사람 저 사람을 거치는 사이에 달라져 버린다. 말에 말이 더 붙었으니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다. 어늣새 그럴싸하게 내용이 바뀌어 있기도 한다. 듣는 이의 귀에 거스르지 않아 듣기 좋게 꾸며지는 것이다. 이른바 글을 좋게 한다고 화려한 말로 다듬어 윤문(潤文)하는 것과 같은 이
“이거 50년 넘은 빗이에요”흰색 가운 앞주머니에 꽂혀있는 윤기 나는 흑색 빗은 그의 오랜 동료다. 처음 가게를 열었을 때, 호텔 이용실에서 일했을 때, 다시 고향 한림에서 가게를 열었을 때도 함께했다. 이발소 곳곳에는 세월의 흔적을 짐작케 하는 물건들이 눈에 들어왔다. 반세기도 훨씬 넘은 60여년을 이발사로 살아온 임영삼(81, 신라이용실 대표) 장인. 첫눈에 보기에도 반듯한 흰 가운 차림과 말끔한 가위질에서 장인의 품격이 읽혔다. 벌써 50년 넘게 사용해온 빗의 곧은 빗살처럼 그는 늘 반듯한 옷매무새와 이발 솜씨로 손님들에게 각
겨울 한라산을 올라본 적 있는가. 중산간 들판의 고수목마(古藪牧馬)를 본 적 있는가. 오래전부터 몸과 눈에 익숙한 풍경이나 이토록 소중한 것인줄 몰랐다. 말이 필요없다. 눈덮힌 한라산에서, 겨울을 이겨낸 들판에서 시인이 되어보라. 투박하고 성글지라도 겨울 시인의 되어보라. 뜨스운 겨울 시인이 되어 보라. / 글=김봉현 기자
관찰일기 쓴 날: 2021년 1월 25일 16시 10분제주 특산 중 하나인 제주도롱뇽을 아십니까?2010년 3월 중순, 우연히 들렀던 제주시 애월읍 항파두성의 장수물에서 장수발자국 안에 가득한 도롱뇽알을 보았습니다. 주변엔 몇 개의 알이 훼손된 채 말라가고 있었지요. 인터넷 검색으로 그게 제주도롱뇽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때마침 어느 마을에서 주민들 몇이 도롱뇽알을 술에 타 마시고 집단 식중독 증세를 보인다는 뉴스를 접했습니다. 이 외에도 도로포장, 인공배수로 등등의 이유로 도롱뇽의 수난사는 그치지 않고 있다고 했지요. 제주
* 못 존디게 : 못 견디게 * 굴민 : 굴면* 용시 : 농사 / ‘용시’ 또는 ‘농소’→ 농사땅도 숨을 쉰다고 한다.이따금 한두 해 농사를 쉬었다 해야지 계속 작물을 재배하면 소득이 매우 안 좋다는 얘기다. 땅도 무리해 농사해서는 안된다는 말을 ‘못 견디게 군다’고 의인화한 표현이다. 사람이 일하다 지치면 고단한 신체에 휴식을 취해서 원기를 회복해야 하듯이, 땅에 농사짓는 것 또한 같은 이치라는 것을 매우 실감 나게 나타냈다.워낙 토질이 척박한 제주도는 예로부터 농민들이 이로 인해 보통 골머리를 앓았던 게 아니다. 5년이고 10년
처음에 어르신이 오합주를 만드는 데에 들어가는 재료들을 설명해 주셨지만, 나는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앞서 언급했듯 일반적으로 제주에서 오합주를 만들 때 들어가는 재료는 “오메기청주, 꿀, 계란, 참기름, 생강”이 보편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 번, 세 번 어르신의 오합주 만드는 방법을 듣고서야 김순화 어르신의 오합주가 이해가 되었다.“오합주에는 계란 또시(그리고, 또를 의미하는 접사)... 청 또시.... 참기름 또시... 찹쌀 또시..... 누룩. 여기에 끓인 물이 있어야 해. 끓이지 않으면 안되어.”참고로 옛 어른들은 꿀을
태초의 숲도 필시 이런 모습이었으리라. ‘절물’, 너처럼.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숲의 바람도 까마귀 울음따라 흘러들어 절로 맑아지는구나. 마치 숲의 정령을 수호하는 듯 모든 생명들의 잡담(雜談)까지도 거슬림없는 다라니(陀羅尼)가 된다. 대롱 낙수 아래에서 한 평생 햇볕을 쐬지 않고도 질긴 숨을 지키는 초록의 이끼마저 가끔씩 날아와 목축이고 가는 모든 생명들을 품는다. 제주절물자연휴양림의 ‘절물’, 너는 절로 맑구나. / 글=김봉현 기자
탐라국에는 섬이 많다. 79개의 섬 가운데 유인도가 8개나 된다. 이 중 하나가 제주올레 1-1코스 우도이다. 이처럼 탐라국 동쪽 끝, 섬 속의 섬 우도는 삼백예순날 물 위에 떠 있다. 사료에서 우도는 세종실록 84권 1439년(세종 21) 윤2월 4일 당시 제주 도안무사 한승순 이가 왜선이 정박할 수 있는 위험한 곳과 이에 대한 방어 조건을 보고한 자료에 보면 “정의현 동쪽 우봉(牛峯)과 대정현 서쪽 죽도(竹島)는 왜선이 모르게 정박할 수 있는 곳인바…. 우도(牛島) 인근에 있는 수산(水山)에는 모두 성곽이 없습니다. 만약 왜적이
커피동굴플랜트, 이름부터 심상치 않다. 휙, 휙, 눈앞에선 선사시대 석기인들의 모습이 스쳐 간다. 밤사이 눈이 쌓이면 어쩌나, 운전이 걱정되었다. 다행히도 눈은 쌓이지 않았다. 오전 9시, 간간이 날리는 눈발과 함께 집을 나섰다.이번엔 예비 중학생 2학년인 시원이와 함께했다. 책방 문화도 경험하게 할 겸, 청소년기에 찾아올 기회를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랐기 때문이다. 그렇게 설렘을 안고 찾아간 곳, 책방 “커피동굴플랜트”는 사라봉으로 가는 길 입구에 있었다. 책방지기 박선정 씨는 얘기를 나누는 동안 시원이가 무료하지 않도록
이번 주에는 제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돈나무 이야기를 들려 드립니다.돈나무는 우리나라 남부와 제주도, 일본, 타이완, 중국 남부 일부에 걸쳐 자라는 자그마한 늘푸른나무로 다 자라도 키가 3~4미터에 불과하지만, 가뭄과 해풍에도 잘 견디는 강인한 체력을 가지고 있는 나무입니다.돈나무는 열매가 익어서 벌어지면 그 안에 붉고 끈적끈적한 점액 물질이 곤충을 불러들이는데 계절적으로 나비와 벌은 자취를 감추고 똥파리, 진딧물, 딱정벌레 등이 몰려들어 무리를 이루는 모습이 지저분하다고 하여 똥나무라 하였는데 이 나무의 이름을 처음 들은 사람이
* 독새기 : 달걀, 계란* 묻곡 : 묻고, (깊이) 품고* 조식 : 자식, 자녀옛날 냉장고 같은 가전제품이 어디 있었겠는가. 김치를 담가 두고 일 년 내내 먹으려면 기온 변화로 빨리 시어 버리므로 뒤란 같은 데 땅을 깊이 파묻었다. 오래 두고 먹기 위한 지혜였다. 갈치, 고등어, 우럭, 멸치 같은 어물을 볕에 말려 두었다 먹는 것도 부패를 막기 위한 경험칙의 소산이다.잘 말린 우럭을 고팡(광) 보리쌀 항아리에 넣었다가 제삿날 내놓아 바람 쐬고 석쇠에 구워 제사상에 올리던 기억이 난다.달걀을 잿속에 묻는 것도 한가지다. 재는 독한
겨울 제주는 새빨간 동백꽃과 사철 푸른 잎이 서로 기댄채 춤을 춘다. 동백(冬柏)이란 이름도 ‘겨울에 꽃이 핀다’고해서 붙여졌단다. 하얀 눈이라도 내리는 날이면 붉은 빛깔은 더욱 선명해진다. 동백은 평범한 꽃이 아니다. 겨우내 붉게 피었다가 가장 아름다운 때에 통째로 툭 떨어진다. 숱한 제주4.3의 넋처럼. / 글 = 김봉현 기자
“아니, 어르신 이게 뭐에요? 수꿩 아니에요?”어르신을 만나기로 한 날,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이날은 대한(大寒)보다 춥다는 소한(小寒)이었다. 롤케이크와 쑥찐빵을 손에 들고 들어간 제주시 삼양2동 어느 가정집 마당에서는 평소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오늘이 사냥 가능한 날이라서 우리 아들도 다녀왔는데 비가 와서 꿩들이 날아다니지 않고 다 숨었어. 그래서 오늘은 한 마리 밖에 못 잡았다더라고.”마당을 들어서자마자 내가 본 광경은 잡아온 꿩을 삶아 털을 뽑는 장면이었다.“이 꿩 손질해서 뭐 만드시려고요?”“뭘
* 소중이 : 고쟁이* 아덜 : 아들이 말엔 깊은 속뜻이 내포돼 있다. 그 속뜻을 음미해야 말속에 스민 부모의 마음을 제대로 읽어 낼 수가 있다.‘소중이’가 어떤 옷인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소중이는 (제주방언으로 표준어로는 ‘고쟁이’) 고쟁이라 해서 한복 입는 여자의 속옷의 하나다. 속옷 위, 단속옷 밑에 입는 아래 속옷으로, 통이 넓지만 발목 부분으로 내려가면서 좁아지고 밑을 여미게 돼 있다. 쉽게 얘기해 치마 안에 입는 헐렁한 반바지 모양의 옷인데, 여름철에 많이 입으며 바람이 잘 통하게 무명, 베, 모시 따위를 홑으로 박아
올레 없는 동네가 어디 있으랴.사람 사는 동네마다 사연 없는 마을 또한 어디 있으랴.제주올레는 탐라국의 전설이다. 문전신과 조왕신을 섬기는 탐라인, 이렇듯 모든 올레는 문전에서 오롯이 일어나 질레와 소통한다. 노일국 노일저대는 동티신, 토조나라 여산부인은 조왕할망, 남명복당 남선비는 문전 하르방, 일곱성제 중에 큰아들은 올레 정주목 대신이 되었다는 문전 본풀이에서 제주올레의 신화는 시작된다.탐라국은 크게 제주목, 대정현·정의현으로 구역을 긋는다. 제주목에서는 또다시 목안·동목안·서목안으로 나눈다. 이렇게 나눠진 것은 환경과 문화가
을씨년스런 하늘에 쌀쌀한 기운, 제법 겨울 날씨답다. 겨울 무 수확 철이라는 걸 알리듯 간혹 휘어진 길엔 트럭에서 쏟아진 무가 뒹굴고 있다. 그런가 하면 노랗게 핀 배추꽃이 계절을 의심하게도 한다. 책방을 찾아가는 동안 난 잠시 추리소설 속 인물이 되어 사건의 클라이맥스 한 부분으로 들어서는 것도 같았다. 책방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허허벌판에 덩그러니 서 있는 길로 안내하는 내비 속에 찍힌 ‘수상한 소금밭’이라는 이름 때문이다. 길을 잘못 들었나 싶어 다시 내비를 설정했다. 그래도 마찬가지다. 이상하다 여기면서 따라갔더니
임인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임인년 새해는 호랑이의 띠라고 합니다. 그것도 검은 호랑이띠라고 하여 흑호의 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예부터 우리나라에서는 호랑이를 신성시하고 사랑하였던 까닭에 1988년 서울올림픽 때에도 이 호랑이를 마스코트로 선정하여 '호돌이'라는 이름으로 사용하였던 적이 있습니다.한라산의 식물이야기를 쓰면서 올해 초에는 신축년, 소와 관련한 '송악'이라는 식물로 시작하여 어느덧 한 해를 넘겼습니다. 이제는 임인년이 됐기 때문에 호랑이와 관련된 나무를 찾았는데, 이미 호자나무, 호자덩굴 등을 소개해 드린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