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동굴플랜트, 이름부터 심상치 않다. 휙, 휙, 눈앞에선 선사시대 석기인들의 모습이 스쳐 간다. 밤사이 눈이 쌓이면 어쩌나, 운전이 걱정되었다. 다행히도 눈은 쌓이지 않았다. 오전 9시, 간간이 날리는 눈발과 함께 집을 나섰다.이번엔 예비 중학생 2학년인 시원이와 함께했다. 책방 문화도 경험하게 할 겸, 청소년기에 찾아올 기회를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랐기 때문이다. 그렇게 설렘을 안고 찾아간 곳, 책방 “커피동굴플랜트”는 사라봉으로 가는 길 입구에 있었다. 책방지기 박선정 씨는 얘기를 나누는 동안 시원이가 무료하지 않도록
이번 주에는 제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돈나무 이야기를 들려 드립니다.돈나무는 우리나라 남부와 제주도, 일본, 타이완, 중국 남부 일부에 걸쳐 자라는 자그마한 늘푸른나무로 다 자라도 키가 3~4미터에 불과하지만, 가뭄과 해풍에도 잘 견디는 강인한 체력을 가지고 있는 나무입니다.돈나무는 열매가 익어서 벌어지면 그 안에 붉고 끈적끈적한 점액 물질이 곤충을 불러들이는데 계절적으로 나비와 벌은 자취를 감추고 똥파리, 진딧물, 딱정벌레 등이 몰려들어 무리를 이루는 모습이 지저분하다고 하여 똥나무라 하였는데 이 나무의 이름을 처음 들은 사람이
* 독새기 : 달걀, 계란* 묻곡 : 묻고, (깊이) 품고* 조식 : 자식, 자녀옛날 냉장고 같은 가전제품이 어디 있었겠는가. 김치를 담가 두고 일 년 내내 먹으려면 기온 변화로 빨리 시어 버리므로 뒤란 같은 데 땅을 깊이 파묻었다. 오래 두고 먹기 위한 지혜였다. 갈치, 고등어, 우럭, 멸치 같은 어물을 볕에 말려 두었다 먹는 것도 부패를 막기 위한 경험칙의 소산이다.잘 말린 우럭을 고팡(광) 보리쌀 항아리에 넣었다가 제삿날 내놓아 바람 쐬고 석쇠에 구워 제사상에 올리던 기억이 난다.달걀을 잿속에 묻는 것도 한가지다. 재는 독한
겨울 제주는 새빨간 동백꽃과 사철 푸른 잎이 서로 기댄채 춤을 춘다. 동백(冬柏)이란 이름도 ‘겨울에 꽃이 핀다’고해서 붙여졌단다. 하얀 눈이라도 내리는 날이면 붉은 빛깔은 더욱 선명해진다. 동백은 평범한 꽃이 아니다. 겨우내 붉게 피었다가 가장 아름다운 때에 통째로 툭 떨어진다. 숱한 제주4.3의 넋처럼. / 글 = 김봉현 기자
“아니, 어르신 이게 뭐에요? 수꿩 아니에요?”어르신을 만나기로 한 날,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이날은 대한(大寒)보다 춥다는 소한(小寒)이었다. 롤케이크와 쑥찐빵을 손에 들고 들어간 제주시 삼양2동 어느 가정집 마당에서는 평소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오늘이 사냥 가능한 날이라서 우리 아들도 다녀왔는데 비가 와서 꿩들이 날아다니지 않고 다 숨었어. 그래서 오늘은 한 마리 밖에 못 잡았다더라고.”마당을 들어서자마자 내가 본 광경은 잡아온 꿩을 삶아 털을 뽑는 장면이었다.“이 꿩 손질해서 뭐 만드시려고요?”“뭘
* 소중이 : 고쟁이* 아덜 : 아들이 말엔 깊은 속뜻이 내포돼 있다. 그 속뜻을 음미해야 말속에 스민 부모의 마음을 제대로 읽어 낼 수가 있다.‘소중이’가 어떤 옷인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소중이는 (제주방언으로 표준어로는 ‘고쟁이’) 고쟁이라 해서 한복 입는 여자의 속옷의 하나다. 속옷 위, 단속옷 밑에 입는 아래 속옷으로, 통이 넓지만 발목 부분으로 내려가면서 좁아지고 밑을 여미게 돼 있다. 쉽게 얘기해 치마 안에 입는 헐렁한 반바지 모양의 옷인데, 여름철에 많이 입으며 바람이 잘 통하게 무명, 베, 모시 따위를 홑으로 박아
올레 없는 동네가 어디 있으랴.사람 사는 동네마다 사연 없는 마을 또한 어디 있으랴.제주올레는 탐라국의 전설이다. 문전신과 조왕신을 섬기는 탐라인, 이렇듯 모든 올레는 문전에서 오롯이 일어나 질레와 소통한다. 노일국 노일저대는 동티신, 토조나라 여산부인은 조왕할망, 남명복당 남선비는 문전 하르방, 일곱성제 중에 큰아들은 올레 정주목 대신이 되었다는 문전 본풀이에서 제주올레의 신화는 시작된다.탐라국은 크게 제주목, 대정현·정의현으로 구역을 긋는다. 제주목에서는 또다시 목안·동목안·서목안으로 나눈다. 이렇게 나눠진 것은 환경과 문화가
을씨년스런 하늘에 쌀쌀한 기운, 제법 겨울 날씨답다. 겨울 무 수확 철이라는 걸 알리듯 간혹 휘어진 길엔 트럭에서 쏟아진 무가 뒹굴고 있다. 그런가 하면 노랗게 핀 배추꽃이 계절을 의심하게도 한다. 책방을 찾아가는 동안 난 잠시 추리소설 속 인물이 되어 사건의 클라이맥스 한 부분으로 들어서는 것도 같았다. 책방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허허벌판에 덩그러니 서 있는 길로 안내하는 내비 속에 찍힌 ‘수상한 소금밭’이라는 이름 때문이다. 길을 잘못 들었나 싶어 다시 내비를 설정했다. 그래도 마찬가지다. 이상하다 여기면서 따라갔더니
임인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임인년 새해는 호랑이의 띠라고 합니다. 그것도 검은 호랑이띠라고 하여 흑호의 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예부터 우리나라에서는 호랑이를 신성시하고 사랑하였던 까닭에 1988년 서울올림픽 때에도 이 호랑이를 마스코트로 선정하여 '호돌이'라는 이름으로 사용하였던 적이 있습니다.한라산의 식물이야기를 쓰면서 올해 초에는 신축년, 소와 관련한 '송악'이라는 식물로 시작하여 어느덧 한 해를 넘겼습니다. 이제는 임인년이 됐기 때문에 호랑이와 관련된 나무를 찾았는데, 이미 호자나무, 호자덩굴 등을 소개해 드린 바 있습니다
* 모슴 : 마음* 달르곡 : 다르고, 같지 않고어떤 일을 시작할 때와 그 일을 끝낼 때의 마음이 다르다는 말이다. 어쩌면 기미(機微) 곧 낌새라는 것이 그런 것 아닐까.시작이 반이라 하듯 일을 시작할 때는 그 일을 실현하려는 욕구로 충만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기도 하려니와 정신적으로 몰두하게 마련이다. 반드시 이루고 말겠다는 성취동기가 강렬할수록 그런 행태 또한 강하게 나타나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렇게 집념을 가지고 억척스레 시작한 일도 뜻한 것처럼 진행되지 못하면, 점차 느슨해지면서 애초의 적극적 자세가 하향곡선을 그리게 된다
* 신칙이 : 신발 뒤축, 신발 발굽* 노픈 거 : 높은 것직설하지 않고 에둘러 말해 흥미로운 표현이다.앞뒤 대구(對句)를 구성하고 있는 두 구절의 뜻부터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신축이 노픈 거’는 신발 뒤축 곧 신발 굽이 높다 함인데, 이는 한 집안의 수준이나 위상이 높다는 뜻으로, 사둔(사돈) 집안의 가세(家勢)가 쟁쟁함을 우회적으로 빗대어 말한 것이다.그러니까 신 뒤축의 높이와 사돈의 지체가 엇비슷해야 한다는 비유다. 신 뒤축이 너무 높으면 걷기에 몹시 불편하다. 매한가지로 사돈 집안이 권세를 부리는 세도가이거나 하면 매
신희자 어르신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자. 전편에서 이야기했듯 어르신이 태어난 곳은 한림읍 대림리이다. 아버지를 잃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제주에는 몇 년 동안 심한 가뭄이 들었단다. 비교적 부유한 편이었던 어르신 가족들도 가뭄의 여파는 피해가진 못했다. 보리쌀, 조, 산듸쌀을 힘차게 갈아대던 방앗공장은 기계가 멈추고 적막함이 감돌았다. 방아기계가 돌아가야 그 삯으로 돈이나 쌀보리를 받는데 그 시기에는 그런 삯을 기대하는 것조차 사치였다. 대림에서는 당장 먹을 것이 없기에 깅이, 보말, 전복 등 바릇 괴기라도 먹기 위해 바닷가인 한림으로
커피 향이 유난히 더 좋은 날이 있다. 여기엔 날씨도 따르지만 널따랗고 숲속 같은 분위기도 한 몫 한다. 이번에 내가 찾은 곳, “독립서점 북덕북덕”에서 마시는 커피가 그랬다. 책방지기 박장현 씨가 커피를 내리기 시작하자 너울너울 흐르는 드립 커피 향이 내게로 와 안겼다. 커피 향이 유난히 더 좋은 날이었다. “처음엔 북스테이로”처음 봤을 때, 책방지기는 제주 사람으로 보였다. 그런데 부산이 고향이란다. 2015년에 제주로 와서 7년 차가 된 그는 이제 막 40대로 접어든 잘생긴 청년이었다.딱히 목표나 명확한 이유가 있어서 제주에
4년 동안 내리 경찰 수색견이었던 레이를 면회했다. 몸이 불편했던 퇴역 경찰견 퀸을 입양하고 오래지 않아 하늘나라로 떠나보내고 실의에 빠져있을 때 퀸을 돌봐주었던 고마움과 미안함 때문인지 그녀의 동생이라며 레이를 소개받았다.차분했던 퀸과 다르게 레이는 아주 유쾌하고 쾌활한 친구였다. 모습이 닮았다고 성격까지 같지 않았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아주 잠시라도 레이를 보러 갔다. 매번 짧은 만남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의 신뢰는 쌓이게 마련이다. 언젠가 레이와 한집에서 지낼 거라는 생각을 단 한번도 놓아본 적이 없었다. 우리의 관계를
이번 주에는 햇볕이 잘 드는 산지나 바닷가에서도 잘 자라는 덩굴성 목본인 보리밥나무를 소개해 드립니다.어린 가지는 은백색과 갈색의 별 모양 털이 납니다. 꽃은 10~11월에 핀다고 도감에서는 설명하고 있으나, 제주에서는 12월에도 꽃이 피어 있는 보리밥나무를 만날 수 있습니다.참고로 불교에서 말하는 보리수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보리수나무와는 다른 나무입니다.석가와 관련된 보리수는 중국과 동남아시아에 자생하는 무화과나무류(Ficus religiosa)를 의미한다고 합니다.이 나무의 열매가 보리의 수확시기와 같은 것에서 혹은 보리와 닮
* 놈의 : 남들과, 타인들과(하고)* 대동 : 대동(大同), 새력이 하나의 튼 줄기에 합쳐짐, 대세(大勢)를 따름지금도 우리 지역에서 많이 쓰인다. “무스 걸 기영 어렵개 생각햄시니. 기냥 놈들 허는 냥 허는 게 수여 (뭣을 그렇게 어렵게 생각하는 거냐. 그냥 남들 하는 양 하는 것이 상책이여.)” 사람은 개성을 갖고 있는 만큼 사고방식이 다 다르므로 어떤 일을 함에도 똑같을 수가 없다. 요령껏 쉽게 처리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낑낑대며 어렵게 치르는 사람도 많다. 하도 굼떠 진전이 더디니 옆에서 보기에 답답할 수는 왜 없겠는가
그녀의 이야기를 쓰려고 하니, 벌써부터 가슴 한켠이 아려온다. 허나, 그녀는 이런 나를 하늘에서 내려다보면서 활짝 웃으면서 말할 것 같기도 하다. 에이 이사장님, 그냥 담담하게 쓰세요. 제가 올레길에서 얼마나 행복해했는지 잘 아시잖아요. 그리고 제가 온 이곳은 언젠가는 이사장님도 오실 건데요 뭐. 그래, 용기를 내서, 한 해가 저물기 전에 그녀의 이야기를 쓰기로 한다. "어디서 왜 다치셨어요?" 라는 물음에 활짝 웃기만 하던 그녀그녀를 처음 만난 건 2019년 1월 30일. 사회적 기업 퐁낭이 주관하는 여행 프로그램인 ‘올레캠프’에
드르륵.“안녕하세요. 어르신 저 왔어요.”한림의 한 한복집. 문을 연 순간, 나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한 폭의 액자였다. 마치 카메라로 담은 듯 그린 한 장의 그림은 생동감이 넘실거려 내 눈을 단번에 사로잡았고, 나는 단번에 그 그림이 무엇을 그린 것인지 알 수 있었다. 바로 차조!고개를 돌려 한복집 여기저기를 둘러보니 한복집인지 갤러리인지 모를 정도로 형형색색의 다양한 그림과 글이 걸려있었다. 그렇다. 내가 찾아온 곳은 70세 부터 그림을 배우기 시작한 12년차 예술가 신희자 어르신의 작업장이었다. 그림 수준이 너무 훌륭
* 뒈 : 되(升)* 골리곡 : 곯려, 곯게, 기준보다 부족하게 주고* 줄봉서 : 줄봉사, 여럿의 봉사도량형(度量衡)은 물건을 사고팔고 하는 상행위에서 기본이 되는 것이다. 길이와 분량과 무게를 재는 도구가 일정한 규격으로 만들어져 나와야 하고, 장사하는 사람들이 법에서 정한 도구를, 그것도 정직하게 사용해야 한다. 그게 질서다.물건의 길이를 재는 자(척·尺))가 규정대로 사용되지 않거나, 분량을 재는 되가 크고 작아 일정하지 않거나, 저울눈을 교묘하게 속이게 되면 나라의 상도덕이 근본적으로 무너진다. 도량형의 타락하면 상업이 피폐
검색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의 마음 속 의도를 읽고, 적절한 콘텐츠 가이드를 제공하는 AI 마케팅 스타트업의 본부장이 ‘인텐트마케팅’ 전략을 공개한다.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주최하고, [제주의소리]와 제주대학교가 공동주관하는 2021 JDC AI 대학생아카데미가 9일 비대면 온라인 영상으로 2021년도 2학기 마지막 강의를 공개했다.AI 마케팅 스타트업 어센트코리아의 김윤경 마케팅 본부장이 ‘고객 데이터 기반, 인텐트 마케팅 전략’을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김 본부장은 컴퓨터 공학과 인공지능을 공부했던 엔지니어로 17년 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