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일홍의 세상 사는 이야기 ⑮]‘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이 있다. 사람들은 먹는 문제가 해결되면 ‘즐길 거리’를 찾는다. 21세기를 ‘문화의 세기’라고 하는데는 두 가지 함의가 있다. 21세기인들의 삶의 질이 엄청 높아졌다는 것과 문화가 경제를 떠받치는 토대요, 경제를 이끄는 동력이 됐다는 거다. 프랑스가 한 해 문화예술로 벌어들이는 돈은 570억 유로(76조원)로, 프랑스 자동차산업의 7배, 전자통신 산업의 2
[장일홍의 세상사는 이야기⑭]봄이 여자의 계절이라면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다. 가을이 되면 나는 어김없이 사추기증후군(思秋期症候群)을 앓는다. 50대 이상 나이 든 사람들의 감상벽, 괜히 우울하고 슬퍼지는 증상을 말한다.이 가을에 소나타를 들으며 슬프도록 아름다운 한 여인을 떠올린다. 북구적인 미모에 지성과 재능을 겸비하여 미국영화협회(AFI)가 위대한 20세기의 여배우라고 칭송한 잉그릿 버그만이다. 그녀는 아카...
[장일홍의 세상사는 이야기⑬]#1 1960년대 말, 제주시 서부두 화력발전소 근처에 있던 남양 여인숙은 내 불알 친구 M의 집이었다. 그 집은 방황하는 10대 소년에게는 지친 영혼의 쉼터였다. 아버지로부터 청천벽력과 같은 선언(대학진학 불가)을 듣고 절망의 늪에서 허덕이던 나에게 즈 깁은 ‘구원의 방주’와 같았다. 그 집 식구들은 모범생인 M을 타락시킨 주범이라면서 모두 날 싫어했지만 여동생 영순이(가명)만은 반
[장일홍의 세상 사는 이야기 ⑫]지상에서 최고의 성직자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다음 달(8.14~18) 한국에 온다. 방한 중에 교황은 기아자동차의 소형차 ‘쏘울’(영혼?)을 타서 천주교 순교자 시복식에 참석하고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도 만나 위로를 전할 거라고 한다. 프란치스코는 역대 어느 교황보다 많은 화제를 뿌리고 다니면서 ‘록 스타’와 가까운 돌풍을 일으켰다. 파격적인 그의 행동 때문이다. 그는 교황에 선출...
[장일홍의 세상사는 이야기 ⑪]세상에는 오묘하고 신비한 일이 참 많지만, 소생이 보기에 가장 기막힌 일은 세계 70억 인구의 얼굴이 제각각이라는 사실이다.(물론 쌍둥이도 다르다) 손바닥으로 감쌀 수 있는 좁은 면적에 눈·코·입이 다 다르게 어떻게 70억 개의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소생은 이걸 이렇게 해석한다. 첫째, 이건 분명히 창조주의 전능한 능력이 아니고선 불가능하다. 둘째, 창조주가 그리한 것은 인간은 각자 ...
[장일홍의 세상 사는 이야기 ⑩]어제(9일) J일보의 스티븐 추 미국 UC버클리 교수와의 인터뷰 기사를 보고 번개처럼 스치는 생각은 물·바람·햇빛이 앞으로 천 년 동안 제주도를 먹여 살릴 보물이라는 눈부신 발상이다.추 교수는 ‘창조적 미래를 여는 과학기술의 혁신’ 국제심포지엄에 참석차 방한했는데, “지금보다 10년, 20년 뒤의 생존을 고민하는 기업이라면 당장 신재생에너지에 투자하라”고 제안하면서 “한국에 가장
[장일홍의 세상 사는 이야기 ⑨]파스칼은 프랑스의 수학자·물리학자·철학자이고 명저 ‘팡세’의 저자이다. ‘팡세’는 신이 없는 인간의 비참과 신이 있는 인간의 축복을 밝힌 책이다. 파스칼은 “신을 믿는 사람과 안 믿는 사람 중에 누가 더 현명한가?”를 두고 사람들과 내기를 걸었다. 그에 따르면 사후(死後)에 신자는 천국이 있으면 다행이고 없어도 그만이지만, 비신자는 지옥이 없으면 다행이고 있으면 큰 낭패이므로 ...
[장일홍의 세상 사는 이야기 ⑧]6.4지방선거에서 낙선한 사람 몇몇이 자살하거나, 자살 기도로 중태에 빠졌다는 뉴스를 접하고 이 편지를 씁니다. 외람된 말이지만 60대는 생전 오의(奧義)를 엿볼 수 있는 나이죠. 70대는 이승과 저승에 한 발씩 양다리를 걸친 상태고, 푸코의 말처럼 80세가 되면 플라톤도 허수아비가 됩니다. 그래서 더 늦게 전에 인생에 대한 내 생각을 정리해둬야겠다고 결심했어요.첫째, 잃으면 얻고 얻으...
[장일홍의 세상사는 이야기 ⑥] 설문대 할망 프로젝트 청정제주의 싱싱한 농·수·축산물이 중국인·러시아인·유럽인들의 식탁에 오르는 광경을 상상해보라. 내국인보다 외국인 관광객이 더 많은 지구의 보물섬, 제주 아일랜드를 상상해보라. 이건 결코 발칙한 상상이 아니다. 신화는 당대인들의 꿈의 반영이다. 설문대할망 신화는 우리 조상 탐라인들이 섬과 육지를 잇는 ‘연륙의 꿈’을 꾸고 있었다는 반증이다.그 신화적 상상력
[장일홍의 세상사는 이야기 ⑤] 장일홍 극작가필자는 지난 번 칼럼(쓰리웨어 사고(思考)로 사고(事故)를 막자, 4.22) 에서 “쓰리웨어 사고(思考)로 사고(事故)를 막자”고 제안한 바 있다. 세월호 참사는 한 마디로 우리 사회의 총체적 부실이 총체적 난국을 초래한 것이다. 달리 말하면 한국의 후진성이 안에서 곪다가 밖으로 터져나온 상징적 사건이다. 그러니까 이게 한국인의 현주소요, 자화상이라고 보면 된다.박근혜
[장일홍의 세상 사는 이야기⑤] 장일홍 극작가 - 진도 해상 세월호 침몰로 온 나라가 들끓다가 이제는 패닉 상태에 빠진 것 같다. 숱한 언론사(신문, 방송)의 취재·보도 경쟁과 인터넷, SNS를 달군 유언비어들이 사태 해결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지금은 집단 이성을 회복하고 차분히 실종자 수색작업을 진행하면서 사고 원인 분석과 재발 방지를 위한 향후 대책 마련에 골몰할 때다. 이번 사고의 원인(遠因)은 압축 성장에 이면...
인문학은 정치·경제·사회·역사·철학·문학 등 인류 문화에 관한 정신과학의 총칭이며, 인문주의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인문주의(휴머니즘)는 인간의 존엄성 회복과 인간성 옹호를 기치로 내건다. 간단히 말해서 인간학은 인간본질을 규명하는 ‘인간탐구
‘세계는 한 권의 아름다운 책을 위해 존재한다’는 말이 있다. 좋은 책은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고 사람을 감동시킨다.내 평생소원은 만인을 감동시키는 책 한 권 남기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나는 30년 동안 글을 써 왔지만, 아직 눈물어린 책을 쓰지 못했다. 어떤 책이 아름다운 걸까? 책에 관한 많은 명
오늘의 시련은 내일의 도약을 위한 발판
한 해의 마지막 때인 세밑이 가까워 온다. 국내외 정세가 어수선하고 서민들의 팍팍한 삶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런 때일수록 평상심을 일지 말아야 한다. 세브란스병원 의사인 이희대씨는 암이 11번 재발하고 대수술을 6번 받은 암 환자지만 암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그는 “사람을 죽이는 건 암 세포가 아니라 절망”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