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몸을 해부용으로 내놓은 ‘드라마 속 유의태’-현실에서는 유의태와 허준이 동시대 인물이 아니라는 둥 논란이 분분하다-는 당대(?) 영웅임이 틀림없다. 백성의 목숨을 구하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다가 본인도 감염돼 숨진 중국의사 리원양도 영웅으로 불릴만 하다. 리원양은 신종 코로나의 존재를 외부에 처음 알린 인물이다. 이 일로 당국에 의해 고초를 겪기도 했다. 예나 지금이나 영웅은 난세에 나는가 보다. 아니 그보다는 세상이 어지럽고 앞날이 깜깜할수록 위기 극복 능력을 갖춘 사람이 두각을 나타낸
너무 불안해하지 말라고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코로나 19는 이미 육지부에선 지역사회 전파 수순에 접어들었다. 확진자와 접촉자, 그 동선만 피하면 되는 단계를 벗어났다는 얘기다. 마치 좀비라도 만난 듯 이제는 괜히 서로를 멀리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적절한 비유일지 모르겠다. 하나같이 무표정한 얼굴들이 오히려 섬뜩함을 자아내는 영화 인베이젼을 떠올려보라. 보균자가 누군지 모른다는 점은 공포를 유발한다. 그럼에도 보균자와의 접촉을 완벽히 차단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집에만 틀어박혀 있을 수도 없다. 물론 지나
정치인은 원래 말이 많다. 말로써 승부해야 하는 몇 안되는 직업 중 하나가 정치인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살아남으려면 좋든 싫든 말을 해야 한다. 정치인이 요즘 가장 애용하는 SNS도 사실은 말을 더 빨리, 더 널리 실어나르기 위한 수레에 지나지 않는다.극단적으로, 정치인의 말은 두 가지 측면이 있다. 때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화(禍)가 되어 자신에게 돌아오기도 한다. 후자는 말그대로 세치 혀를 잘못 놀려 빚어진 설화(舌禍)다. 그 길이(三寸)에 비해 가혹할 정도로 정치인에겐 치명적이다. 말 한마디 때문에
신종 감염병으로 아우성을 치고 있는 이때, 제주사회에 또 한가지 씁쓸한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해 12월, 월 단위로는 정확히 8년만에 인구 순유출이 발생했다. 미처 몰랐을 것이다. 거세게 불어닥친 이주열풍이 이렇게 빨리 식을 줄을. 한달 평균 1000명 넘게 인구가 증가한 게 불과 2년여 전이었다. 웬만한 규모의 마을이 연간 12개나 새로 생겨난 셈이다. 완만하긴 해도 줄곧 늘 것만 같았던 순 유입이 이제는 마이너스로 돌아섰으니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신종 코로나로 중국인의 발길이 끊긴 것과는 결이 다른 문제다. 사드 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이 무섭게 퍼지고 있다. 아직 사망자는 사스나 메르스에 미치지 못하지만, 확산 속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부에선 사태 장기화를 우려하며 그 타격이 사스를 훨씬 능가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예상 보다 감염력이 높고 전파력이 센 것이 문제다. 당국의 선제조치가 절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미 경험했듯이 감염병 공포는 우리네 일상을 순식간에 바꿔버린다. 경제적 손실은 말할 것도 없다. 특히 관광으로 먹고산다 해도 지나치지 않은 제주는 치명적이다. 더구나 제주는 섬이라는 특성상 일단 환자가
나눔은 그 대상자만 좋은 게 아니다. 나누는 주체도 동시에 행복해지는 법이다. 그래서 혹자는 나눔을, 자신이 행복하기 위해 하는 고차원적인 행동으로 규정했는지 모른다.대개 나눔의 대상은 어려운 이들이다. 이들에겐 궁한 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따라서 나눔에도 여러 종류가 있기 마련이다. 각각의 나눔을 크기로 잰다는 게 우습지만, 그 가치로 본다면 ‘교육 나눔’을 최고로 치고 싶다. 어려움에서 벗어날 자력의 길을 터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마치 물고기 대신 물고기 낚는 법을 가르치듯이. 이런 점에서 지난달 [제주의소리]가 캄보디아 오지
2018년 제주도지사 선거는 더불어민주당으로선 ‘지기 힘든’ 선거였다. 거꾸로 야당 후보는 그가 누구든 ‘이기기 힘든’ 선거였다. 당적을 지워버린 ‘승부사 원희룡’이라고 해도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가 70%, 민주당의 지지도는 50%를 각각 웃돌던 상황이었다. 민주당 깃발만 꽂으면 당선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물론 역대 제주 선거는 전국적인 바람 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독특한 무엇이 존재해 왔으나, 그렇다고 ‘무풍지대’ 일 수는 없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이 당시 열린우리당 후보 3명의 당선으로 이어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는 20대와 30대, 40대가 지금 국회에는 보이지 않는다”어느덧 노(老) 정객으로 접어든 강창일 의원의 불출마 이유 중 하나는 세대교체, 물갈이였다. 하기야 그가 정계에 입문할 때가 50대 초반이었으니, 세월의 무게 만큼이나 엄청난 세상의 변화를 실감했을 것이다. 그 변화의 속도를 더는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 사실 그는 갈수록 움직임이 둔해졌다. 단순히 나이에서 오는 몸의 둔화를 말하는 게 아니다. 지역주민과의 접촉면이 점점 줄어들었고, 눈부셨던 의정 활동도 예전같지 않아졌다. 돌이켜
2007년 9월16일 제주 섬을 강타한 태풍 ‘나리’는 그야말로 잔인했다. 마치 악몽을 꾸는 듯 했다. 목불인견. 곳곳에 처참한 광경이 펼쳐졌다. 하천 흙탕물이 공중으로 솟구치고, 차량들이 둥둥 떠다녔다. 도로가 끊기고, 교량이 맥없이 무너졌다. 급류에 밀려온 토사는 천지연폭포에 일종의 섬 하나를 만들었다. 제주도 전체의 3분의 2인 18만가구에 전기 공급이 중단됐다. 하천 범람으로 13명이 목숨을 잃었다. 전날까지 멀쩡했던 어느 지인도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대낮이었기에 망정이지 한밤중이었다면…. 상상 만으로도 끔찍했다. 나리는
소설가 김현경은 최근 라는 글에서 ‘조선 시대 덕후 베스트 5’를 소개했다. 덕후는 전문가 못지않게 어떤 분야에 몰두하거나 대단한 열정을 가진 사람을 뜻한다. 김 작가가 2위로 꼽은 이는 ‘여행 덕후’ 정란(鄭瀾, 1725~1791년)이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전국 곳곳을 여행하고, 산에 올랐으며, 직접 여행기를 썼다는 것이다. 정란은 생애 마지막 목표인 백두산과 한라산 여행을 당시로는 노인이던 50대 후반에 했다고 했다. 조선시대 덕후들에겐 벽(癖·병든), 광(狂·미친), 치(痴·어리석은) 따위의 부
‘베스트셀러 작가’ 유시민은 를 쓴 단재 신채호 선생이 의 저자 김부식을 사대주의 역사가의 원흉으로 지목했다고 했다. ‘역사 서술의 역사’를 이야기한 책 에서다. 충격이었다. 유 작가의 말대로 는 ‘국가 공인 역사 교과서’가 아니던가. 다들 그렇게 배워왔다. 유 작가는 단재가 김부식을 사대주의자로 규정한 근거로 김부식이 를 편찬할 때 요동과 간도 지역을 민족사에서 삭제하고, 중요한 사료를 다 폐기해버린 점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단재를 ‘걸출한 사료 연구자’로 평가한 유 작가
흡사 망백(望百)의 촌로를 보는 것 같았다.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고약한 ‘막걸리 보안법’에 걸려 고문 후유증으로 지난해 사망한 고(故) 홍제화씨의 마지막 모습은 마음을 쓰라리게 했다. 고작(?) 66세였는데, 족히 이삼십은 더 들어보였다. 최근 그의 부인은 1년 전 사진 속 남편을 가리키며 “이 얼굴이 그 나이로 보이느냐”고 탄식했다.생전 남편을 ‘딴 사람’으로 만든 것은, 인류 역사상 인간이 인간을 상대로 저지른 가장 끔찍한 만행 중 하나, 바로 고문 때문이었다.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는 무시무시한 죄목이 붙었지만, 사실 별게 아
“도민 갈등 해소를 위해 도민의견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노력하고, 이를 감안하여 예산을 집행한다”국회가 제주 제2공항 예산을 의결하면서 이같은 부대의견을 달자 시민사회는 적극적으로 의미를 부여했다. 한마디로 도의회의 공론화 절차를 국회가 인정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또한 공론화를 통한 갈등해소 절차가 완료되는 시점까지는 예산 집행이 중단될 것으로 전망했다. 나아가 제주도 역시 도의회 특위(‘제2공항 건설 갈등 해소를 위한 특별위원회’) 활동에 협조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낙관했다. 특위가 지난달 특위 활동 기간 만큼은 기본계획 고시나
호시절에 카지노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통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가장 최근의 호시절은 사드 사태 전 중국인이 물밀 듯이 몰려올 때였다. 곳에 따라 다르지만, 당시 카지노 업소들은 매출 증대로 콧노래를 불렀다. 하지만 얼마없어 ‘큰 손’들의 발길이 끊기자 죽을상을 하고 있다. 호시절이든 아니든, 카지노는 여전히 황금알을 낳는 거위이거나 ‘황금알 거위’를 꿈꾸는 존재다. 적어도 업계 입장에서는 그렇다. 늘 사업권을 따내지못해 안달이니 말이다. 자기들끼리 암투도 대단하다. 이제 경찰이 출동하는 일은 뉴스거리도 안된다. 반면 대중
이문을 좇는 민간 기업의 여측이심(如廁二心)인지, 소통부족인지는 잘 모르겠다. 대형 제과 업체 오리온이 제주 용암해수(염지하수)로 만든 혼합음료를 시판하겠다고 하자 제주도가 발끈하고 나섰다. 한마디로 약속을 깼다는 것이다. 반면 오리온은 사실무근이라며 억울해하고 있다. 양쪽 주장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진실공방의 소재는 ‘제주 용암수’ 국내 시판 여부다. 제주도는 오리온이 국내 판매는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주장한다. 이 약속을 믿고 사업 허가를 내주고, 취수량도 늘려줬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오리온이 이제와서 말을 바꾸는 것은 당시
“정부는 제주도민들이 어떤 선택을 하든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그젯밤, 제2공항과 관련한 대통령의 한마디가 어김없이 격론을 몰고왔다. 해석은 극과 극으로 갈렸다. 크게 보아 제주도민의 자기결정권을 강조한 말이라는 주장과 ‘이미 이뤄진 제주도민의 선택’을 존중하겠다는 의미라는 주장으로 나뉜다. 전자는 공론조사의 정당성을 인정받게 됐다는 논리로, 후자는 제2공항 건설에 쐐기를 박게 됐다는 논리로 이어졌다. 당장 이튿날 제주도의회 도정질문에서 동상이몽 식의 신경전이 펼쳐졌다. 급기야 원희룡 지사는 대통령께 직접 진의를 물어보겠다고 했다.두
제주가 발전하려면 파이(pie)부터 키워야 한다고 주창하던 시절이 있었다. 제주도가 앞장서 부르짖었다. 민선5기 우근민 도정 때였다. 본래 파이는 ‘시장의 크기’를 의미하지만, 당시만 해도 파이는 곧 인구수로 받아들여졌다. 우 지사도 그런 취지의 얘기를 곧잘 했다. 실제로 ‘적은 인구’가 제주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꼽히기도 했다. 2010년 7월 도민 설문조사가 한 사례다. 제2차 제주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2012~2021년) 수립 용역을 맡은 삼성경제연구소가 ‘제주의 경제, 산업이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를 조사했다. 그 결과 적
벌써 세 번째다. 원희룡 지사가 김성언 정무부지사를 임명함으로써 사실상 제주도의회의 뜻을 거스르는 선례를 또 남겼다.의회가 인사청문 심사경과보고서에서 김 부지사에 대해 ‘부적격’ 의견을 낸 것은 여러가지 이유에서였다. 능력 및 도정 전반에 대한 이해 부족이 가장 크게 꼽혔다. 제2공항 공론화 관련 질문에 지사 체면을 앞세운 것은 질책을 받기에 충분했다. 지사가 공론화를 반대하는데, 그에 반하는 입장을 밝힐 수는 없지 않느냐는 식이었다. 다만, ‘행정경험 부족’을 이유로 든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이 지적이 유효하다면, 정무부지사는
4.3 70주년인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은 ‘봄’을 알리러 제주를 찾았다. 정확히는, “제주에 봄이 오고 있다”고 현재진행형으로 표현했다. 70년동안 제주도민이 “이 땅에 봄은 있느냐?”고 물은데 대한 일종의 화답이었다. 그랬다. 제주도민에게 70년은 침묵의 세월이었다. 살아남기 위해 기억을 지워야만 했다. 오고는 있지만, 한편으로 아직 ‘완연한 봄’은 아님을 시사한 문 대통령은 4.3을 역사의 자리에 바로 세우기 위한 눈물어린 노력을 일일이 열거했다. 그 앞 부분에 예술인들을 배치했다. 4.3이 금기시되던 시절, 4.3의 고통을
공모는 널리 인재를 구하는 일이다. 내, 외부를 가리지 않고 능력 있는 인사를 발탁하기 위함이다. 인사권자와의 친분은 중요치 않다. 본뜻이 그렇다는 얘기다. 맥락은 다르지만, 당쟁이 심했던 조선 후기 탕평책도 출신에 관계없이 ‘글 잘하는 사람’을 등용하기 위한 정책이란 점에서 오늘날의 공모와 닮은 구석이 있다. 언제부턴가 제주도정이 산하 기관장을 물색할 때 공모는 빠지지 않는 절차가 되었다. 그러나 매번 공모의 본뜻은 뒷전으로 밀렸다. 그 자리에 걸맞는 역량과 자질 보다는 측근이냐 아니냐는게 더 중시됐다. 최종 합격자가 미리 정해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