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65건) 리스트형 웹진형 타일형 사람들이 떠나도 감나무는 남았다 사람들이 떠나도 감나무는 남았다 (8) 감꽃, 눈에 익다 / 강은미 바람이 손끝마저 놓아버린 입하 무렵 ‘곱은다리’ 감나무도 겨운 듯이 굽은 저녁 아기 새 노란 부리로 감꽃들을 쪼았지 감꽃에 허기 달래던 내 아우가 생각난다 비 오면 빗길에서 고무신 접어 배를 띄우던 그 어느 감꽃 지는 밤 그 배 타고 떠났지 사람은 다 떠나도 감나무는 거기 있었네 이십 리 등하굣길 먼발치 눈인사처럼 귀 밝은 감꽃 하나가 손금 위에 놓이네 - 강은미, < 감꽃, 눈에 익다> 전문- 추억 이미지와 연결되는 단어 감꽃, 감나무. 마당 한 켠 어디, 뒤뜰 어느 구석... 살며詩 한 편 | 김연미 | 2017-05-13 10:35 이 화려함이 송구하고 송구한 이유 이 화려함이 송구하고 송구한 이유 (7) 무꽃 / 문순자 송구하고 송구한 건 하늘도 마찬가지 거저 줘도 안 뽑아가는 천여 평 월동 무밭 여태껏 못 갈아엎고 누리느니, 이 호사! -문순자 전문- 갑자기 눈이 환해졌다. 미세먼지와 황사 가득한 날씨. 뻣뻣하게 긴장을 놓지 않던 눈가의 주름들이 무장해제 당하듯 풀어졌다. 밭 하나를 가득 채운 하얀 꽃. 무꽃이다. 유채꽃 다 지고, 봄의 화려함을 지우며 계절은 여름을 향해 가는데, 뒤늦게, 혹은 뜬금없이 들판 한쪽에 피어난 꽃이다. 마지막이라는 단어에 걸린 미련처럼 꽃은 화려함의 극치를 달린... 살며詩 한 편 | 김연미 | 2017-05-06 10:50 그래도 읽어야 사는 비정규직 노동자 그래도 읽어야 사는 비정규직 노동자 (6) 강철도서관 / 서정택 그가 읽는 책들은 거의 금속성이다 침 바른 기계칼로 책장 넘기다 보면 어쩌다 늙은 당나귀 말라 죽은 파리 한 마리 누군가 물어뜯는 상처도 듬성 있다 강철로 만든 책을 무슨 수로 뜯었는지 칼날이 스칠 때마다 뜨겁게 책이 운다 델 것처럼 서러워 그만 덮고 싶었지만 그래도 읽어야 사는 비정규직 인부 멀리 들깨 밭 까만 깨들이 톡,톡, 튀고 있었다 -서정택 전문- ‘금속성’에는 물기가 없다. 날카롭고 뾰족하고 단단하다. 촉촉한 숨결이나 부드러운 살결이 스며들 여지도 없다. ... 살며詩 한 편 | 김연미 | 2017-04-29 11:14 이제, 더 많은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이제, 더 많은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5) 중년 / 서숙희 파도가 한 번 밀려왔다 밀려갔다 그 사이 순간인 듯, 영원인 듯 그 사이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그랬을..., 뿐이다 -서숙희 전문- 설령, 내 앞에 바위가 있어 그 바위에 부딪쳐 몸 산산이 부서지더라도 달려들기를 멈추지 않던 직진의 시기. 그 청년기를 지나, 이제는 되돌아가야 하는 길만을 남겨둔 잠시 멈춤 상태. ‘파도가 한 번 밀려왔다 밀려’가는 ‘그 사이’ 중년이다. 누가 왔던 길을 되돌아가고 싶겠는가. 꿈 위에 꿈을 얹고 성장의 길이를 끝없이 연장해 가면서 길 어디쯤 희... 살며詩 한 편 | 김연미 | 2017-04-22 13:47 보리밭에서 떡국을 이야기하는 사람들 보리밭에서 떡국을 이야기하는 사람들 (4) 공약 / 김정숙 사람답게 사는 법 펼쳐 보이겠다며 인가 근처 터 잡은 신출내기 뻐꾸기가 막 익은 보리밭 향해 "떡국! 떡국!" 외친다. - 김정숙 전문- 이제 막 익기 시작한 보리밭에서 뻐꾸기 소리 들린다. 그런데 그 소리는 여느 때와 같이 ‘뻐꾹, 뻐꾹’이 아닌 ‘떡국! / 떡국!’이다. 울음소리가 좀 이상하다는 것 외에는 아주 단순하게 읽히는 시다. 그러나 따져보자. 뻐꾸기는 왜 하필 떡국을 부르며 울까. 울음소리에 꽂혔던 시선이 이제 막 익은 보리밭을 돌아 사람답게 사는 법을 펼쳐 보이겠... 살며詩 한 편 | 김연미 | 2017-04-15 10:34 처음처음이전이전1234끝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