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방산 가까이 봄이 왔노라고노란 손들이 끝없이 흔들어댑니다. 3월 어느 날, 노랗게 물든 바람이산방산을 오르락내리락 하더니 다시 유채꽃 곁을 스칩니다. 산방산 가까이 봄이 왔노라고 노란 손들이 얼었던 가슴을 데웁니다.잊었던 노란 리본의 기억을 깨웁니다. / 글=김봉현 기자
탐라국에는 ‘당 오백 절 오백’이라 하였을 만큼 신당이 많다. 이는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자연과 더불어 공존하려는 섬사람의 발로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탐라에는 일만 팔천 신이 있다. 따라서 어느 마을 어느 해변에 닿아도 마을을 지켜주는 본향당과 마을에서 마을을 엮어주는 신당들이 있다.뭍에는 당산 능선에 서낭당을 두어 모시지만, 탐라에는 한라산 자체가 당산 역할을 하기에 마을마다 터를 마련하여 신당을 둔 게 특징이다. 이처럼 마을마다 신당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다양한 삶의 교류가 스며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제주올레
“정말 하기 싫은 것에 주의집중해보세요. 빠르게 진도를 나가고자 말고 천천히, 그리고 깊게, 깊게. 무언가를 하고 싶어지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주최하고, [제주의소리]와 제주대학교가 공동주관하는 2022 JDC 대학생아카데미가 15일 1학기 첫 문을 열었다.제주 청년 인재 양성을 위해 펼쳐지는 JDC 대학생아카데미의 첫 강연자는 『혼자 하는 공부의 정석』의 저자이자, 독서 지향 유튜브 채널 재우의서재를 운영하는 한재우 대표.한 대표는 새 학기 개강 후 첫 수업을 앞둔 제주대 학생들에게 ‘비대면
제주 청년들의 리더십을 높이고, 미래인재로서의 발판이 되어주는 ‘JDC 대학생아카데미’가 완전히 새로워진 모습으로 2022년 새학기 첫문을 연다.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와 제주대학교, [제주의소리]가 공동진행하는 JDC 대학생아카데미가 15일 첫 강연으로 1학기 수업을 시작한다.전면 온라인으로 진행됐던 작년과 달리 비대면·대면 강연이 병행된다. 강연 주제도 제주대학교 학생들이 듣고 싶은 강연으로 꼽은 취업, 자기계발 등으로 폭을 넓혔다. 강연은 오는 15일부터 13주 동안 매주 화요일 영상으로도 게시될 예정이다.제주대학교 학
3월이 되면서 여기저기 봄이 오는 소리를 듣습니다.오늘 소개할 산쪽풀이라는 식물도 봄에 피어나는 식물 중 개화 시기가 빠른 식물입니다.제주에서는 지역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봄을 알리는 야생화인 세복수초나 변산바람꽃보다 더 일찍 개화하는 산쪽풀(Mercurialis leiocarpa Siebold & Zucc)이 있습니다.도감의 설명에 의하면 5월에 꽃이 핀다고 나와 있지만 제주에서는 2월초부터 피기 시작하여4월초까지도 볼 수 있는 야생화입니다.산에서 자라는 특성과 쪽처럼 쓰이는 풀이라고 하여 산쪽풀이란 이름을 가졌습니다.쪽풀은 여름이
애기 밴 예펜 ᄆᆞᆯ석 안 넘나 (아이 밴 여자는 말줄 안 넘는다) * 예펜 : 여인, 여자, 남편에 대한 예스러운 말 여편(女便) * ᄆᆞᆯ석 : 말줄(말을 방목할 때 길게 매는 줄)임산부는 출산 전까지 자신을 잘 보살펴야 한다. 매사에 조신해야 함은 물론이다. 새 생명을 잉태했기 때문이다. 까딱 잘못될 때는 유산의 위험이 따른다.예전 제주에는 시골길에 말이 매어 있는 경우가 허다했다. 덩치 큰 놈이 풀 뜯던 걸 멈추고 눈 껌뻑이며 경계심을 나타낸다. 한길을 말이 막아서는 수도 있었다. 그럴 땐 으레 돌아가야지, 말 줄을 넘으면
제주 모슬포 상가거리에 자리잡은 한 쌀집. 한쪽 벽에 걸린 아기자기한 짚신과 망태기, 삼태기는 차곡차곡 진열된 곡식들과 오묘한 조화를 이룬다. 쌀도 팔고 풀로 엮은 갖가지 공예품들도 파는 신기한 쌀집이다. 쌀집 간판이 내걸린건 벌써 60년 전이다. 팔순을 훌쩍 넘긴 노인은 말없이 바구니 엮는작업에 열중했다. 주름살 가득한 이마에 땀방울이 맺힌 채 몇 시간이 지나도 집중력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김석환(85) 할아버지의 공방이기도 한 ‘100번 쌀집’의 풍경이다.가난했던 시절 신발부터 생활용품까지 제주의 일상을 채워줬던 선물같은 신서란
하필, 서쪽 하늘에 눈을 뒀을까. 망설임 없이 저문다. 두려움 없이 기운다. 한낮 황홀했던 불덩이, 깊고 캄캄한 곳을 향하고 있다. 누구든 저물고 기운다. 그걸 알면서도 오늘 서쪽 하늘은 유난히 서운하다. 그래, 괜찮다. 삭이고 나면 다시 저 열정으로 아침을 맞을것 아닌가. 해는 졌지만 열정은 지지 않는다. 졌지만 지지 않았다. / 글=김봉현 기자
* ᄒᆞ멍 : 하며, 하면서* ᄎᆞᆯ : 꼴(마소의 먹잇감이 되는 풀, 산에서 다량으로 베어다 말려 마당에 눌 눌어 놓고 건초로 먹였다.)일을 공평하게 하기란 쉬운 것이 아니다. 바르게 나눈다고 하다 봐도 한쪽으로 치우치는 게 사람의 일인지도 모른다. 세상사를 돌아보면 고르지 못한 경우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집안 형제간에 더 가기도 하고 덜 가기도 해서 불만을 터트리는 일이 많다.이 말은 예로부터 많이 화자돼 온다. 농경사회에서 소는 엄청난 힘으로 농민들을 도왔던 가축으로 사실 말에 비할 바 아니다. 말은 우마차를 끌고 등
“아빠, 저 고등학교 못 다니게 되면 여군 입대 하겠습니다.”낭랑 18세의 꿈 많은 소녀, 떨어지는 낙엽에도 눈물이 똑 떨어지고 굴러가는 돌에도 까르르 웃을 줄 아는 그런 나이, 소녀 김순백은 아버지에게 여군에 입대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내비쳤다.당연히 돌아오는 것은 호된 꾸지람. 낭패였다.“아버지 친구분들께서 집에 오셨을때 일부러 분위기는 이때다 싶어 이야기를 꺼냈는데 정말 호되게 혼이 났지. 제주여자상업고등학교에 입학했는데 당시에는 은행원이 여자들에게 최고의 직업이었어요. 그땐 컴퓨터가 있었어 뭐가 있었어. 주판 위 보이지 않는
추사가 그토록 흠모했던 수선화. 3월 봄볕을 벗삼은 수선화가 제주 대정읍 추사 적거지 인근의 대정향교에도 만개해 있습니다. 추사가 바람코지 대정(大靜) 마을에서 세한(歲寒)의 8년 유배인 삶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지천으로 널린 수선화를 보는 뜻밖의 낙이 컸습니다. 그러나 척박한 삶이 현실인 제주 민초들에겐 소나 말에게 먹일 ‘몰마농’이었거나, 농사에 방해되는 검질쯤이었겠지요. 환경이 시선을 결정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백옥 같은 잔대 위에 황금 찻잔을 올려 놓은 듯 자태와 기상이 남다른 금잔옥대(金盞玉帶) 수선화. 추사도 그
왜 올레를 자주 걷느냐고 묻는다. 나는 걷는 게 아니라 올레를 순례한다고 전한다. 그대도 마음에 무거운 게 있거든 한걸음에 하나씩 내려놓으며 순례하라고 권한다. 나에게 있어 올레는 순례 명상의 아란야이다. 일주일래(一週一來), 한주에 한 코스를 순례하며 자연과 함께 소통하는 게 즐겁고 행복하다. 이번 다섯 번째 순례는 제주올레 3-B 코스이다.제주올레 3-B 코스는 2015년 5월 23일 개장되었다. 온평리 ‘동개맛, 터웃개’에서 신산리·삼달리·신풍리·신천리·하천리·표선리 당케 백사장까지 14.6km, 37리이다. 3-A코스 20.
제주올레의 공식 파트너 기업 (유)퐁낭에서 꾸리는 제주올레 완주여행팀이 첫 발을 내디딘 것은 지난 2월 4일. 11코스를 걸을 때 함께 했는데, 그들은 벌써 제주시 권역을 다 돌았단다. 이제나저제나 하면서 동참을 못하다가 2월 21일에 21코스를 걷는다기에 확 마음이 끌렸다. 만사 제쳐놓고 참가하기로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시작점인 1코스와 함께 마지막 코스인 21코스는 늘 내게 각별한 애정을 느끼게 만드는 곳이었으므로. 게다가 땅끝 오름을 의미하는 지미봉 꼭대기에서 제주 남동쪽 바닷가 풍경을 내려다보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았다.
관찰일기 쓴 날 : 2022년 2월 20일 일요일 오후 2시 아침 마당이 하얗다. 어제 날씨가 포근했음에도 도롱뇽이 보이지 않았던 이유를 이제 알 것 같다. 밤사이 눈이 쌓일 것을 도롱뇽은 이미 알고 있음이었다. 중실도 서실도 살얼음으로 덮였다.누군가 다녀갔다. 서실 근처 조그만 바위에 내려앉은 눈 위로 발자국들이 찍혀 있다. 서실에 있는 바위 하나도 서 있다. 아마도 잠자는 도롱뇽을 찾아 들춘 것이겠지.관찰일기 쓴 날 : 2022년 2월 21일 월요일 오후 4시 50분오늘도 제법 쌀쌀하다. 간혹 눈발이 날린다. 이들도 산란 예정일
봄이 오면 가장 빨리 꽃을 피우는 식물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초본류에서는 대표적으로 흰털괭이눈, 세복수초, 변산바람꽃 등이 있고 목본류에서는 제주백서향, 길마가지나무, 새덕이 등이 있는데 이들은 이미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 편에 소개해 드린 적이 있습니다.이번 주에는 남부지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미나리아재비과의 개구리발톱(Semiaquilegia adoxoides (DC.) Makino)을 소개해 드립니다.그런데 왜 이름이 ‘개구리발톱’이 되었을까요?개구리발톱이라는 이름과 관련하여 여러가지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 식물의 서식지에 개
* 뜬 쇠 : 느린 소* 울 : 울타리소는 우직한 데다 굼뜨고 미련해 보이는 가축이다. 꾸물럭꾸물럭 어기적거린다. 저를 매어 놓은 외양간에 불이 났으면 모를까, 사람이 욕을 하거나 말거나 답답할 정도로 시종 느리다. 회초리로 몇 번 때려도 그때뿐, 천하에 이런 느림보는 없다.하지만 소라고 다 느린 것도 아니다. 동작이 느린 놈이 대부분이지만 빠른 놈도 있다. 빠른 놈은 길을 가다 앞을 가로막는 담장을 펄쩍 뛰어넘기도 한다. 농촌에서 자라 이런 의외성을 눈으로 본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고정관념이 깨어지는 순간이었다. 놀라운 일이
봄이 오시는구려봄의 길목, 짙은 미련으로 흔들리는 북풍한설에도 홍매화 가지 끝에 찾아온 봄은 언제나 그렇듯 살풀이춤을 추나니,부끄러운 새색시마냥붉은 저고리 소매에 스치는 바람소리마저 끝없어라홍매화 가지 끝, 미친 춤사위봄이 춤 추며 오시는구려 / 글=김봉현 기자
관찰일기 쓴 날 : 2022년 2월 12일 토요일 밤 10시 10분하늘 전체가 회색빛이지만 온몸에 와 닿는 바람엔 봄의 기운이 들어 있다. 잠시 장수물에 들렀다. 죽은 알과 살아 있는 알이 뚜렷하게 구분된다. 지난 1월 27일 이후 아직은 더 낳은 알이 없다. 관찰일기 쓴 날 : 2022년 2월 13일 일요일 밤 10시 50분입춘을 넘겼다는 걸 확연히 느낄 수 있는 날이다. 포근함, 습기를 머금은 바람이 활짝 열어 놓은 창문을 통해 들어온다. 전혀 춥지 않다. 오히려 상쾌하다. 아마 봄기운이 들어 있어서 그럴 것이다. 는개 비가 내
* 촘솔 : 참살* 토락토락허곡 : 토실토실하고* 북솔 : 부풀어 오른 살* 물랑물랑헌다 : 물렁물렁한다사람마다 체형이 다르듯 체질 또한 천차만별이다. 몸을 어떻게 단련하느냐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면서 체질을 잘 다진 사람은 근육이 쇳덩이처럼 단단한 데 비해, 그렇지 않고 타고난 대로 놓아둔 사람은 아무래도 근육이 약하다. 물론 상대적인 것이긴 하다.근육은 운동하면 할수록 발달하는 것이다. 보디빌더들은 놀랄 만큼 불룩거리는 근육을 가지고 있다. 보기만 해도 건강미가 넘친다. 각종 운동기구를 사용해 보통 사람에
역사의 산 증인으로 해병대에 복무 하셨던 이성지 어르신은 26살에 전역을 하시고 제주로 돌아왔다. 어르신이 해병대를 지원하시게 된 동기는 당시 처절했던 제주의 상황(제주 4.3) 때문이었다. 어르신은 이렇게 살다 죽으나 나라를 위해 싸우다 죽으나 어차피 죽는다면, 나라를 위해 용맹히 싸우다 죽겠다는 마음이었다고 한다. 어르신에게 그 시절 그 시대 상황에 대한 두려움과 우울함, 슬픔은 오히려 고된 훈련을 이겨내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어르신은 훈련기간을 거치며 나를 있게 해 준 나라를 위한 애국심, 훗날 우리 자손들의 터전인 대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