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일홍의 세상 사는 이야기] 54. 첫사랑처럼 달콤하고 첫경험처럼 짜릿한 만남 만남이라고 하면 금방 떠오르는 말이 인연이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것은 모두 다 인연이고, 사람이 사물과 만나는 것도 인연이다. 장사를 해본 사람은 안다. 수십 수백 명이 물건을 보고 가지만 마지막에 물건을 갖는 사람은 정해져 있다. 그래서 각물유주(各物有主)라고 하는 것이다. 불가에서는 ‘옷깃만 스쳐도 삼생의 인연’이라고 한다. 삼생은 전생·현생·내생이니 옷깃만 스쳐도 80x3=240년의 인연이라는 것이다. 또 부부 인연은 3000겁의 인연이라...
[장일홍의 세상 사는 이야기] 53. 파스칼의 게임이론과 밑져야 본전이론 “천국은 어떤 곳일까요?” 누군가 나에게 모르스 부호 같은 신호를 보내왔다. 둔감한 나는 이 절박한 경고 신호를 묵살해 버렸다. 중앙심리부검센터의 발표에 따르면, 자살하는 사람의 93.4%가 소셜미디어에 이런 절망의 신호를 보낸다고 한다. 자살자들은 하루에도 수백 번, 수천 번이나 냉탕(지옥)과 온탕(천국)을 오가며 고뇌하다가 마침내 극단의 선택을 하는 것이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인간이 있다. 하느님을 믿는 사람과 믿지 않는 사람이다. 믿는 사람(신자)...
[장일홍의 세상 사는 이야기] 52. 청춘의 폐허에서 쌓아올린 금자탑을 보라 1972년, 제주시 소라다방에서 태동한 ‘골빈당’의 결성은 논란의 여지가 있겠지만 하나의 역사적 사건이었다. 왜냐하면 20대 떠꺼머리 총각이었던 골빈당의 당원들은 10여년 후 줄줄이 시인과 작가로 데뷔했고, 20~30년 후에는 중앙지 사장, 국회의원, 대학교 총장 등 우리 사회의 중추로 떠올랐기 때문이다.말하자면 골빈당은 해방 이후 제주사회에서 젊은이들로 구성된 최초의 ‘에꼴 드 제주’(제주학파)였고 ‘누벨 바그’(새 물결)에 다름 아니었다.1973년...
[장일홍의 세상 사는 이야기] 51.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젊을 적 나의 우상은 전혜린이었다. 요절한 그녀가 남긴 책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를 읽고 난 후 생긴 일이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 읽은 그 책은 그녀가 31살의 나이로 자살한 이듬해 간행됐다.오래 전부터 나는 어떤 명작도 두 번 읽지 않는 습관이 있다. (한번 섹스한 여자와는 다시 만나지 않았다는 카사노바처럼) 그러나 나는 하인리히 뵐의 소설에서 제목을 따온 이 수필집을 읽고 또 읽었다. 이 책이 전하는 농밀한 우수, 압도적인 슬픔, 형이상학...
[장일홍의 세상사는 이야기 50] 관상이란 무엇인가? 20세기 여성 패션의 혁신을 이끌었고 향수와 화장품으로 큰돈을 번 코코 샤넬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스무 살 얼굴은 자연의 선물이고 쉰 살 얼굴은 삶이 만들어준다.” 링컨은 “사람이 마흔 살이 되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초등학교 동창과 결혼한 J목사는 젊을 때 아내의 얼굴은 평범했는데 40년의 세월이 흐른 다음, 초등학교 동창회에 가보니 아내가 가장 이뻤다고 한다. 독실한 신앙이 아내의 얼굴을 바꿨다는 것이다.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K는 자타가 ...
(49) - 인생을 바라보는 네 가지 시선 - 2017년 정유년 추석에도 어김없이 보름달이 떠오르겠지요. 뿔뿔이 흩어졌던 가족들이 간만에 만나서 먹고 마시고 떠들며 민족의 오래된 명절을 한껏 즐길 테지요. 저도 달덩이 같은 손녀를 만날 기대로 벌써부터 마음이 부풀어 있습니다. 그래서 예부터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란 말이 생겼나 보네요. 그런데 이 좋은 때를 이산가족 재회행사도, 해마다 되풀이되는 떠들썩한 통과의례로 헛되이 보내지 말고 무언가 가치 있는 날로 승화해보면 어떨까요?말하자면 이...
장일홍의 세상 사는 이야기 ㊽ 선교 여행은 타국이나 오지에 사는 사람들에게 기독교 신앙을 전파하기 위해 떠나는 여행이다. 필자는 2017년 6월 5일부터 9일까지 제주화북교회(담임목사 강은철) 필리핀 선교팀의 일원으로 장도에 올랐다.떠나기 전에 우리는 필리핀은 지금 계엄령 선포로 아주 위험한 지역이라고 들었다. 허나 그건 기우에 불과했다.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지역은 ‘민다나오섬’이다. # 민다나오는 지금 계엄령 선포 중 필리핀은 도서국가로 7000여개 섬(유인도는 880개)으로 구성되지만 크게 3개의 군도(群島)로 나뉘어지는...
[장일홍의 세상 사는 이야기] ㊼ 물의 정치학...촛불도 태극기도 없도록 해야 5월 9일은 대통령 선거일이다. 그런데 나는 아직 누구를 뽑을지 결정하지 못했다. 선거는 ‘최선이 아닌 차악을 선택하는 것’이란 말도 있지만 내 마음에 딱 맞는 후보를 찾지 못했다. 노자의 ‘도덕경’ 제8장은 상선약수(上善若水: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를 시작으로 물의 7가지 덕성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사실은 정치인의 지녀야 할 7가지 원칙을 언급한 것이다. 대통령 후보자들이 눈여겨 보아야 할 대목이다. 첫째, 수선리만물이부쟁(水善利萬物而不爭)이다....
[장일홍의 세상 사는 이야기] ㊻ 빅브라더 통제 사회, 블랙리스트 박근혜 정권 '판박이' 전체주의의 본질을 적나라하게 파헤친 영국 작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이 최근 미국에서 베스트셀러 1위로 급부상했다고 한다. 트럼프 집권 이후 행해진 여론조작, 공권력에 의한 압제, 배타적 국가주의 등이 《1984년》에서 그리고 있는 독재 정권의 모습과 흡사하기 때문일 것이다. 트럼프의 표독한 언행과 권위주의, 강압적 이데올로기는 독재자 빅 브라더(大兄)가 여론조작, 감시 등의 수단을 동원해 사회 불만 세력과 저항 세력의 싹을 자른...
㊺ 역사에 남을 사건...돼지 입술에 립스틱을 바르지 말라 독일 철학자 아도르노는 “아우슈비츠 이후 시를 쓰는 것은 야만적이다”고 했고, 극작가 브레히트도 “아우슈비츠 이후 서정시를 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지금 여기 ‘아! 대한민국’에서 나라가 풍비박산이 되게 한 기절 초풍할 일이 벌어졌는데 한가하게 서정시나 쓰며 음풍농월을 읊조리고 있다면 그 자는 진정한 시인이 아니다. 물론 모든 시인이 우국충정의 혁명가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모름지기 시인은 정의와 진실의 편에 서서 불의와 허위를 비판...
㊹ 국정 파탄에도 빛난 시민 의식...'사람이 희망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우리나라 헌정사에 유례가 없는 일로서 ‘사변’이나 ‘사태’로 명명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우리는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국가 개조와 국정 재건을 도모하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태의 본질을 파악해 진단하고, 이에 따른 처방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우선 이번 사태의 근인(近因)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공인의식의 결여’이다. 이 사태를 한 마디로 정의하면 ‘대통령이라는 최고 권력을 등에 업은 ...
㊸ 당신의 눈물을 보여주세요 한국인의 의식구조에서 특이한 점은 체면을 중시하고 평판에 민감하다는 사실이다. 한국인들이 남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 신경 쓴다. 내 나름대로 사는 게 아니라 남 나름대로 산다. 그런데 이런 한국인의 특성을 벗어나는 세 부류의 인간형이 있다. 바보와 외고집과 천재가 그들이다. 장심이사(張三李四), 필부필부(匹夫匹婦)인 보통사람은 어떤 인간형이라도 그건 개인적 특성이므로 크게 문제될 게 없다. 그러나 대통령은 다르다. 그는 국민을 대표하는 백성의 얼굴이요, 나라를 이끌어가는 ...
㊸ 지금은 대화하기에 딱 좋은 시간입니다. 8월 15일자 ‘장일홍의 세상 사는 이야기’에 소개된 ‘한국의 화타, 구당 김남수’ 제하의 칼럼에 대한 제주도한의사회의 반박문을 잘 읽었습니다. 이 반박문에서 저의 견해를 묻는 질문이 있어 간략히 답변해 드리고자 합니다. 한의사회의 질문 요지는 크게 세 가지인데, ①대법원 판결의 의미를 왜곡해 마치 이제부터 사설교육기관에서 받은 교육을 통해 정식으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것처럼 호도했다. ②현행법상 존재하지 않는 침구사 면허 및 근거 없는 ...
세 마리 토끼 잡는 전통의술을 살리자 최근 대법원이 ‘한국의 화타(華陀)’로 알려진 구당 김남수가 만든 한국정통침구학회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침·뜸 시술을 가르치는 평생교육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당국(교육청)이 허가를 내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2008년 검찰은 한의사들이 고발한 구당 침·뜸 시술을 불법 의료행위로 보고 기소유예했지만, 2011년 헌법재판소가 불법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했고 대법원이 온라인 침·뜸 교육을 허용해야 한다고 판결한 이후 세 번째 승소한 셈이다.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으로 ‘...
운명에 따르는 삶, 불행인가? 행복인가? 최근 검찰 고위직인 전·현직 검사장이 쇠고랑을 차고 청와대 고위직이 비리 의혹으로 구설수에 오르는 걸 보고 돌아가신 아버지께 감사드리고 싶다. 만일 부모 잘 만나 좋은 대학 나오고 고시 패스해서 소위 잘 나가는 자들의 무리에 끼어 있었다면 나라고 무슨 용빼는 재주가 있어 지금껏 온전했을까? 이 나라의 정치인과 고위 공직자들은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자’라고 하지 않던가? 1945년 정부수립 이후 70여년 동안 각종 비리 혐의로 감옥에 간 정치인, 고위...
누가 이 사람을 ‘정치 초짜’라 하는가? 일본의 막부시대에 세 영웅이 있었다.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투가와 이에야스가 그들이다. 흔히 정치학이나 행정학에서 이들의 리더십 유형을 다음과 같이 비교해서 설명한다. “울지 않는 두견새가 있었다. 오다 노부나가는 울지 않는다고 죽여버렸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울도록 만들어보려 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울 때까지 기대렸다.” 물론 비유적인 설명인데, 오다 노부나가 리더십의 특징은 결단력, 도요토미는 예지력, 도쿠가와는 인내력이라 할 수...
이스라엘·요르단·이탈리아 성지 순례기(聖地 巡禮記) 성경을 열 번 이상 읽었다는 사람을 만나면 부럽다 못해 존경스럽다. 나는 성경을 한 번 반, 곧 1.5번 밖에 읽지 못했지만 대강 감이 잡힌다. 구약은 이스라엘 민족의 장대한 역사가 펼쳐지는 ‘대하 드라마’이고, 신약은 예수와 그의 제자들의 행적을 그린 ‘휴먼 드라마’이다. 오래 전부터 나는 그 드라마의 현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내가 제주화북교회(담임목사 강은철) 성지순례단의 일원이 된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2016.5.16....
K형. 사진첩을 정리하다가 우리가 소년시절에 찍은 빛바랜 흑백사진을 보고 문득 형이 그리워져서 펜을 들었어요. 어언 50여년의 세월이 속절없이 흘렀네요. 얼마 전 신문을 보니까 90대의 철학자 김형석이 “인생에서 어느 때가 가장 좋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65세 쯤”이라고 대답하더군요. 문학평론가 김시태는 65세에 교수직을 은퇴하고 나서 4.3소설 「연북정」을 썼지요. 그는 “문인에게 정년퇴임은 하느님의 은총이고, 지금이 가장 행복한 인생의 황금기”라고 했어요. K형, 60대가 되면 좋은 게...
보도에 따르면 술 마시는 책방(책바: Book+Bar)이 서울 마포구·서대문구를 중심으로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다. 한 직장인은 “퇴근 후 집에 들어가긴 아쉽고, 그렇다고 사람들과 시끌벅적하게 어울리고 싶진 않은 날 이곳을 찾는다. 술과 책은 꽤 잘 어울리는 조합”이라고 했다. 책방 주인은 “위스키를 마시면서 살짝 취한 상태로 시를 읽고 가벼운 맥주를 마시면서는 소설을 읽으라”고 추천(?)한다. 책바의 등장은 몇 가지 점에서 기성의 사고체계를 뒤집는다. ‘술은 여럿이 어울려서 취하게 마시는 것...
이런 군인이 있다면 미사일도 두렵지 않다#1.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세계가 시끌벅적하다. 김정은의 무모한 전쟁놀이는 날이 갈수록 도를 더해 가고 있다. 서른 한 살(?)의 철부지 동키호테가 벌이는 위험한 도박으로 세계가 떨고 있는 이 시점에서 필자는 ‘때가 차매…’라는 성서의 한 구절을 떠올린다. 천방지축, 구제불능 독재자의 마지막 발악은 몰락이 가까워졌음을 예감케 하는 것이다.#2. 1972년 신병훈련소를 졸업하고 백골부대(3사단)에 갓 도착한 나는 전입신고식에서 사단장 박정인 장군의 훈시를 들었다. 훈시 도중 갑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