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제주시 도남의 정부합동청사 1층을 지나는 길이었다. 로비 한편에 고용노동부에서 발간한 안전보건 관련 책자가 전시되어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정부에서 산재 사망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그 일환으로서 발간했다는 책자의 제목은 ‘음료제조업 안전보건 실무길잡이’였다. 2017년 음료 제조 공장에서 사망한 현장실습생 이민호와 2018년 같은 원인이 된 사고로 사망한 삼다수 제조 공장의 30대 노동자가 떠올랐다. 제주에서 연달아 음료 제조 공장에서의 사망 사고가 발생하자 당시 노동부에서는 음료 제조업 중 ‘생수공장’을
코로나19가 계속되고 있다.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노동자의 고용 유지와 소득 보전은 중요한 화두다. 정부는 고용유지지원금 제도를 확대 적용하면서 코로나19로 인한 실업에 대비하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현장에서는 이미 해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휴업이 장기화되면서 이직을 준비하거나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이 중단되고 무급 휴업으로 운영되는 사업장도 발생하고 있다. 위기 상황에서 더욱 작아진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힘을 모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실직 상황에 놓이게 된 경우 이직을 준비하며 실업 급여를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코로나블루’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코로나19와 우울한 기분을 뜻하는 영어 ‘블루(Blue)’가 합쳐져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장기화로 인한 우울감을 뜻한다고 하는데 장래를 알 수 없는 코로나19의 전망은 노동자의 삶에 대한 불안과 우울로도 이어지고 있다.얇아진 지갑, 보이지 않는 끝코로나19 발생 이후 도내 관광업계 노동자들은 연차소진, 순환휴직, 휴업 및 단축 근무 등을 겪으며 일터에서 버텨오고 있지만, 전염병의 기세는 여전하다. 최근 제주를 방문하는 국내 여행객이 증가하면서 관광업
제주시 학생문화원을 들어서면 정면을 바라보고 왼편으로 다른 조형물과 어우러져있는 18세 현장실습생 이민호 학생의 추모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 특성화고 학생을 노동력 제공 수단으로 활용하는 파견형 현장실습제도를 하지 않겠다는 제주도교육청 이석문 교육감의 약속 이후 추진되어 설치된 조형물이다. 2017년 11월, 구좌읍 용암해수단지내의 제이크리에이션이라는 음료공장에서 18세 현장실습생이 기계에 목이 끼는 산업 재해가 발생했다. OECD국가 중 산업 재해로 사망하는 노동자가 압도적으로 높은 노동 현장에서 학생을 값싼 노동력으로 활용하는
헌법에서도 결사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보장하는데 단결을 금지한다는 법이 무슨 소리인가! 현 시대를 살고 있는 이들에겐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법명일 수 있다. 단결금지법은 필자가 노동법 교육을 하거나 설명을 할 때 자주 거론하는 초기 자본주의의 역사적 배경 중 하나다. 자본주의 초기, 영국 노동자들의 하루 평균 노동 시간은 16시간 이상이었다. 지금처럼 아동 노동을 금지하는 제도도 없어서 아동들도 일을 했고 주로 방직 공장의 좁은 틈에서 실이 끊어지면 연결하는 작업 같은 일을 했다. 마치 영화 의 좁은 엔진룸 속 아동 노동
지난 6일,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사과문 발표가 있었다. 2017년 ‘최순실 국정농단’로 촉발되어 삼성이 거액의 뇌물을 공여한 것이 밝혀지면서 이재용의 구속까지 이어졌던 상황이 다시금 떠올랐다. 이번 발표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사항을 따른 조치라고 한다. 이재용 부회장의 사과문을 두고 여러 가지 의견이 있다. 재판을 앞두고 감형을 위해 진행한 형식적인 사과라는 평가부터 경영권 승계 중단 발언에 의미를 부여하는 등 평가가 많다. 몇 가지 주요한 발표와 사과가 있었으나 그 내용 중 무노조 경영과 관련한 부분에 대한 사과에 대하
#1. 2010년 A씨는 출산을 했다. 출산직후 의사로부터 아이가 선천성 심장질환을 갖고 태어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출산하기 전에는 발견할 수 없는 질환이었다. 제주에서는 치료할 곳이 없어 아이를 살리기 위해 금방 태어난 아이를 비행기에 태우고 서울로 가야했다. 비슷한 시기 같은 직장에서 출산한 동료 3명의 아이가 우리 아이처럼 선천성 심장질환을 가지고 태어났다. #2. 2009년 B씨는 유산의 아픔을 겪었다. 머릿속으로 온갖 생각이 지나쳤다. 죄책감과 괴로움도 몰려왔다. 그런데 주변에 동료들이 같은 고통을 겪는 일이 많았다. 일
21대 총선 선거 공보물 ‘어디 있니? 노동 정책’4.15 총선이 마무리 되었다. 과거와는 다른 형태의 비례대표 제도가 추진되어 유례없이 긴 투표 용지에 최다 비례정당이 출마한 선거였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비례후보를 낸 정당이 21개 였던 것에 반해, 이번 21대 총선에서는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을 비롯하여 총 35개의 정당이 출마했고 투표 용지가 48.1cm에 달했다. 투표를 며칠 앞두고 후보와 정당의 정책 확인을 위해 집에 도착해있는 공보물을 살펴보기로 했다. 정책 중심 선거에 가까워지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각 정당의 정
4.15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코로나19의 여파가 총선 연기까지는 미치지 않았다. 후보들은 저마다 민생사안에 대한 공약을 내걸고 노동자와 서민, 약자를 위한 정책을 펼치겠다고 다짐한다. 그 약속이 지켜질 수 있도록 하는 첫 번째 방법. 바로 투표를 잘 하는 일이다.과거 노동자의 투표할 권리와 관련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발의된 적이 있다. 모든 노동자의 투표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공직선거일을 근로기준법상 유급휴일로 규정하자는 내용이었다. 현재에도 공직선거일은 공휴일에 해당되지만 공휴일은 엄밀히 말하자면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
#1. 얼마 전 법무부에서 코로나19의 확진자를 포함한 자가격리자 1만 3000명에게 출국금지를 안내하는 통지문을 발송했다. 통지서가 등기우편으로 발송되었고 등기의 내용을 모른 채 업무 중이었던 집배노동자들이 확진자를 포함한 자가격리자와 무방비로 노출되었다. 등기우편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당사자와 직접 대면하여 PDA에 서명을 받아야 하고, 이 PDA는 공용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자칫하면 지역사회 감염의 원인이 될 수도 있었던 아찔한 순간이었다. 이에 대하여 물량이 특히 많았던 대구지역의 집배노조에서 문제를 제기하였고 법무부는 준등기우
2020년이 되고나서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상담이었다.1월 1일부터 시행된 가족돌봄휴가의 사용방법에 관한 내용이었다. 남녀고용평등법에서는 가족돌봄 제도를 규정하고 있는데 기존부터 있었던 최장 90일의 휴직제도와 올해부터 시행된 휴가제도 및 근로시간 단축 제도가 그것이다. 기존의 가족돌봄휴직은 최소 30일 이상 사용해야 하는 조건 때문에 현장에서 많이 활용되지 못하는 점을 감안하여 자녀의 학교행사 등 단기간의 돌봄이 필요한 경우 1일 단위로 끊어서 1년간 10일까지 사용할 수 있는 가족돌봄휴가 제도가 올해부터 시행되었다.가족돌봄휴가
연 초 부터 접한 상담 중 서귀포에 위치한 호텔의 이야기다. 올해 1월 중순으로 개업일을 정하고 개장 준비를 하고 있던 서귀포 모 호텔. 하지만 갑작스런 경영난을 이유로 모든 노동자에게‘권고사직’을 통보했다. 길게는 작년 12월부터 출근하고 있던 직원을 시작으로 짧게는 1월초부터 일을 시작한 노동자들이 졸지에 일자리를 잃게 됐다. 회사는 1월 중순으로 권고사직 일자를 정해 통보했고 호텔에서 제공한 기숙사를 사용하던 노동자들은 숙소를 비워달라는 통보도 추가로 받았다. 며칠 안에 전기까지 끊을 예정이라고 한다.해당 호텔은 사업을 잠정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이 연일 이슈다. 제주를 여행하고 돌아간 중국인이 확진 판결을 받았고, 그의 동선에 따라 도내 관광지와 면세점, 약국 등이 줄이어 휴업에 돌입했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신종 코로나는 위협적인 존재이다. 공항이나 병원, 대중교통 등 1차적으로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노동자가 많다. 관광업의 비중이 높은 제주의 경우는 대부분 직접 대면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들이기 때문에 일하는 과정에서 사업장 내의 감염이 우려되고 있는 현실이다. 지난 27일 대형카지노 업장에서 고열환자가 발생하여 병원에
첫 번째 (1/2)- 최저임금 시급 8,590원- 주52시간 상한제 확대 적용- 빨간날엔 같이 쉬자두 번째 (1/16)- 가족돌봄휴가 및 근로시간 단축제도 신설 - 개정 산업안전보건(김용균 법) 시행 가족돌봄휴가 및 근로시간 단축제도 신설 - 가족돌봄휴가 (1인 이상 모든 사업장 적용)- 근로시간단축제도 (2020. 300인 이상 / 2021. 50인 이상 / 2022. 1인 이상)아이의 입학식이나 졸업식 혹은 학교에 참관 수업을 가야 할 때, 병원에 계신 조부모를 짧은 기간 동안 간병해야 할 일이 생겼을 때, 아이를 데리고 갑자기
첫 번째 (1/2)- 최저임금 시급 8,590원- 주52시간 상한제 확대 적용- 빨간날엔 같이 쉬자두 번째 (1/16)- 가족돌봄휴가 및 근로시간 단축제도 신설 - 개정 산업안전보건 시행최저임금 시급 8,590원 최저임금은 매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올해의 경우는 작년보다 240원이 인상된 8590원이 기준금액이다. 이는 1인 이상 노동자가 고용되어 있는 모든 사업장에서 적용이 된다. 주40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할 경우 주휴수당을 포함하여 179만5310원이 월급여 수준이 된다. 근로계약기간이 1년 이내로 정해져있는 경우라면 수
한해를 돌아보는 12월이 되었다. 올해 노동관계법령에서 이슈가 되었던 내용 중의 하나는 지난 7월 16일부터 시행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다. 5개월이 지난 지금은 어떤 모습일까?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근로기준법에“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개념을 법률상으로 정의하여 사회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이 불법임을 규정한 것이다. 법상 명시된 직장 내 괴롭힘이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라고 정의되어있다. (자세한 내용 :
11월 19일, 제주학생문화원 잔디 광장에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2년 전 현장 실습 중 인재로 세상을 떠난 故 이민호 학생의 2주기에 맞춰 추모 조형물이 제막되는 날이다. 2년 전, 필자가 속한 단체에서는 고등학생들과 함께 준비한 ‘제주에서 첫 번째, 청소년노동인권캠프’를 열었다. 새로운 시도를 위해 프로그램의 기획과 진행에 대한 전권은 함께 준비하던 고등학교 인권동아리 학생들이 가지고 있었다. 학생들이 주로 준비하고 나머지는 뒤에서 실무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이었다. 그 결과, 자칫 경직된 노동 인권을 이야기할 수도 있는 자리에서
무언가 소원을 빌 수 있는 기회가 왔을 때 항상 바라는 소원이 있다. ‘나와 주변의 사람 모두 다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것’이다. 예전에는 물질적인 것이나 다른 것을 추구했다면 이제는 건강이 가장 중요하게 느껴지는 것은 꼭 나이 탓만은 아니리라. 남녀 고용 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는 가족돌봄 휴직제도가 도입되어 있다. 가족의 질병·사고·노령으로 인하여 가족을 돌보기 위한 목적으로, 노동자의 경력 단절이 많이 발생하고 이에 대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다. 가족돌봄 휴직은 1개월 이상 단위로
친구나 애인간의 관계에서 ‘절교하자’, ‘우린 여기까지야’라는 일방적인 의사표현이 꼭 진심이 아닌 경우가 있다. 사용자와 노동자의 관계에서는 어떨까? ‘내일부터 해고입니다’, ‘직장 그만 두겠습니다’라고 내뱉은 일방적인 표현이 진심이 아니었다면? 대학을 갓 졸업하고 처음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한 20대 초반 새내기 노동자의 일이었다. 입사한지 3개월여 되었을 무렵 직장상사와의 면담이 있었다. 처음에는 일상적인 면담으로 알았는데 내용을 들어보니 우리 회사와 당신은 맞지 않는 것 같으니 근로관계를 종료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당황하고 억울했다
10월부터 모든 사업장에 배우자 출산 휴가 10일 의무화조선왕조 시대에도 출산휴가와 배우자 출산휴가가 존재했다고 한다. 문헌에 의하면 세종대왕은 관노비가 출산을 하는 경우 산모인 여성에게는 산전 30일 및 산후 100일의 총 130일의 휴가를 지급하였고, 그 배우자에게는 산후 30일의 휴가를 지급하여 산모의 회복을 지원하고 육아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부여했다. 실제 어떻게 운영되었는지까지는 확인할 순 없지만, 휴가 일수만을 본다면 현재와 비교하여 상당히 파격적인 것은 사실이다.2019년 9월 현재, 산모가 출산을 하면 그 배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