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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억새가 숲을 이룬 거슨새미 오름. ⓒ 김강임 제주의 11월은 만추의 계절이다. 들녘의 돌담 사이로 노랗게 익어가는 감귤, 가을걷이에 여념이 없는 농촌 풍경은 계절에 순응한다. 꽃이 피면 열매를 맺는 건 자연의 이치. 그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는 것이 아마 만물의 속성일 것이다. 하지만 자연의 이치를 거역하는 것이 있다면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 ▲ 밭을 가
김강임의 제주 오름기행
김강임 시민기자
2006.11.12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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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 났저게. 그디 혼번 가 보라게.” (넋이 나갔다. 그곳에 한 번 가봐라.)어머니가 근심스레 말을 꺼냅니다. 어제부터 성화십니다. “야이넨 곧당 봐도 병원가는 것도 몰르곡 할망집 가는 것도 몰람시냐!”(얘들은 말해봐도 병원갈 일과 할머니집 가는 것도 구분 못하느냐!“) 저희가 별로 반응을 보이지 않는
강충민의 사람사는 세상
강충민 시민기자
2006.11.12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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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하늘을 우러를 때면‘아, 가을이지’하는 새삼스러운 생각이 듭니다.하지만 아침마다 헷갈리곤 합니다.이즈음이 겨울인지,가을인지...하여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도헷갈립니다.헷갈리기는 꽃들도 마찬가지인 듯 싶습니다.봄을 상징하는 개나리가 11월 초입에 피어난 걸 보면 말입니다.혹자는 ‘철 모르고&rs
매거진
송현우 시민기자
2006.11.09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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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심심해."가을답지 않게 낮에는 덥다가 아침, 저녁으론 쌀쌀하더니 아들 원재가 그만 감기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토요일도 집안에서 하루 종일 지내려니 무척 무료한가 봅니다. 저 역시 평소보다 조금 일찍 퇴근해 한가로이 뒹굴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빨간 돼지 저금통이 생각났습니다."우리 돼지 잡을까?"제
강충민의 사람사는 세상
강충민 시민기자
2006.11.07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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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부오름 중턱, 노랗게 익어가는 풀섶 위에 황소 울음소리 가득- ⓒ 김강임 넓은 벌 동쪽 끝으로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얼룩백이 황소가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
김강임의 제주 오름기행
김강임 시민기자
2006.10.27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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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축구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관심자체가 전혀 없다. 2002년 월드컵 때도 거리응원은 나와는 전혀 관계없는 일이었고 올해 월드컵 때도 그랬다. 간혹 술 약속을 한 친구가 어느 나라와 평가전을 한다고 해서 다음 기회로 미루자고 할 땐 도저히 용서가 안 된다. 오죽했으면 군대에서 전투체육시간에 축구하지 않고 작업을 자원했을까?그런 내가 프로축구단을
강충민의 사람사는 세상
강충민 시민기자
2006.10.22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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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몸에 딱맞는 바위틈새에 숨은 거미 사진을 찍다보면 '우연'이나 '필연'이라는 말이 떠오르곤 합니다.아내나 친구,형제 등 사람과의 만남도 그러하지만,어쩌다가 (더 이상 기다려주지 않을 피사체를)우연히 만난 피사체를 포착해서 사진을 제대로 찍게 되면 '이 시각,이 장소에서, 이 순간에 이 피사체를 찍게 된 건 우연일까,필연일까' 하는 생각이 들곤
매거진
송현우 시민기자
2006.10.18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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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운동회에 갔더니 병아리도 팔더군요."아빠, 사람은 왜 죽어?", "죽으면 어떻게 되는 거야?"가끔 딸(7세)아이가 묻곤 합니다.7세 아이에게 ‘7세 언어’로 죽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이럴 때마다 ‘대략난감’해지기만 합니다.그렇다고 너무나 진지하게 묻는 아이의 눈빛 앞에
매거진
송현우 시민기자
2006.10.17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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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달팽이는 많이 봤습니다. ‘느릿느릿’의 대명사 달팽이. 속도와 경쟁이 강조되는 사회에서 마냥 달팽이처럼 살 수는 없습니다. 달팽이처럼 꾸물대다가는 낙오자의 대열에 끼인다는 중압감이 현대인들의 어깨를 짓누릅니다. 그래서 모두가 뒤돌아볼 겨를도 없이 앞만 보고 달려갑니다. 하지만 달팽이를 보노라면 종종 달팽이처럼 ‘느릿느릿
매거진
송현우
2006.10.16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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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을 바라보던 아내가 갑자기 숨넘어 가는 소리를 했다. 사진기에 코를 박던 나는 아내가 가리키는 곳으로 눈동자를 굴렸더니 팻말 하나가 서 있었다
매거진
내 마음속의 굴렁쇠
2006.10.12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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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들녘엔 한라산 자락을 휘감아 돌아온 바람과 석양빛 노을을 잔뜩 머금은 억새꽃이 마치 황금빛 물결처럼 일렁입니다.제주 곳곳의 과수원엔 감귤도 농부의 마음과 함께 가으내 영글어갑니다.새들도 잘 익은 감을 골라 포식하며 '주홍빛 가을'을 만끽합니다.이렇듯 가을은 넉넉함과 풍요로움으로 곁에 섰습니다. 가을은 그러나 '야누스'처럼 또 다른 모습으로 다
매거진
송현우 시민기자
2006.10.08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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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생의 꿈’을 안고 마라도행 배에 몸을 실은 원로 민속학자 심우성 공주민속박물관장지난 여름 마라도엘 다녀왔습니다. 이른 아침에 제주의 하천(나중에 소개해 드리겠습니다)을 취재하던 중 지인의 전화를 받고 정말 ‘뜻하지 않게’ 심우성 공주민속박물관장의 마라도행에 동행하게 됐습니다. 대한민국 최남단 마라도에 민속 박물
매거진
송현우 시민기자
2006.10.05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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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지오름은 생태계의 보물창고입니다. ⓒ 김강임 오름에 피어나는 야생화의 생명력요즘 제주 오름 중턱엔 가을 야생화가 지천이다. 흙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뿌리내리는 끈질긴 생명. 야생화는 제주인처럼 강인한지도 모른다.제주에서 야생화가 서식하기 알맞은 곳은 오름이다. 아직 생태계가 오염되지 않아서일까. 스코리아가 형성된 오름엔 그 환경에 맞는 야생화가 피어나
김강임의 제주 오름기행
김강임 시민기자
2006.09.29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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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한점 부끄럼이 없기를잎새에 이는 바람에도나는 괴로와했다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걸어가야겠다.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위의 시는 잘 아시는 것처럼 윤동주의 '서시'입니다.평자(김흥규)에 의하면 이 시는 자신의 전 생애에 걸쳐서 철저하게 양심 앞에 정직하고자 했던 한 젊은이
매거진
송현우 시민기자
2006.09.16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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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 둘, 하나, 와---."지난 2월 11일 19시 30분,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산 59-8번지 일대에 울려 퍼졌던 10만 인파의 함성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정월대보름 들불축제는 새별오름 능선에 불이 지폈다. 새별오름 5개의 봉우리는 달빛, 불빛, 춤사위에 잠이 들었고, 그날 밤 새별오름은 까맣게 불타버렸다. ▲ 정월대보름 들
김강임의 제주 오름기행
김강임 시민기자
2006.09.14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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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매미는 저에게 주어진 생을 마치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제주의 '가을 빛깔'이 이렇게 형형색색으로 빛나고 있는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습니다. 나뭇가지에 살포시 걸터앉은 가을 님. 이 베짱이, 한 쪽 다리도 없고 더듬이도 축 늘어졌습니다. 저 자세로 밤새 새벽 이슬을 덮어썼나 봅니다. 흡사 조락하는 잎사귀를 닮았습니다. 가을 님을 맞는 베짱이의 마지
매거진
송현우 시민기자
2006.09.11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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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도 저를 버렸잖아요~!” 충격적인 말을 외치며 결국 울음을 터뜨려버리고 마는 진희(16세.가명) '행간을 읽으라'는 말이 있습니다.행간 [行間]이라 하면 글의 줄과 줄 사이 또는 행과 행 사이를 말합니다. 따라서 행간을 읽으라는 말은 글에 직접적으로 나타나 있지 않지만 그 글을 통하여 나타내려고 하는 숨은 뜻을 읽으라는
매거진
송현우
2006.09.04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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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화구 깊이가 115m(백록담과 같은 수준)인 다랑쉬 오름 분화구. ⓒ 김강임 과거를 묻기 위한 작업이었을까? 다랑쉬 오름 가는 길엔 타이어매트가 깔려 있었다. 가파른 타이어매트에 발을 옮겨 놓을 때마다 숨이 가쁘다. 한 걸음 올라가 정상을 꿈꾸고, 또 한 걸음 올라가 뒤돌아봐도 보이는 것은 산 아래 구름 뿐이다. 길고 긴 역사의 뒤안길을 걷고 있기 때
김강임의 제주 오름기행
김강임 시민기자
2006.09.02 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