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이 산다는 병풍바위는 핏빛으로 물들었습니다. 오백장군의 눈물이 흐릅니다. 오늘은 오백장군에게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요?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으면 저 많은 꽃들이 피었을까요
홍용석님은 서른일곱 살 늦은 나이에 결혼해 일곱 살 된 아들과 세 살 된 딸을 둔 가장입니다. 대기업 직장인과 노동부 직업상담원을 거쳐 지금은 제주시에 있는 공인중개사학원에서 6년째 강의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에는 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는 앞으로 홍용석님의 부동산경제를 연재할 계획입니다.그
사진220(흙벽)다시 아침이다. 창문을 열고 하늘을 본다. 비가 올 것 같지 않다. 얼른 나가서 장독 뚜껑을 연다. 된장이 햇살에 잘 익어가고 있다. 마당에 쪼그려 앉아 풀들을 뽑는다. 꽃창포가 보라색 꽃을 피워 올렸다. 작약도 붉은 꽃잎을 드러냈다. 참꽃이 지나간 자리에 야생부추의 싱싱한 초록빛이 막힌 가슴을 틔운다. 꽃을 기다리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산이 깊으면 마음이 깊다고 했던가요? 산책로를 따라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스산했던 마음이 고요해집니다. 고요한 마음에 파문을 이는 꽃등 하나, 그 꽃등은 깊고 험한 산사 석굴암까지 가는 길을 인도합니다.
우당도서관에 다녀왔다. 책 몇 권을 빌리고 바로 옆 국립박물관의 벤치에 앉아 늘어지게 기지개를 켜다 보니 어째서인지 모를 웃음이 자꾸만 나와서 곤란했다. 집에서부터 우려 간 차를 홀짝홀짝. 좋은 차에 좋은 햇빛이라서 즐거웠던 걸까? 생각해보면, 그냥 자판기커피 한 잔을 들고 있었다 하더라도 즐거웠을 것 같다. 맛있는 차, 맛있는 햇빛, 맛있게 읽을 책과 맛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보니 아들 원재가 유치원 졸업앨범을 펼쳐 보고 있었습니다. 옷을 갈아입고 저녁준비를 하는데, 슬쩍 보니 그때까지도 앨범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었습니다."해봉유치원 앨범 보니?"제가 칼질을 잠시 멈추고 원재를 보며 물었습니다."참 재미있었는데… 김화미 선생님도 잘 계실까?"제 물음엔 대답도
요즘 제주에서는 김도백의 유치 결정을 간단한 제비뽑기식 여론조사로 마무리해버린 처사로 인해서 각계각층의 각양각색의 찬반여론으로 뜨거운 '도가니탕'이 되어 버렸다.오죽하면 기도와 설교에만 전념해야 할 카톨릭 사제단 사제들이 해군기지 유치를 반대하며 단식에 돌입하게 되었을까? 제주4.3항쟁 때에도 카톨릭 신부는 본국에다 남몰래 편
세상이 힘들고 지쳐 술을 드셨을 아버지. 피로가 겹쳐도 어김없이 자전거 페달을 밟았을 아버지. 셋째 딸을 어깨에 앉히고 너울너울 춤을 추셨을 아버지. 나는 그 때 너무 어려서 아버지께 '사랑한다'는 말 한번 제대로 말해 드리지 못했었다
민요는 문자가 없던 시대부터 지속적이고 꾸준하게 삶을 노래하고 사회를 반영해 온 구술문화이다. 그러나 민요는 교과서의 주요 학습내용으로 다뤄지지 못하고 ‘생각 넓히기’나 ‘심화·보충’에서 한두 편 다뤄질 뿐이다. 기회 있을 때마다 소리꾼들의 삶과 노래를 들려주거나, 인터넷에서 퍼온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
올해에도 어린이날이 찾아왔다. 벌써 열여덟이 되었고, 어린이날 선물을 기대하기엔 나이도, 지난 한해간 잘못한 일도 넘치도록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레는 마음을 가라앉힐 수가 없다. 어린이. 발음 할 때면 사탕이 도르륵 하고 굴러가는 듯한 느낌이 드는 말이다. 너무나 달콤해서 자꾸자꾸 발음하고 싶어지는 말.생각해보면, 나는 참 행복한 어린이였다. 학교
수월봉 중턱에는 마치 꽃등 같은 붉은 동백꽃이 ‘툭-’ 하니 떨어졌다. 봄이 지고 있었다. 눈물 속에 핀 붉은 꽃을 보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리 높지 않은 봉우리지만, 세상의 이야기가 모두 담겨 있는 봉우리. 그 봉우리에는 어머니에 대한 효를 이루지 못한 두 자매의 슬픔이 샘물 되어 바다로 흐르고 있었다
우도에 1박2일 동안 머물렀다. 섬에 들어가는 날 흐렸고, 다음날 아침에는 비마저 촐촐 내렸다. 떠날 시간이 다 돼서야 우도엔 화사한 봄햇살이 퍼졌다. 떠나기가 못내 아쉬웠다. 그 섬을 두고 떠나왔다. 곧 또 오리라 뒤로 처지는 우도를 두고 약속했다. 우도, 다시금 말하거니와 그 섬을 자동차를 갖고 들어가 휙하니 한바퀴 도는 건 단언컨대 세상에서 가장 어리
타즈마할을 나와 내가 향한 곳은 아그라의 랄 낄라, 아그라 레드포트였다. 야무나강을 내려다보고 서 있는 성으로, 붉은 사암으로 지었기 때문에 레드포트라고 불린다는 곳, 그리고 샤 자한이 죽을 때 까지 유폐당해 있었던 곳.타즈마할에서 아그라 레드포트까지의 거리는 그다지 멀지 않다. 2km가량 되는 구간이니 걸어서도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였지만, 이날만큼은
'잠수하던 해녀가 바다 위에 떠올라 참았던 숨을 내쉬는 소리'. 그 숨소리가 '바당의 어멍'들의 고통의 소리라는 것을 알고 나서부터, 나는 휘파람소리만 들으면 가던 길을 멈춘다. 참았던 숨을 한꺼번에 토해나는 인내의 소리, 시간 내에 바다생물을 캐기 위해 숨을 내쉬지 못하는 절박함의 소리, 그 소리는 지금도 내 심금을 울린다
볕 좋은 봄날이다. 오랜만에 녹차밭을 둘러보았다. 지금쯤이면 확연하게 녹차나무들이 드러나야 할 시기지만 녹차밭인지 풀밭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지리산에서 구해온 야생차 씨를 뿌려 놓은 지 벌써 3년째. 아직도 녹차나무는 바닥에서 풀들과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생명을 키우는 농부로 살기에 난 너무 매정하고 무심한 인간이다.인간의 손길을 최소화시킨 차나무
(히말라야 산장은 아님. 바로 직전 마을인 밤부의 한 롯지 풍경) (M.B.C 도전을 앞두고 전의에 충만한 비바리의 모습) 히말라야 산장(롯지 이름)에서 하룻밤 자고 난 뒤에 그 유명한 M.B.C(마챠푸차레 베이스 캠프)에 도전했다. 아시는 분은 아실 터. 마챠푸차레는 아직까지 사람의 발길을 허용하지 않는, 그곳 사람들에게는 '범접할 수 없는 신의 땅'
봄을 맞는 한라산 나목(裸木)의 줄탁동시(啐啄同時)가장귀 덮었던 눈꽃을 녹이는 게 햇살인줄로만 알았습니다.우듬지를 감쌌던 눈송이 떨치는 게 스쳐가는 바람인줄로만 여겼습니다. 정말 몰랐습니다. 나목(裸木)에도 체온이 있었다는 걸 미처 몰랐습니다.햇살 쏟아지고 바람 부는 날 겨울눈 꽁꽁 덮은 차가운 서리꽃 그 눈부신 아픔 떨쳐내려고 뿌리에서 가장귀
제주의 들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알 오름'은 큰 오름 곁에 딸린 알같이 생긴 오름이다. 경주 황남동 고분군에 산재해 있는 고분의 자태 역시 알 오름 같았다. 덩치가 큰 고분 옆에 딸린 아기자기하게 어깨를 겨룬 둥그런 무덤, 신라 고분의 자태는 알 오름의 자태로 흡사했다.
2006년 대한민국의 청년들이 가장 많이 꿈꾼 나라라는 인도. 인도는 명성에 걸맞게 매혹적인 요소를 곳곳에 숨기고 있는 나라였다. 그 중 사람들이 가장 쉽게 매료된다는 장소, 교과서마다 사진 한 장씩은 꼬박꼬박 올라 있는 명소 타즈마할을 찾았다. 타즈마할의 입장료는 비쌌다. 만 16세가 넘지 않은 입장객에게는 단돈 1루피도 받지 않는 주제에 단 하루만 지나
아, 안나푸르나여!이곳을 다녀와서 말과 글을 남긴다는 것 자체가 무력하게 느껴졌다. '필설로 형용할 수 없다'는 조상들의 수식어가 허언이 아님을 절실히 느꼈다. 내 짧은 글솜씨와 더듬한 말재간으로는 네팔과 안나푸르나를 말하기 힘들다. 이십년 넘게 생활방편으로 삼아온 글도 이럴진대 생짜 초보인 사진은 더 한심한 수준이다. 그러나, 사진은 어설픈 대로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