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대한민국의 청년들이 가장 많이 꿈꾼 나라라는 인도. 인도는 명성에 걸맞게 매혹적인 요소를 곳곳에 숨기고 있는 나라였다. 그 중 사람들이 가장 쉽게 매료된다는 장소, 교과서마다 사진 한 장씩은 꼬박꼬박 올라 있는 명소 타즈마할을 찾았다. 타즈마할의 입장료는 비쌌다. 만 16세가 넘지 않은 입장객에게는 단돈 1루피도 받지 않는 주제에 단 하루만 지나
아, 안나푸르나여!이곳을 다녀와서 말과 글을 남긴다는 것 자체가 무력하게 느껴졌다. '필설로 형용할 수 없다'는 조상들의 수식어가 허언이 아님을 절실히 느꼈다. 내 짧은 글솜씨와 더듬한 말재간으로는 네팔과 안나푸르나를 말하기 힘들다. 이십년 넘게 생활방편으로 삼아온 글도 이럴진대 생짜 초보인 사진은 더 한심한 수준이다. 그러나, 사진은 어설픈 대로 내
언젠가 동료들과 '한능력', '한똑똑' 하는 여성들이 자신의 직업이나 직장에서 최고가 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에 대해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는데, 아직도 많은 여성들은 우리 사회 여러 분야에서 구조적인 '유리천장'에 막혀 현실의 딜레마에서 벗어날 기회조차 갖지 못한다는 피해의식을 갖고 있었다. 누군가 이 문제는 여자들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하면서
송현우 화백이 한미 FTA 협상 타결이 되자 병상에서 또 다시 4컷 만화를 제주의 소리에 보내왔습니다. -편집자 주/한미 FTA 협상이 결국 타결됐다.하지만 이번 협상은 '밀실협상' '졸속협상'이라는 각계의 지적이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다.특히 제주도의 경우 '오렌지'가 계절관세에 포함돼 생명산업인 '감귤'이 직격탄을 맞게 됐다.
파리. 더위. 등을 무겁게 짓누르는 철수(배낭)와 진득하니 차오르는 땀. '알로, 박씨시' 하며 손을 내미는 아이들의 헤진 발. 하지만 슬프거나 힘들지만은 않았다. 어째서일까. 15kg가량이나 되는 무게의 배낭도 그저 기분좋게만 다가왔던 것은. 사랑의 신인 카슈미르의 고향이라서 그런걸까?요즘도 피곤에 절어 힘들다는 생각만 들 때면 아그라의 첫인상을 생각
서귀포시 표선면 제주민속촌박물관. 허름한 막살이 집에 봄이 무르익었다. 세찬 겨울바람을 이겨냈던 초가지붕 위에 햇빛이 내려앉았다. 촘촘히 엮어진 이엉은 지붕위에서 줄을 탄다. 흙으로 쌓아 올린 바람벽, 햇빛과 바람을 막아 주는 풍채도 봄볕에 졸고 있다.봄은 막살이 집 돌담 위로 피어났다. 숭숭 뚫린 돌담 틈새에서 봄바람이 새어 나온다. 지난 겨울 앞마당에
내가 태어난 집은 모슬포(상모리와 하모리로 나눠짐)에서도 하모리 가장 윗동네 일곱 채 가옥이 뚝 떨어진 곳이었습니다. 모두 고부이씨 종친들끼리 모여 사는 곳이었지요.나의 집에서 바닷가에 가려면 한 참을 걸어서 내려가야 하지요. 어렸을 적 거리감각으로는 꽤나 멀었지요.당시에는 수돗물이 없어서 모슬포 주민들은 모두 '신영물'이란 수원지에서 식수도 얻고 또
▲ 같이 즐기는 장소 함덕 체육관입니다. 이날은 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 강충민 봉사: [명사] 국가나 사회 또는 남을 위하여 자신을 돌보지 아니하고 힘을 바쳐 애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더불어 즐길 수 있으면 참 좋은 일입니다. 치열한 삶의 전장에서 벗어나 같이 열중하다 보면 그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틈만 나면 산을 오르고,
붉은 오름 정상 등대에서 바라보는 제주풍광은 자신이 걸어왔던 길을 바라다 볼 수 있다. 바닷길 옆에는 길이 나 있고, 금방이라도 코지를 울려 퍼질 것만 같은 성당이 종소리,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협자연대, 유채꽃방울 터지는 소리가 한꺼번에 들려온다. 선돌과 마주하고 있으면서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는 붉은 화산체, 붉은 오름 정상 방두곶 등대에 서면 열린 세상 속에 서 있는 느낌이다. 바다를 통째로 안고 있는 기분은 바다위에 띄워 놓은 술잔처럼 일출봉이 둥둥 떠 있다.
'한미 FTA 폭주를 멈춰라' 파리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현재 한국생태경제연구회 회원으로 활동하는 우석훈 성공회대 강사는 '국민경제의 기반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70~80% 이상의 국민들의 삶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릴..
"어 고사리가 많이 있네." 찬장을 정리하다 각시가 말린 고사리를 발견했습니다. 이번 명절 때 차례를 준비하면서 양이 많은 것 같아 덜어 놓은 것을 저도 잊고 있었습니다. 장인어른이 직접 들에서 꺾고 삶아서 잘 말려둔 것이지요.우리 부부 워낙에 둘 다 게을러터진 성격인지라 날을 잡아 찬장과 냉장고를 정리한다 해도 깔끔한 사람의 대충하는 것
▲ 우리집 딸 억지대장 강지운입니다. 코를 잘 흘리는 녀석입니다. ⓒ 강충민 우리 집 아침풍경은 거의 고정되어 있습니다. 새벽 여섯 시 사십 분에 자명종이 울리면 각시와 저는 둘 다 살포시 깹니다. 그러다 서로 눈치를 보며 밍기적거리다 일곱 시가 조금 넘어서야 비로소 이불에서 나옵니다.저는 냉장고에서 냉수를 꺼내 두 컵을 연속 꿀꺽꿀꺽 마신 후 화장실에 가
자, 이제 외돌개에 거의 다 왔다. 외돌개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다. 가장 오래된 관광코스이고, 제주를 찾은 관광객이라면 한번쯤은 들러본 곳이 외돌개다. 그래서 더욱 잘못 알려진 곳이 또한 외돌개이기도 하다. 어느 바닷가 마을의 아낙이 고기잡이배를 타고 나갔다가 풍랑을 맞은 남편을 기다리다가 마침내 돌이 되고 말았다는 바위 하나만 보고서 외돌개를 봤다고
곁에 와있는 줄만 알았던 봄이 주춤거리는 사이, 삼월도 벌써 중순을 넘어가고 있다. 음력으로는 아직 정월이니 겨우살이를 나는 게 지극히 당연한데도, 봄에 대한 기다림은 간절하기만 하다. 소규모 농촌학교의 새 학기는 봄뜻을 앗아가는 꽃샘추위만큼이나 오슬오슬하고 황량한 몸살 증후군을 앓고 있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5학급이었는데 올해 들어
봄비가 내렸다. 봄이 왔지만 개운치 않았던 맘이 풀려버렸다. 진입로에 심어놓은 잔디가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해 질퍽거려 불편하다. 그래도 개운하다. 진정한 봄은 역시 봄비로부터 시작된다. 오늘밤 수많은 새싹들이 세상으로 나갈 준비를 하겠지. 가만히 눈감으면 생명의 싹들이 기운차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린다. 동서남북이 온통 생명의 소리로 가득 차 있다. 인간들도
▲ 알바매기 오름정상에 핀 봄의 화신. ⓒ 김강임 남녘의 봄은 어디만큼 왔을까? 사람마다 봄을 맞는 느낌은 다르지만 제주의 봄은 '화산의 터'에서부터 시작된다. 경칩이 지난 3월 11일, 해송 가득한 '화산의 터'로 봄을 찾아 나섰다. 감귤원과 목장이 이어진 들판에는 신록이 묻어났다. 겨우내 눈 속에 묻혔던 잡초사이로 고개를 내미는 냉이와 쑥도 제법
'길고 길었던' 입학식 기사를 쓰고나서 직장동료나 지인들에게 수십 번 '반복하며' 들었던 아침인사는 이거였습니다."ㅇㅇ은 어떵 학교는 잘 댕겸서?""아이는 요새 어떵햄서?"결론적으로 말씀드려 아이는 학교를 잘 다니고 있습니다.(이 지면 빌려 학교를 '재밌는 곳'으로 만들어주신 선생님, 거듭 감사드립니다. 꾸~벅
점심으로 잡채를 만들어 먹었다. 아침에 나온 시금치 반찬을 밑재료 삼아서. 서귀포에서는 '고기 국수'를 먹었다. 제주도 특유의 향토음식 중 하나다. 잔치 때 돼지를 잡고 나면 그 국물에 국수를 넣어서 먹던 풍습에서 유래한 음식이다. 육지 사람들이 들으면 질겁을 한다. 어떻게 돼지고기 국물에 국수를 마느냐고. 그러나 '토종 제주' 사람인 나는 제주에
만약 내 주위의 누군가가 델리에서 가장 ‘인도냄새’ 나는 곳이 어디냐 묻는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자미마스지드 앞의 바자르를 일러주겠다. 말 그대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곳, 덧붙여 거의 인간만큼이나 많은 염소와 소를 만날 수 있는 곳, 하얀 옷을 입고 있는 부잣집 소년과 다 떨어진 누더기로 몸을 싸고 있는 박씨시가 한 데 모여
스페인 산티아고 도보순례는 내게 고향 제주를 되돌아보게 만들었다. ‘피레네’에서는 한라산을, ‘멜리데’에서는 중산간 마을 가시리를, 900킬로미터 여정의 종착지인 ‘피니스테레’에서는 내가 나고 자란 서귀포를 보았다. 피니스테레에서 난 결심했다. 한국에 돌아가면 고향 제주의 속살을 내 두 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