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신문을 보다가 제주 출신 부석종 장군이 해군 참모총장에 임명됐다는 걸 알았다. 부 총장은 세화중·고를 졸업했다.과거 주요 공직에는 선출직, 임명직 가릴 것 없이 주류 고교(오고, 일고) 출신자들이 대거 진출했다. 원희룡 지사 이전에는 일고도 비주류여서 오현고 독과점 시대가 수십 년 간 지속돼 왔다.그래서 어느 지방고 출신 인사는 “제주도에는 오고와 일고만 있고 나머지 학교는 기타 고교로 분류해야 한다”고 자조 섞인 푸념도 했다. 그러나 이제 그 독과점 시대, 기울어진 운동장 시대는 서서히 저물고 있다. 당장 군인만 보더라도
기해년,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섣달 그믐께, 세밑이 되면 사람들은 습관적으로 지나간 한 해를 뒤돌아보고 다가올 새해를 어떻게 살아갈지 그려보게 된다.아마 대다수 사람들은 “뭐 중뿔나게 한 일도 없이 일 년이 후딱 지나갔고 새해도 여느 해처럼 별 볼 일 없이 지나갈 것”이라고 생각할 거다.며칠 전 J일보에 인터뷰 기사가 실렸는데, 방글라데시에서 의료 봉사 활동을 하는 의사 이석로 씨와의 대담이었다. 그는 “지금 세금을 지원받는 사람들은 나라가 아니라, 이웃이 돕고 있다는 사실을 종종 망각하고 감사할 줄 모른다”고 했다. 또 “돈은
[아래 글에는 영화 '조커'의 내용이 일부 서술돼 있습니다.] “사람들이 미쳐가고 있다.”영화 는 주인공 아서의 이런 독백으로 시작된다.아서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이코 패스인데 오히려 타인들을 향해 미쳐가고 있다고 말한다. 이런 역설은 이 영화 곳곳에 등장한다. 아서의 일기장엔 이런 구절도 보인다. ‘죽음은 삶보다 더 가치가 있다’, ‘정신질환자의 가장 어려운 점은 미치지 않은 척 하는 것이다.’이 영화가 간과하고 있는 점은 바로 이거다. 정신병자는 자신이 미치광이란 사실을 모른다. 알고 있다면 그는 미친 자가 아니다.
랜드 마크는 어떤 지역을 대표하거나 상징하는 표지이다. 세계 유명도시는 도시의 특징이나 이미지를 선명하게 전달하는 랜드 마크를 가지고 있다. 랜드 마크는 특정 장소에 대한 기억을 뚜렷하게 함으로써 도시의 정체성과 차별적 이미지를 만드는데 결정적 기여를 한다.랜드 마크는 건축물, 광장, 거리, 자연물(산·강…) 등 다양할 수 있는데 한 해 1500만명이 찾는 국제관광지 제주도의 랜드 마크는 어디인가?우선, 건축물의 꽃은 공연장이다.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를 보라) 고대 그리스·로마의 권력자들이 왜 원형극장을 세웠을까? 극장이야말로
이어도에 대해 한국과 중국은 자국민들의 어로 활동을 거론하며 ‘역사적으로 우리 것이다’라고 하지만, 구체적인 사료는 어느 쪽도 제시하지 못 하고 있다. 또한 양국은 자국의 설화 속에 이어도가 등장하므로 ‘우리 영토에 속한다’고 주장하지만 견강부회에 다름 아니다.인간이 만들어 낸 허구에 불과한 설화를 근거로 제시하는 것은 아전인수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이어도에 대한 문제 해결은 시원적 권원(權原)과 실효적 지배가 어느 쪽에 의해 행사되고 있느냐가 중요하며, 국제 해양법에 따른 국가 간 경계 획정의 방법, 즉 ‘중간선 원칙’과 ‘등
안회는 공자가 가장 총애하던 수제자였다. 전편을 통해 요절한 안회에 대한 공자의 회상이 상당부분을 차지한 것을 보면, 공자의 학문은 안회와 더불어 죽은 것이다. 그 안회가 공자 앞에 나와 하직 인사를 드렸다“어디로 가려는가?”“위나라로 가려 합니다.”“왜?”“위왕은 점점 도리에 벗어난 짓을 하고 있습니다. 백성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으면서도 반성하는 기색이 없습니다. 선생님은 어지러운 나라야말로 우리들이 일해야만 할 곳이라고 말씀한 바 있습니다. 저는 선생님의 가르침에 따라 어지러운 것을 바로잡기 위해 전력을 다할 작정입니다
# 제주도는 고려 중기 이전까지 하나의 독립국가, 탐라국이었다.고려 숙종 10년(서기 1105년) 탐라국호를 폐지하여 탐라군으로 개칭할 때까지 제주도는 중국, 일본, 한반도(신라·백제·고구려)와 교류하면서 아시아를 무대로 해상 무역 활동을 전개하던 해양국가였다.제주도가 고려에 복속된 것은 메이지시대(1868~1912) 초기 일본 본토에 복속된 오키나와(류큐왕국)의 운명과 비슷하다. 그래서 오키나와 원주민을 보면 나는 동병상련을 느낀다. 역사에 가정이 없다지만, 만일 제주도가 지금까지 독립국으로 남아 있었다면 싱가포르(면적이 제주도의
가수 빅뱅의 멤버인 승리(예명)의 성 접대, 몰카 공유, 마약, 경찰과의 유착 등이 도마에 올랐다. 이로 인해 승리는 연예계를 떠나야 했고 언론의 집중 포화를 받고 있는 중이다. 한 마디로 한국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과 한류의 현 주소를 드러낸 사건이다.헌데 승리는 그의 예명처럼 승리한 것일까? 인생이란 대장정에서 앞으로 어떤 반전이 있을지 모르지만, 현재로선 그는 패배했다. 그 혼자만의 패배인가? 아니다.첫째, 아이돌과 아이들의 패배다.아이돌의 탄생 과정을 보라! 연예기획사는 자본의 논리에 따라 복잡한 제조 공정을 거쳐 아이돌을 인
[장일홍의 세상 사는 이야기] 65. 영화에 대한 영화, 영화 속의 영화 : 메타 영화 최근에 본 외화 의 스토리는 이렇다. 미국 오하이오 주의 한 도시에 사는 세상 물정 모르고 사회 경험도 전혀 없는 20세의 순진하 처녀 루시가 어느 날 우연히 펠리니 영화제가 열리는 영화관에서 이탈리아 영화감독 페데리코 펠리니의 영화 을 보고 감명을 받는다. 루시는 펠리니가 연출한 영화들을 비디오로 섭렵하고 나서 그를 연모하게 되고, 급기야 펠리니를 찾아서 로마로 떠난다. 루시는 로마행 비행기를 탔으나 베로나(이탈리아...
[장일홍의 세상 사는 이야기] 64. 광란의 칼춤을 멈춰야 할 때다 민족의 대이동이 시작된다는 설날이 며칠 남지 않았다. 오랜만에 반가운 가족들이 만나는 이번 명절에는 행복한 웃음꽃을 피울 수 있을까? 전직 대통령 두 사람이 감옥에 있는데 전직 대법원장과 대법관 둘이 또 감옥에 갈 것 같다. 그 밖의 많은 피의자들이 줄줄이 철창행을 기다리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사상 초유의 일들이 벌어지니 이젠 웬만해선 놀라지도 않는다. 한 사회나 국가에 경천동지할 일, 파천황의 사건들이 자주 일어나는 건 결코 좋은 조짐이 아니고 나라의 장래...
[장일홍의 세상 사는 이야기] (63) 살맛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할 일은? 오늘은 성탄절이다. 2000여 년 전 유대나라 베들레헴의 마굿간에서 태어난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념하는 날이다. 성탄절은 인류를 죄악에서 건져내는 구원의 복음을 전해준 기쁘고 좋은 날이다. 그런데 들려오는 건 온통 우울한 소식 뿐이다. 정치는 여야가, 같은 정당에서는 계파로 나뉘어 싸울 줄 밖에 모른다. 조선조의 사색당쟁과 지금이 무엇이 다른가? 이 나라의 정치인들은 ‘희망을 파는 상인’이 아니라, ‘절망을 파는 장사꾼’이다. 경제를 보자. ...
[장일홍의 세상 사는 이야기] (62) 뭣이 중헌디...사람과 생각의 중요함 초야에 묻혀 사는 백면서생이 무얼 알겠습니까만 시절이 하 수상하고 나라 사정이 긴박하게 돌아가는 것 같아 오늘은 작심하고 대통령님께 몇 마디 고언을 드리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사람의 중요성 어떤 야당 인사가 문재인 정부의 인사는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라고 하더군요. ‘인사는 만사’라는 말이 있는데, 일은 결국 사람이 하는 거니까 사람이 중요하다는 뜻이겠지요. 그런데 내 편만 골라 쓰고 상대편을 배제하는 건 이종교배를 해야 잡종강세가 나타...
[장일홍의 세상사는 이야기] (61) 시인은 사막의 오아시스를 가리킨다 K팝과 합류의 대명사가 된 BTS(방탄소년단)가 아시아, 유럽, 미국 등 세계 무대에 진출해 국위를 선양하고 한국의 대중문화를 열방에 알린 것은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 거둔 성공이고 대단히 고무적인 사건이다. 하지만 대중문화는 유행과 같은 것이어서 기세가 한풀 꺾이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한국이 진정 세계로부터 문화국가라는 칭송과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고품격의 문학, 음악, 미술, 연극 등 순수예술을 창작해 세계인들에게 선보...
장일홍의 세상사는 이야기 (60) 청소년들에게 신화를 읽혀야 한다 필자는 제주신화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신화를 소재로 한 희곡도 몇 편 썼다. 왜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케케묵은 신화가 중요한 걸까? 첫째, 신화는 제주인이나 제주섬의 원형과 정체성을 보여준다. 역사가 과거를 서술한다면 역사 시대 이전의 상황은 신화로 유추할 수 밖에 없다. 제주인의 기원은 시조 신화인 삼성 신화가 보여주고, 제주섬의 기원은 개벽(창조)신화인 천지왕 본풀이나 설문대할망 신화가 보여준다. 신화는 제주인이나 제주섬의 아키타입(arche type, 원...
[장일홍의 세상사는 이야기 59] 보고 싶은 사람 누구에게나 마음 속 깊은 곳에 그리운 추억과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 내게는 석우 삼촌이 그런 사람이다. 유신 말기, 권력의 하수인들이 미친 년 널뛰듯 서슬 퍼런 칼날을 휘두를 때, ‘부랑자 일제 단속령’이 떨어지고 제주시내 거리를 배회하던 내 작은 아버지(우린 석우 삼촌이라고 불렀다)도 그 검속에 걸려 육지로 추방되었다. 그런데 추방이라는 건 순전히 추정에 불과하고 실종이라고 하는 편이 더 사실에 가깝다. 어쨌거나 벙어리 삼촌이 증발해 버리자 할머니는 망연자실한 채 평소 아들...
[장일홍의 세상 사는 이야기] (58) 젊은이들의 인생관, 이대로 좋은가? 이제 아무도 청소년들에게 ‘Boys, be ambitious!(소년들이여, 대망을 품어라)’라고 말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미 꿈을 잃어버린 ‘상실의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60대 이후의 어른들이 어렸을 땐 장래 희망이 곧 죽어도 대통령 아니면 장군이었다. 그런데 한국의 역대 대통령 중 절반 이상이 망명·피살·투옥·자살했다. 지상 최고의 권력도 별거 아니란 걸 삼척동자도 다 알게 된 것이다. 영광은 오욕으로, 환호는 비난으로, 명예는 치욕으로...
[장일홍의 세상사는 이야기] (57) 여행이란 무엇인가? 여행을 통해 우리가 얻는 것은 ‘삶의 환희’이고, 잃을 것은 시간뿐이다. 알고 보면 여행은 대부분의 시간을 길 위에, 혹은 공중이나 바다에 버리는 일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그 곳에서 행복을 줍는다. 낯선 세상과 사람을 만나는 게 즐겁기 때문이다. 나는 여행을 술과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인생의 윤활유와 활력소가 되고 때로는 접착제와 방부제가 되며 또 어떤 때는 진통제와 각성제가 되기도 한다. 여행은 ‘만남’이다. 여행을 통해 세 가지 만남이 이뤄진다. 첫째, ...
[장일홍의 세상 사는 이야기] (56) 지도자의 진짜 덕목은? IQ(지능지수)란 무엇인가? 지능검사의 결과로 얻은 정신연령을 실제연령으로 나눈 다음, 100을 곱한 수가 아이큐다. IQ가 높으면 머리가 좋은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IQ가 높으면 출세하고 성공할 확률이 높을까? 이것도 아니다. 1990년 존 메이어가 IQ가 으뜸이던 세상에 EQ(감성지수) 열풍을 일으켰다. EQ는 다른 사람의 감정에 공감해 주며, 자신의 감정을 조절해서 차분히 표현하는 능력을 말한다. 직장에서 잘 나가는 것은 IQ보다 EQ에 달렸다고 한...
[장일홍의 세상 사는 이야기] (55) 자청비·가믄장아기·설문대 할망 신화의 공통점은? 창조의 여신 설문대, 바람의 여신 영등, 농경의 여신 자청비, 직업의 여신 가믄장아기 등 제주신화에는 여신(女神)이 많이 등장한다. 왜 그럴까? 여다(女多)의 섬이어서 그런가, 문명의 조류에서 밀려난 격절된 섬의 문화가 만들어낸 결정체일까. 제주신화에 등장하는 여신들은 대체로 강력한 파워를 가진 ‘울트라 슈퍼’ 우먼들이었다. 전통적으로 제주 여자들은 물질과 밭일을 도맡아 해온 전천후 노동자였으며 임산부도 출산하고 이틀만에 노동에 투입되는 악...
[장일홍의 세상 사는 이야기] 54. 첫사랑처럼 달콤하고 첫경험처럼 짜릿한 만남 만남이라고 하면 금방 떠오르는 말이 인연이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것은 모두 다 인연이고, 사람이 사물과 만나는 것도 인연이다. 장사를 해본 사람은 안다. 수십 수백 명이 물건을 보고 가지만 마지막에 물건을 갖는 사람은 정해져 있다. 그래서 각물유주(各物有主)라고 하는 것이다. 불가에서는 ‘옷깃만 스쳐도 삼생의 인연’이라고 한다. 삼생은 전생·현생·내생이니 옷깃만 스쳐도 80x3=240년의 인연이라는 것이다. 또 부부 인연은 3000겁의 인연이라...